육군 “전역 처분, 적법한 행정절차 따른 것”
국방부 “군의 특수성·국민적 공감대 고려해 제도 개선 검토”
인권위 “국방부, 구체적 이행 계획 밝히지 않아”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가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당한 것은 ‘인권침해’이며,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온 지 약 5개월이 지났다. 육군과 국방부는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4월22일 인권위에 “변 전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은 적법한 행정절차에 따른 것이며, 전역처분 취소소송이 진행 중이다”라는 이유로 ‘권고 미이행’ 사유를 제출했다. 국방부는 이날 “인권위의 권고 취지를 존중한다”면서도 “군의 특수성과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해 다양한 의견 수렴 및 정책연구를 통해 제도개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인권위에 밝혔다.

인권위는 10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육군과 국방부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경우,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포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인권위 권고를 수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가 관련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국방부에 제도개선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공표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5항은 인권위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의 장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 이유를 인권위에 통지해야 하고, 인권위는 필요한 경우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변 전 하사는 군 복무 중이던 2019년 11월 성전환 수술을 받고 그해 12월 부대에 복귀했다. 그는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했으나, 군은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을 판정하고 강제 전역 처분을 내렸다. 변 전 하사는 2020년 1월20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고 부당한 전역 심사 중지를 요청하는 긴급구제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인권위는 신청 접수 다음 날 긴급구제 결정을 내린 뒤 육군본부에 전역 심사위원회 개최를 3개월 연기할 것을 권고했으나, 육군은 변 전 하사를 전역시켰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육군의 강제전역 결정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지난 2월1일 육군참모총장에게 변 전 하사의 전역처분 취소 및 권리 회복을 권고했고, 국방부 장관에겐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한 장병을 복무에서 배제하는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 정비를 권고했다.

변 전 하사는 2020년 8월부터 전역 취소 소송에 돌입했으나, 첫 변론을 앞두고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재 유족이 원고 자격을 인정받아 소송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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