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신간]

ⓒ북하우스/위즈덤하우스/두레아이들/윌북/사람과나무사이/부키/창비/미디어일다
ⓒ북하우스/위즈덤하우스/두레아이들/윌북/사람과나무사이/부키/창비/미디어일다

 

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정지인 옮김/북하우스) ⓒ북하우스
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정지인 옮김/북하우스) ⓒ북하우스

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동안 나는 차별과 낙태, 여성이 당하는 폭력에 관한 글을 썼다. 여성의 건강, 언론에 나타나는 성차별, 문화적 이미지에 관해서도 썼다. 심지어 나는 식사장애가 있는 (다른) 여자들에 관한 글도 썼다. 그런데 사적인 영역에서는 조용히 굶으며 나를 반쯤 죽음으로 몰고 갔다.” 

우리 시대 여성의 내면을 치열하고도 아름답게 묘사해 찬사를 받은 미국의 작가 겸 언론인, 캐럴라인 냅의 생애 마지막 저서가 국내에 출간됐다. 저자는 거식증에 시달리던 시절을 회고하면서, 여성으로 태어나 살면서 느끼는 자신의 몸에 대한 끊임없는 결핍과 불만, 인정 욕구가 어떻게 여성을 혼란과 분노로 몰아넣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다 섭식장애를 겪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알맞은 때에 당도한 책이다. 

캐럴라인 냅/정지인 옮김/북하우스/1만8000원

선택 : 낙태죄 폐지를 위한 연대의 이야기 (데지레 프라피에·알랭 프라피에/이세진 옮김/위즈덤하우스) ⓒ위즈덤하우스
선택 : 낙태죄 폐지를 위한 연대의 이야기 (데지레 프라피에·알랭 프라피에/이세진 옮김/위즈덤하우스) ⓒ위즈덤하우스

선택 : 낙태죄 폐지를 위한 연대의 이야기

긴 투쟁 끝에 1975년 극적으로 임신중지 합법화에 성공한 프랑스 여성들의 피, 땀, 눈물을 느낄 수 있는 그래픽노블이 국내에 출간됐다. 프랑스 MLAC(임신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 활동가들 인터뷰와 자료, 저자 개인의 이야기까지 더해 ‘낙태죄’ 폐지를 위한 많은 여성들의 투쟁과 연대를 충실히 기록했다. 한국어판에는 나영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 대표의 해제가 추가됐다. 

데지레 프라피에·알랭 프라피에/이세진 옮김/위즈덤하우스/1만4000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 권기옥 (박세경 지음·김세진 그림/두레아이들) ⓒ두레아이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 권기옥 (박세경 지음·김세진 그림/두레아이들) ⓒ두레아이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 권기옥

비행기 조종사를 꿈꿨고, 성차별과 고난을 딛고 중국으로 건너가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가 된 여성. “조선총독부와 일본 왕궁을 폭파할 테니 비행기를 사 달라”고 임시정부에 당당히 요청했고, 일본군에게 총탄 세례를 퍼부었으며, 대한민국 공군 창설에 참여해 ‘공군의 어머니’로 남은 권기옥 지사. 그의 삶을 들려주는 어린이책이 나왔다. 여성 독립운동가를 지나치게 영웅적으로 미화하지도, ‘우리 누이’로 묘사하지도 않으면서 역사적 사실과 함께 권기옥의 일생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두레아이들 인물 읽기’ 아홉 번째 책이다.

박세경 지음·김세진 그림/두레아이들/1만2000원

바보의 세계 : 한 권으로 읽는 인류의 오류사 (장프랑수아 마르미옹 엮음/박효은 옮김/윌북) ⓒ윌북
바보의 세계 : 한 권으로 읽는 인류의 오류사 (장프랑수아 마르미옹 엮음/박효은 옮김/윌북) ⓒ윌북

바보의 세계 : 한 권으로 읽는 인류의 오류사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역사는 자기가 한 일이 뭔지 모르는 멍청이들에 의해 쓰인다”고 했다. 6500만 군사가 동원됐고, 2000만 명이 사망한 제1차 세계 대전은 유럽 지도자들이 내린 ‘어리석은’ 선택들이 맞물린 결과였다. “여성은 미완성의 남자다. 여성의 질은 밖으로 나와 있지 않은 음경이고, 난소는 고환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또 얼마나 어리석은가. 이처럼 인류의 어리석음은 진실을 가리고 세상을 황폐하게 만들기도, 역사의 불길을 지펴온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의 심리학자이자 인문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스티븐 핑커, 롤프 도벨리 등 석학·전문가들과 대담을 통해 이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 책은 권력을 이용해 성희롱과 모욕적 언동을 일삼은 미국의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그리고 지구가 빠르게 망가지고 있는데도 자원 낭비와 온실가스 감축을 줄이려 하지 않는 각국 정부도 ‘멍청이’의 사례로 지목한다.

