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더쉽고 가깝게]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외국어·조어·합성어 난무
[공공언어, 더쉽고 가깝게]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외국어·조어·합성어 난무
  • 박성희 전문위원 / W경제연구소 대표
  • 승인 2021.06.14 11:42
  • 수정 2021-06-14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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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언어, 더쉽고 가깝게] ①데이를 위크로 바꾸라고?

‘모바일어워드코리아’, ‘리유저블 스트로우 키트’, ‘비건 스타터 선물’. ‘가별로 편제토록’ ‘영끌해서 집 사면 하우스푸어 된다’, ‘영앤리치 사로잡는 하이엔드 전성시대 온다’ 등.

여러분은 무슨 말인지 아시는지요? 지난해 여름, 청소년 어휘력이 문제가 됐습니다. 정부가 토요일인 8월 15일 대신 17일(월)을 임시공휴일로 지정, 사흘동안 쉬게 됐다고 하자 ‘사흘은 4일 아니냐’라는 댓글이 달린 겁니다. 논란이 번지면서 영화 ‘기생충’의 ‘가제(假題)’를 설명하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가제는 랍스터(가재)를 말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당황했다거나 “역마살은 어느 부위에요?”라고 묻는 학생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가나다라만 알면 되는 쉬운 한글 덕에 글을 읽을 순 있지만,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는 겁니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지난해 2월 방송한 ‘미래교육플러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문해율은 25%로 읽은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문맹률이 75%에 달한다고 합니다.

어른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용어가 쏟아지고 밀려 들어오니까요. 초중고 시절 한자를 조금이나마 배운 세대의 경우 가제나 역마살, 위화감은 안다지만 언박싱, 로드맵, 리셀러 등은 모르기 십상입니다. 새롭게 사용되는 외국어 가운데엔 미처 우리말로 바꾸지 못했거나 바꾸기 힘든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충분히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는 것조차 외국어 그대로 갖다 쓰거나 심지어 멀쩡한 우리말을 놔두고 외국어를 쓰는 일도 잦은 듯합니다. 여기에 줄임말(약어)과 억지로 만든 말(조어), 외국어와 한글을 뒤섞은 국적 불명 합성어까지 난무하니 남녀노소에 관계 없이 죄다 문맹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은 청소년대로, 나이든 세대는 나이든 세대대로 거죽만 한글인 말들 때문에 괴롭습니다. 말과 글의 뜻을 모르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과 제대로 된 의사 소통을 하기 어렵습니다. 단절의 시작입니다.

여성신문은 6월 10일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쉬운 우리말 사용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공공언어, 더 쉽고 가깝게’ 연재를 시작합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언론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외국어나 외래어는 물론 약어와 조어, 합성어, 한자어와 일본어 잔재를 찾아 쉽게 풀이함으로써 독자들의 문해력을 높이고 자유로운 소통에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응원과 격려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공공언어, 더쉽고 가깝게] ①데이를 위크로 바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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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금융이 ‘ESG 애쓰자 캠페인’을 한다며 내세운 단어다. 영어와 한글을 조합한 이상한 글자 옆 괄호 속엔 작은 글씨로 ‘애쓰자’라고 쓰여 있다. 아래쪽엔 ‘친환경활동 애쓰자’, ‘탄소배출감소 애쓰자’, ‘사회공헌 애쓰자’, ‘나눔과 기부 애쓰자’며 분야별 목표를 밝혀 놨다.

NH농협금융의 ‘ESG 애쓰자 캠페인’ ⓒNH농협금융
NH농협금융의 ‘ESG 애쓰자 캠페인’ ⓒNH농협금융

최근 사회적 화두로 대두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약자, 친환경적이고 친사회적이며 지배구조가 투명한 경영)를 강조한 건데, 영어 ESG도 내세우고 애쓰겠다는 각오도 덧붙이려다 보니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읽을 수조차 없다. 알파벳을 안다 해도 ‘에쓰가’라고 발음할 수밖에 없는 기이한 글자모음에 ‘애쓰자’라는 설명을 붙여 놨다.

영어를 한글과 합성해 국적 불명 글자를 만드는 건 정부기관에서 비롯되다시피 했다. 한동안 경찰서를 비롯한 관공서 홍보문구에서 널리 쓰인 '올리GO, 내리GO'가 대표적이다. 언제부터 한글 ‘고’의 표기가 GO가 된 건지 알 수 없다.

대구광역시서구정신건강복지센터와 대구시정신보건기관들이 2015년 12월22일 대구 두류역 지하상가에서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절주 캠페인을 열고 있다. 현수막에 '올리GO, 내리GO'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대구광역시서구정신건강복지센터
대구광역시서구정신건강복지센터와 대구시정신보건기관들이 2015년 12월22일 대구 두류역 지하상가에서 음주문화 개선을 위한 절주 캠페인을 열고 있다. 현수막에 '올리GO, 내리GO'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대구광역시서구정신건강복지센터

ESG 활동을 소개하는 내용엔 이런 대목도 있다. ‘매월 첫째주 수요일인 애쓰자 데이’를 ‘애쓰자 위크’로 변경해 집중추진 기간을 확대하고,~~‘ NH농협금융은 추구하고 나아가야 할 미래상으로 ‘사랑받는 일등 민족은행’을 제시하고 있다. 최고경영자 인사말은 “친애하는 농업인 그리고 고객 가족 여러분!”으로 시작한다.

데이와 위크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어르신도 많다. 날과 주간을 데이와 위크로 쓴다고 더 그럴 듯해 보이지도 않는다. ’ESG를 우리말로 요약하기 어려우면 그냥 'ESG 애쓰자‘ 혹은 ’ESG 힘쓰자‘라고 하고 ESG 옆에 설명을 붙이면 될 일이다. 매월 첫째주 수요일로 정했던 ’ESG날‘을 ’ESG주간‘으로 변경해~ 라고 쓴다고 ’없어‘ 보이지 않는 것도 물론이다.

* 공동기획 : 여성신문 X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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