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 사건 공론화 뒤
“사건 막지 못해 미안합니다”
또 다른 피해자들 메시지 이어져
어머니 “그들에게 위로 건네고파…
제 위로, 상처 치유에 도움 됐으면”

병사들 손편지·애도도 잇따라
“언제나 본인을 희생하던 분
많은 병사가 애도하고 있다”

고인이 생전 친구들과 사진을 찍은 모습. (왼쪽부터) 2017년 고인(가운데)이 스무 살 때 덕수궁에 놀러 간 사진. 2017년 고인(오른쪽)이 임관식이 끝난 뒤 초·중학교 시절 친구를 만난 모습. ⓒ피해자 유족

“다른 피해 여군들이 제게 ‘힘내’라고 위로하는데, 저는 외려 제가 그들에게 ‘힘내’라고 전하고 싶어요.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요.”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의 어머니는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는 피해 여군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지난 4일 경기 성남의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 중사의 어머니는 탈진으로 링거를 맞고 있었다. 몸은 힘들지만 “인터뷰에 응하고 싶다. 인터뷰 할 수 있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딸의 억울한 죽음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공군 부사관의 어머니를 4일 경기 성남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어머니는 탈진으로 링거를 맞고 있었지만, ‘인터뷰에 응하고 싶다. 인터뷰 할 수 있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여성신문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공군 부사관의 어머니를 4일 경기 성남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났다. 어머니는 탈진으로 링거를 맞고 있었지만, ‘인터뷰에 응하고 싶다. 인터뷰 할 수 있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여성신문

공군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 이 중사의 어머니에게는 또 다른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메시지가 연이어 도착하고 있다. 그들은 “나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사건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어머니를 위로했다.

이 중사의 어머니는 되려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제 위로를 통해 다른 피해자들이 조금이나마 상처를 치유할 수만 있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 피해를 입은 여군들에게 그렇게 전하고 싶어요. 물론 피해 남군에게도 마찬가지예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 중사와 함께 근무했던 A병사는 6일 어머니를 찾아와 손편지를 건넸다. ⓒ피해자 유족

이 중사와 함께 근무하던 병사들의 조문과 위로도 이어지고 있다. 2018~2020년 2년간 이 중사와 함께 근무했던 A병사는 6일 어머니를 찾아와 손편지를 건넸다. 

A병사는 편지에 “고인 분 소식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이 중사가 어떤 분인지 알기에 더욱더 안타깝고 세상을 등지기까지 얼마나 무기력하고 공허했을지 생각하니 소식을 들은 그날 잠도 오지 않았다”며 “이 중사는 언제나 본인을 희생하며 다른 상관의 일까지 도맡아 하고 야간 근무도 본인의 일정이 아닌 선임 부사관들의 일정에 맞추던 분이었다. 단 한 번도 본인의 일을 병사들에게 미룬 적 없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런 따님이 관심부사관으로 낙인찍히는 군 실태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면서 “따님은 살아생전에도 좋은 분이었기에 세상을 떠난 지금도 좋은 곳으로 갔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뿐만이 아닌 이 중사를 아는 많은 병사가 애도하고 있다. 부모님께서 꼭 힘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생전 모습. (왼쪽부터) 2014년 항공과학고 입학 후 1학년 때. 2016년 항공과학고 3학년 총학생회 여성대표 사열식 당시 모습. 2018년 해외여행 당시. ⓒ피해자 유족
고인의 생전 모습. (왼쪽부터) 2014년 항공과학고 입학 후 1학년 때. 2016년 항공과학고 3학년 총학생회 여성대표 사열식 당시 모습. 2018년 해외여행 당시. ⓒ피해자 유족

이 중사의 어머니는 “군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배려해줘야 한다”며 “상처가 치유돼 원래의 자기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마음도 전했다. 많은 이들이 지켜봐야 군대 내 성폭력 사건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아이 사건이 일순간에 냄비처럼 뜨거웠다가 식으면 안 돼요. 끝까지 지켜봐야 해요.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관심 가져야 해요. 지금 너무 많은 사람이 다치고 있는데, 우리 아이 이름을 딴 법을 만들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싶어요. 마음 같아서는 우리 아이 사진이나 동상을 국군 사령부에 세워놓고 사령부가 꾸준히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짧은 생이었지만, 우리 아이 죽음이 헛된 죽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엄마의 마음이에요.”   

경기 성남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놓인 피해자의 영정과 위패. ⓒ여성신문
경기 성남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놓인 피해자의 영정과 위패. ⓒ여성신문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