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의 W초대석] 신영애 (재)아트실비아 이사장

예당후원회 부회장 8년, 예술은 후원·관객 필요
실내악오디션 10년, 가톨릭문화원아트센터 건립
음악은 수형자들 굳은 얼굴· 닫힌 마음도 풀어

신영애 아트실비아 이사장 ⓒ홍수형 기자
신영애 아트실비아 이사장 ⓒ홍수형 기자

 

“2004년 예술의전당후원회에 가입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최고경영자문화예술과정(CAP)에도 2기에 입학했구요. 아이들 뒷바라지와 어른들 모시는 일에서 다소 자유로워진 만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외부 활동을 시작하면서 앞면엔 이름과 연락처, 뒷면엔 모네의 그림을 넣어 명함을 만들었지요.”

신영애 (재)아트실비아 이사장은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곱다. 말도 조곤조곤 한다. 일에선 딴판이다. 부드러운 모습과 달리 뚝심 있고 철저하다. “힘들 텐데”라는 주위의 우려 속에 시작한 ‘실내악 오디션’을 지속해온 것만 봐도 그렇다. 최근 재단 설립 10주년 기념음악회를 개최한 신 이사장을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만났다.

“본래 음악을 좋아했어요. 딸이 서울대학교 음대에서 비올라를 전공하기도 했구요. CAP에 다니고 예술의전당후원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클래식음악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됐어요. 예술은 후원자와 관객을 필요로 하는데 말이죠. 어떻게 지원하는 게 가장 좋을까 고심한 끝에 실내악 육성에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실내악 위해 국내 첫 비영리법인 설립

2011년 사재를 출연해 (재)아트실비아를 설립했다. 아트실비아는 순수하게 실내악 지원만을 위해 만든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비영리법인이다. 실비아는 신 이사장의 세례명이다. 2012년부터 실내악오디션을 시작했다. 현악4중주, 피아노트리오, 목관5중주, 금관5중주 등 네 부문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실시한다.

“실내악은 함께 하는 이들의 실력과 마음· 시간· 공간이 모두 어우러져야 가능합니다. 그런 조화와 하모니가 단독 연주에선 느끼기 힘든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하지요.”

아트실비아 오디션은 대부분의 경연대회와 달리 참가비를 받지 않는다. 해외 참가자가 많은 만큼 예심은 CD로 하고, 예선과 본선은 라이브로 진행한다. 예선에서도 곡 전체를 연주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 한 팀당 50~60분씩 걸리니 심사위원들도 힘들지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자면 전체 연주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매년 대상인 ‘아트실비아상’과 함께 특별상과 영실비아상 수상팀을 선정한다. 10회째인 올해 상금은 3000만원. 해외 참가자 중 본선 진출자에겐 항공료를 지원하고, 수상팀에겐 국내 최고의 실내악축제인 스프링실내악페스티벌 참가 특전을 준다.

신영애 아트실비아 이사장 ⓒ홍수형 기자
신영애 아트실비아 이사장 ⓒ홍수형 기자

수상팀들 국내외에서 맹활약해 보람

“1회 우승팀인 노부스콰르텟은 2013년 뉴욕 카네기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어요. 룩스트리오는 2018년 뮈헨ARD국제음악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2위 없는 공동3위와 청중상을 받았구요. 2020년 대상팀인 에스메콰르텟은 국내에서 공식 데뷔무대를 갖고 현재 유럽에서도 활동합니다. 다른 팀들도 모두 맹활약 중이구요.”

아트실비아는 지난 5월 24일엔 경기도 김포시의 가톨릭문화원아트센터 실비아홀에서 창립 10주년 기념음악회를 열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씨와 피아니스트 김영호(연세대 교수) 씨를 비롯, 박재홍(바이올린), 최나경(플루트), 이미성(오보에), 조인성(클라리넷) 씨와 2015년 오디션 대상팀인 브라스아츠서울과 에스메콰르텟 등이 출연, 수준 높은 연주로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음악회가 열린 가톨릭문화원아트센터 또한 신 이사장이 건립했다. “다니던 성당의 신부님이 음악미사를 드렸어요. 생활성가팀과 무용팀도 운영하구요. 공연팀과 함께 복지시설이나 교도소를 방문했을 때 연주 도중 듣는 이들의 얼굴 근육이 풀리는 걸 봤어요. 공연장이 있으면 신부님의 활동에 도움이 되겠다 싶었지요.”

부지를 매입하고 예술의전당 건축가 김석철 씨에게 설계를 부탁했다. 문화원의 다른 시설은 후원자들의 십시일반으로 짓고, 실비아홀은 신 이사장이 담당했다. 건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재료공장을 방문하고 의자 길이까지 꼼꼼히 따졌다. 실내악에 최적인 극장의 객석은 460석. 층고가 높아 2층 객석이 1층을 거의 덮지 않는다.

신영애 아트실비아 이사장 ⓒ홍수형 기자
신영애 아트실비아 이사장 ⓒ홍수형 기자

수상팀 모아 자선음악회 개최하고파

“국제콩쿠르로 전환해 외국인들에게도 기회를 주라는 얘기도 있지만 지금처럼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려 해요. 입상한 뒤의 활동을 지켜볼 수 있으니까요. 오디션은 장학금 지급보다 힘들어요. 꼼꼼하게 기획하고 실행해야 하니까요. 다행히 음악 전공자인 딸이 도와주니 한결 수월합니다. 올해엔 못했지만 장차 기회가 되면 수상팀들을 모아 자선음악회 투어를 해보고 싶어요.”

신 이사장은 예술의전당후원회 부회장도 8년이나 지냈다. 일상도 예술과 함께한다. 음악강의를 듣거나 음대교수를 만나고 음악회에 간다. 다른 일정이 없으면 근처 극장으로 예술영화를 보러 간다. “주로 혼자 다닙니다. 관람 후엔 내용을 생각하며 걸어오구요. 모임 약속은 되도록 줄이구요.”

신 이사장은 지적 호기심이야말로 삶의 동력이라고 얘기한다. “자기 전에 한두 페이지라도 책을 보려 합니다.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사람을 젊고 활동하게 만드니까요. 김형석 교수님께서 매일 글을 쓰신다는 얘기에 감동했습니다. 발전하지 않는 인생은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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