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
국방부 "군 검·경 합동 수사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것"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공군에서 여군 부사관이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공군은 “군 검·경 합동 수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공군부대 내 성폭력 사건과 이로 인한 조직 내 은폐, 회유, 압박 등으로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하늘나라로 떠난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고 썼다.

이날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공군 20전투비행단 고 이모 중사는 회식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선임인 장모 중사는 이 중사에게 야간 근무를 바꿔서라도 참석하라 했다. 다만 그 술자리는 상사 지인의 개업 축하자리였다. 술자리 이후 고 이 중사는 차에서 장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사 어머니는 “그냥 만지는 게 아니라 중요 부위도 만지고, 가슴도 만지고, 혀까지 들어오는 그런 행동들을 계속 한 거예요. 너무 부끄럽고 치욕스럽잖아요”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 이 중사는 곧바로 차문을 박차고 내린 뒤 상관에게 신고했으나 장 중사는 이 중사 숙소까지 따라와 신고를 할 테면 해보라고 비웃었다. 회식을 주도했던 상사는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냐”고 합의를 종용했고, 장 중사는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고 이 중사는 ‘불안장애’ ‘불면증’ 등으로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중사는 전출을 요청해 15전투비행단으로 옮겼다. 부대를 옮긴 지 나흘 만인 지난 21일 이 중사는 휴대전화 녹화 버튼을 누르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날은 이 중사가 혼인신고를 한 날이다. 휴대폰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나의 몸이 더렵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국방일보
국방부 청사. ⓒ국방일보 제공

국방부는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1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우리 군이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국방부 장관께서는 사안의 엄중성을 고려해 성폭력 사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상관의 합의 종용이나 회유, 사건 은폐 등 추가적인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군 검·경 합동 수사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하셨다”고 전했다.

공군 차원의 조사도 이뤄진다. 최윤석 공군 서울공보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공군참모총장은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매우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엄정하고 강력한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해 명명백백히 진실을 규명할 것을 강력히 지시했다”며 “공군은 최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공군법무실장을 장으로 하는 군 검찰과 군사경찰로 합동전담팀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지원을 받아 모든 수사역량을 총동원한 가운데 2차 가해를 포함한 사건의 진위를 명확히 밝혀내겠다”며 “해당 사안의 조치 전반에 대해서는 공군참모차장이 직접 총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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