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8일 SNS 통해 출산 소식 알려
산후조리하며 '국회 회의장 아이 동반법' 발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8일 SNS를 통해 출산 소식을 전했다. 본인 제공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8일 SNS를 통해 출산 소식을 전했다. 사진=본인 제공

최근 튼튼이(태명)를 출산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육아와 정치를 병행 중이다. 용 의원은 지난 8일 출산 소식을 전해 임기 중 출산한 세 번째 국회의원이 됐다. 그의 출산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 김상희 국회부의장,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이 축하를 보냈다. 

현재 그는 산후조리와 함께 ‘국회 회의장 아이 동반법’ 대표 발의, 언론 인터뷰 등을 하며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용 의원이 17일 발의한 ‘국회 회의장 아이 동반법’은 국회 회의장에 의원이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와 함께 출입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 개정안은 임기 중 출산한 역대 두 번째 의원인 신보라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전 의원이 2018년 발의했으나 처리가 미뤄지다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산후조리원에서 일과시간표에 따라 오랜만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유축하고 수유하고 식사하고 마사지하고 등 산후조리 중입니다. 산후조리 중에 ‘국회 회의장 아이 동반법’을 발의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김상희 국회부의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대행,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강민정 열린민주당 원내대표, 조정훈 시대전환 원내대표를 비롯해 60여명의 의원님들이 공동발의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힘을 모아주신 의원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용 의원은 국회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인 국정감사 시작 직전에 임신을 확인했다. 계속되는 격무로 인해 유산 증세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말 임신을 확인했습니다. 임신 초기, 입덧도 심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습니다. 당시 지역도 다니고, 많은 업무량을 소화해서인지 계속 하혈을 했습니다. 새벽에 피를 쏟아서 응급실에 세 차례나 진료받기도 했습니다. 의사는 무리하지 말라고 하는데, 무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안정기 들어서기까지 두 달 정도 하혈을 했는데 나중엔 그러려니 하게 됐습니다.”

용혜인 당선인. ⓒ용혜인 당선인 제공.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용혜인

그는 처음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과 함께 정치와 임신-출산-육아를 양립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들었다고 했다.

“정치하는 여성의 임신은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아주 흔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국회에서 임기 중 임신과 출산을 한 의원은 저 까지 세 명에 불과합니다. 정치의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 많은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겪다가 꿈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정치의 영역에서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많은 응원과 축하만큼 임신과 출산, 육아하는 여성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고민들을 함께 해나갈 수 있기를 늘 바랍니다. 한편으로 임신과 출산, 육아를 선택한 여성들도 정치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공적 책임을 늘려나가고 성평등한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야할 것입니다. 제가 발의할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도 출산과 육아를 선택한 여성의 선택지를 넓혀 나가는 데 도움 되길 바랍니다.”

임신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희롱 게시물이 올라와 곤욕을 치렀다.

“한 시민분이 제보를 해 주셔서 저도 온라인 커뮤니티 속에 성희롱 게시물이 올라와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 세월호 참사나 기본소득 관련 여러 활동을 할 때도 각종 커뮤니티에 저의 얼굴과 신체에 대한 성희롱 댓글이 달리고는 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공론화를 결심한 이유는 여성 정치인에 대한 성희롱과 괴롭힘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종류의 성희롱과 괴롭힘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육아휴직은 남편이 냈다.

“아이가 조금 자랄 때까지 남편이 육아 휴직을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국회의원의 역할을 하며 육아를 전담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지만, 남성의 육아휴직 확대를 위해서 우리 가족부터 시행해보자는 남편과 저의 판단도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남성 육아휴직이 낯선 풍경이지만 점차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관련 법안도 고민해볼 예정입니다. 튼튼이와 만난 지 일주일정도 됐습니다. 아직 튼튼이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수유실에서 아이를 안고 수유를 하는 것이 서툴고, 조리원 밖으로 나설 것이 두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SNS에 임산부 건강보험 적용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용 의원은 임신 초기 맞은 유산방지제(일명 돌주사)에도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초음파도 7회만 보험 적용이 가능했고 조산방지약제도 부작용이 적은 약을 맞으려면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출산 후에 안 것인데, 출산 한 달 후에 하는 산후검진 초음파비용도 비급여입니다. 제대로 회복이 되고 있는지, 자궁 수축은 잘 됐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진료임에도 불구하고 '검진'이라는 이유로 비싼 돈을 주고 진료를 봐야하는 것입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정작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필요한 의료지원이 되고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필요한 다양한 의료지원이 여성의 권리로서가 아니라 저출생 문제 해결 또는 ‘모성’에 대한 보호의 맥락으로만 이야기되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는 듯합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 의료 혜택을 받아야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낳지 않을 권리’를 위한 유산유도제와 ‘낳을 권리’를 위한 유산방지제 모두 건강보험 미적용이라는 사실은 여성의 권리가 아닌 ‘모성’에 대한 보호의 맥락으로만 이야기되며 생기는 구멍들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미 맘카페 등 많은 여성들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는데 반영되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향후 개선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용 의원은 몸이 다시 회복되면 국회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까지, 기본소득을 위한 정책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본소득 지급과 관련된 탄소세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며 토지세와 데이터세 발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기본소득, 청년기본소득, 기초노령연금 확대 등 범주형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정책적으로 검토할 예정입니다. 또한 여성의 재생산권과 평등한 육아 시스템 도입에 관한 고민들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도 연구 중이고, 워킹맘과 워킹대디들이 임신과 출산, 육아를 선택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계속해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다양한 제도들도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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