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누구에게나 일상은 지루하고 특별하지 않은 날들이 이어지는 매일이지만, 우리들은 그 속에 있는 행복과 즐거움의 순간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곤 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미덕은 평범한 일상에서 비범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며, 그 속에서 공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일상적이라 여겨지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삶을 다룬 육아 예능 프로그램은 육아를 경험했던 누군가에게는 추억에 젖어들게 하고, 육아를 겪어보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대리 경험을 제공하는 인기 장르이자, 우리사회가 이상화하는 가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장르다. 

최근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는 비슷비슷한 육아 예능 프로그램과 다른 행보를 보이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는 2013년 파일럿으로 선을 보인 이후 계속된 출연진의 변동과 상관없이 주말 대표 예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슈퍼‘맨(man 남자)’ 즉, 아빠가 아이를 48시간 키우는 포맷을 유지하던 프로그램에, 올해 5월 2일부터 엄마인 사유리와 아들 젠이 출연진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슈퍼‘맨(man, 사람들)’으로 의미를 확장하였다. 기존 <슈돌>이 반복하여 보여주었던 아빠들의 육아 일상에 정자 기증을 통해 아들을 낳은 자발적 비혼모인 사유리와 젠의 출연으로 특별함과 다양성이 더해졌다. 

젠을 키우는 사유리의 에피소드는 또 다른 가족 서사, 즉 기존 육아 예능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가족 이야기를 만든다. 이들의 등장은 수많은 육아 예능 프로그램들에 나왔던 출연진이 보여주었던 익숙한 인물 구도와는 결을 달리한다. 모자로만 이루어진 이들의 삶은 양부모가 있는 ‘정상가족’이라는 범주 안에서 벌어졌던 육아 일상을 평범하고 보통인 것으로 만들어온 가족서사의 균열을 보여준다. 실제 현실 속의 가족은 비혼, 이혼, 재혼, 입양 등으로 다양한 모습을 띠면서 ‘가족의 위기’라고 읽혀질 정도로 변주의 폭이 넓다. 가족의 변천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TV, 특히 육아 예능 프로그램은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이 아닌, 다양한 가족의 모습은 외면해왔다. 찬반 논란 와중에도 사유리와 젠이 휴먼 다큐멘터리가 아닌 주말 예능에 출연한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가족 서사 만들기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슈돌’에서 아빠들의 육아는 일부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무엇인가 현실과 유리된 육아였다. 잘 놀아주고, 어디론가 데려가고,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아빠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그리는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 ‘진짜’ 일상의 육아 모습이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사유리의 육아는 말 그대로 4~5개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보내는 하루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이의 기상 시간에 맞춰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긴 하루,  김치찌개나 미역국 혹은 삼겹살 등 단 하나의 반찬으로만 이루어진 늦은 아침 식사, 그리고 2분 만에 뚝딱 해치우는 식사, 3초만 끝나는 세수 등의 하루를 말이다. 그동안 아빠들의 육아가 보여주기 위한 육아의 판타지를 보여줬다면, 사유리는 치열함을 더한 육아의 현실을 보여준다.

모성은 때론 여성의 발목을 잡는 가부장제의 부산물로, 때론 여성들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엄마라면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사유리의 육아 일상은 모성의 이러한 양면적인 성격을 잘 드러낸다. 하지만 사유리에게 육아에 필요한 팁을 주고, 함께 나누는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과 행복은 지지와 응원, 도움을 주는 여성간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돌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수의 댓글에서도 사유리의 삶에 공감하고 응원과 도움을 주고 싶은 수많은 시청자들이 존재하는 것도 모성을 토대로 한 연대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각종 위기에 직면한 개인에게 가족은 인생의 마지막 보루로 인식되기에 방송 프로그램은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끊임없이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기존 가족의 모습들이 변화되고 점점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으로 바뀌어 가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가족의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사유리와 젠의 출연은 다양한 가족의 진짜 모습의 일부나마 접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럼에도 방송인인 그의 삶은 수많은 비혼모들의 실제 삶과는 다르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