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24.3% '학내에서 성희롱·성폭력을 경험'

인권위가 20일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을 펴냈다. 지난해 인권위가 접수한 성희롱 진정 사건은 역대 최다인 303건을 기록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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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희대 성평등상담실이 서울캠퍼스 남녀 대학원생 전체를 대상으로 '대학원생 성인지 및 실태 조사' 결과 학내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대학원생 65.5%는 가해자로 '교수'를 지목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4주간 진행됐고, 설문에는 남성 83명·여성 230명으로 모두 313명이 응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24.3%(76명)가 '학내에서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65.5%(36명)는 가해자를 교수로 지목했다.

선·후배가 가해자인 경우는 21.8%(12명)이었다.

학생들이 보고한 성희롱·성폭력 유형으로는 '수업 중 문제 발언'이 40.8%(31건)를 차지했다.

술자리에서 술을 따르거나 마시라는 강요를 받은 경험도 31.6%(26건)이었다.

피해를 경험한 장소로는 강의실이나 연구실, MT, 회식 자리가 주로 언급됐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성폭력을 겪은 뒤 모욕감과 수치심 등을 느꼈지만 자리를 피하거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넘어갔다고 답했다.

보복이나 불이익을 받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 주변에 말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 등이 주요 이유였다.

학교 측은 "교수가 학업이나 졸업 후 진로와 밀접하게 관련돼있어 대학원생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며 "일부 교원의 성차별적 발언이 학생들의 학업 동기와 자존감을 저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경희대 소속 교수가 대학원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 이뤄졌다.

지난달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준강간·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희대 교수 60대 이 모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경희대 교수인 60대 이 모 씨는 2019년 11월 자신이 지도하던 대학원생 A씨 등과 술을 마신 뒤 A씨가 정신을 잃자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고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DNA 감정분석 결과 등을 종합하면 준강간 범행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학생들은 그러나 해당 교수가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음에도 여전히 교수들의 부적절한 성적 언행과 성추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학교 측은 "학교의 현 상황을 알아보는 한편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인식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라며 "구체적 피해 사례를 제보하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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