장프랑수아 마르미옹 엮음/박효은 옮김/윌북/2만2000원

심리학자에게 배우는 자존감 관계법 (가토 다이조/서수지 옮김/사람과나무사이) ⓒ사람과나무사이
심리학자에게 배우는 자존감 관계법 (가토 다이조/서수지 옮김/사람과나무사이) ⓒ사람과나무사이

심리학자에게 배우는 자존감 관계법

자존감이 낮은 사람, 인간관계에서 자주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며 자신을 비하하기 쉽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에게 “실제로 사랑받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위 사람들이 내 말을 귀담아듣거나 칭찬하지 않아서 화가 난다는 사람에게는 “어릴 적 어리광 욕구를 억눌렀기 때문이 아닌지 돌아보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마음 둘 곳 없어 불안한 사람에게는 “여기가 내 자리고, 난 여기에 있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상기하라고 귀띔한다.

가토 다이조/서수지 옮김/사람과나무사이/1만6500원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발레리 트루에/조은영 옮김/부키) ⓒ부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발레리 트루에/조은영 옮김/부키) ⓒ부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무의 나이테가 좁은 해에는 더 많은 배가 침몰했다. 날씨가 거칠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이테가 넓은 해에는 무역 활동이 활발했고, 당연히 더 많은 해적이 바다를 누볐다.

나이테는 단순히 한 나무의 역사만을 알려주는 게 아니다. 과학, 지리, 기후, 건축, 문학, 미술 등 인류와 지구의 수십만 년 역사를 품고 있다.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도, 화마가 휩쓸어 황폐해진 산이 푸르름을 되찾는 과정도 나이테를 보면 보인다. 저자 발레리 트루에 미국 애리조나대 나이테연구소 교수는 세계를 여행하며 나이테를 분석해 연대를 측정하고 이를 활용해 과거 기후·생태를 연구하는 연륜연대학자다. 박식하고 성실한 여성 전문가의 여정을 따라가며,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기후 변화는 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는 저자의 경고는 매섭다. 건강한 숲을 가꾸기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화석 연료를 펑펑 쓰면서 엄청난 양의 탄소를 투척하고는 “현재와 미래의 숲이 알아서 해결해 주리라 믿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일갈한다.

발레리 트루에/조은영 옮김/부키/1만8000원

수영장 도서관 (앨런 홀링허스트/전승희 옮김/창비) ⓒ창비
수영장 도서관 (앨런 홀링허스트/전승희 옮김/창비) ⓒ창비

수영장 도서관

1983년 여름, 성소수자 혐오가 득실대는 마거릿 대처 총리 집권 하의 영국. 그러거나 말거나 클럽을 누비고 파트너를 바꿔 가며 인생을 즐기던 귀족 게이 주인공은 피할 수 없는 폭력과 혐오를 마주친다. 2004년 부커상 수상작 『아름다움의 선』 저자의 데뷔작이다. 게이들의 성애와 생활, 성소수자들이 겪어온 부당한 낙인과 폭력을 적나라하게 그려 당대 영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서머싯몸상, 스톤월 도서상, E.M.포스터상 등 문학상을 휩쓸었다. 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의 문제의식은 이 소설이 출간된 지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유효하다.

앨런 홀링허스트/전승희 옮김/창비/1만6800원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연아/미디어일다) ⓒ미디어일다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연아/미디어일다) ⓒ미디어일다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관계를 끝내려 고민하는 이에게 “‘안전이별’ 하세요”라는 말을 인사처럼 건네는 시대다. 성인 여성의 55.4%가 연인에게 1회 이상 데이트폭력을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경기도여성가족연구원, 2020). 통계가 말하지 않는 데이트폭력의 현실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 회복 과정을 데이트폭력 생존자가 직접 들려주는 책이 나왔다. 저자는 “나의 경험과 그것을 되짚어 해석하는 과정들이, 친밀한 관계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이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생존자들의 용감한 말하기는 계속된다.

연아/미디어일다/1만5000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