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조문
“민관 합동 수사관 만들고
썩어빠진 군 문화 바꾸겠다”
유족 “다른 피해자도 있다…
성폭력 예방이 가장 중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을 찾아 남성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폭행 당한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 모 공군 여성 부사관이 안치된 영안실을 조문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4일 성추행 피해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공군 부사관의 유족을 만나 “민관 합동 수사관을 만들어 가해자, 2차 가해자, 조작·은폐에 가담한 모든 사람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안 대표는 유족을 만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해자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군에 수사를 맡기면 안 된다. 조작·은폐에 가담한 모든 사람을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위로의 말씀 감사하다”면서 “예방이 가장 중요한데, 사후 대책만 내놓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후 대책 마련한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오지 않는다”며 애통해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얼마가 고통스러웠으면 극단적 선택을 했을지 그 고통을 헤아릴 수 없다”면서 “어떻게 해결될지 모르겠지만, 도와 달라. 아니 우리 아이 억울한 거 해결할 수 있도록 (진상규명) 반드시 하셔야 한다. 감히 엄마로서 명령한다”고 호소했다.

어머니는 영안실에 놓인 영정사진을 가리키며 “볼 때마다 너무 예쁜 우리 딸인데 이제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다. 목소리 들을 수도 없다”며 흐느꼈다.

이어 “아직도 우리 아이와 같이 군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피해자들에게 문자가 온다. 우리 아이는 비록 이렇게 됐지만, 다른 아이들까지 또 잃을 수 없다”고 얘기했다.

안 대표는 “이번 사건은 명백한 타살”이라며 “앞으로 절대로 같은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규정도 제대로 만들고 썩어빠진 군 문화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을 고 이 모 공군 여성 부사관의 유가족들과 대화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 측과 대화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앞서 충남 서산 공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피해자는 3월2일 선임으로부터 회식 자리에 억지로 불려 나간 뒤 부대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가해자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피해자는 이튿날 상관에게 신고했으나 가해자에 대한 조사는 15일이나 지나 이뤄졌다. 회식을 주도했던 A상사는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냐”고 합의를 종용했고, 가해자는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가해자의 아버지까지 나서 “명예로운 전역을 하게 해달라”고 압박했다고 알려졌다. 피해자는 결국 지난 달 22일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사건 발생 3개월 만인 지난 2일 ‘군인 등 강제추행 치상’ 혐의로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가해자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에 있는 근무지원단 미결수용실에 즉각 구속 수감됐다. 가해자는 이날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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