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14일 ‘제3회 30%클럽 국내기업사례연구 세미나’ 개최
‘이사회의 젠더 다양성’은 선택 아닌 필수
글로벌 투자자들 “여성이사 없는 기업 투자 안해”
나스닥은 상장폐지까지 거론
한국도 2022년부터 자산 2조 ↑ 기업 여성임원 둬야

“그러나 여성 사외이사 선임만 늘어...
조직 내 여성 관리자는 여전히 소수
경력단절·경력관리 노하우 부족과
남성중심적 조직문화 등이 원인”

ⓒVecto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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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계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논의에 바쁘다. 특히 여성 이사 확대 등을 포함한 ‘이사회의 젠더 다양성’이 시급한 기업지배구조 재편 과제로 떠올랐다.

 

‘이사회의 젠더 다양성’은 선택 아닌 필수
글로벌 투자자들 “여성이사 없는 기업 투자 안해”
나스닥은 상장폐지까지 거론
한국도 2022년부터 자산 2조 ↑ 기업 여성임원 둬야

임희정 한양사이버대 경영학부 교수가 14일 미래포럼이 연 ‘제3회 30%클럽 국내기업사례연구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줌 화면 캡처
임희정 한양사이버대 경영학부 교수가 14일 미래포럼이 연 ‘제3회 30%클럽 국내기업사례연구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줌 화면 캡처

‘이사회의 젠더 다양성’은 수년 전부터 기업계의 화두였다. 해외 대형 투자자들이 먼저 움직였다. 2016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제시한 주주제안에 ‘이사회의 젠더 다양성’이 포함돼 화제에 올랐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블랙록과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SSGA)는 2017년부터 ‘이사회의 다양성’ 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주주총회에서 여성 이사가 없거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2018년 블랙록은 여성 이사가 2명 미만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20년 1월에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여성이나 백인이 아닌 이사회 멤버가 없는, “다양성이 결여된 기업들”에 대한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해 12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증권거래소 나스닥은 ‘여성 이사 1명에, 소수 인종 또는 성소수자 이사 1명’을 이사진에 포함하고, 1년 안에 이사회의 다양성 현황을 공시한 기업만 상장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를 당할 수 있다.

2020년 국제노동기구(ILO)는 “기업이 이사회 내 젠더 다양성을 통한 경제적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여성 임원 비율이 최소 30% 이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 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이사회 여성할당제 의무화를 추진해왔고, 실제로 해당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은 2004년 9.0%에서 2019년 27.8%로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주요 기업 여성 임원 할당제 시행을 앞뒀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2022년부터 사내·사외이사를 특정 성별로만 채울 수 없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여성 이사 선임에 바쁜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연합,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국내 3대 경제단체는 최근 ESG 관련 회의체를 발족하고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이사회의 젠더 다양성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인식은 높아졌다. 

“그러나 여성 사외이사 선임만 늘어...
조직 내 여성 관리자는 여전히 소수
경력단절·경력관리 노하우 부족과
남성중심적 조직문화 등이 원인”

장밋빛 전망과 달리 현실은 실망스럽다. 올해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9년째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3월 발표한 이 지표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200대 상장사 등기임원 중 여성은 65명(4.9%)뿐이다. 여성 임원이 0명인 기업도 73%나 됐다. 여성 중간관리자 비율은 15.4%로 OECD 평균(33.2%)의 절반도 안 된다.

임 교수는 “최근 여성 이사 선임이 늘고 있지만, 조직에서 성장한 여성 인재가 이사회에 합류하기보다는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추세”라며 여성들이 또 다른 ‘벽’ 앞에 좌절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임희정 한양사이버대 경영학부 교수가 14일 미래포럼이 연 ‘제3회 30%클럽 국내기업사례연구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줌 화면 캡처
임희정 한양사이버대 경영학부 교수가 14일 미래포럼이 연 ‘제3회 30%클럽 국내기업사례연구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줌 화면 캡처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2006년부터 여성 고용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를 시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도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을 추진해왔다. 2020년 7월 기준 71개 기업과 여성임원 비율 확대를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대부분이라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여성의 관리직 진출을 방해하는 요인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인적 네트워크 부족 ▲조직 내 정치에 대한 무관심 ▲경력 선택과 구체적 경력 계획 수립 노력 부족 등이 있다. △가부장적,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 △인사권자의 대부분이 남성인 현실 △조직 내 여성들의 멘토나 롤모델 부재 등도 여성이 관리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임 교수는 “의사결정을 하는 집단이 다양한 소비자를 닮지 않으면 엄청나게 멍청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기업 내 여성 임원이 늘어난다는 것은 남성 중심의 편향된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더 투명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 좌장은 박경희 이화여대 경영학부 명예교수가 맡았다. 임 교수의 기업 사례 발제에 이어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토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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