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공공부문 성별다양성’ 세미나 개최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분석 결과
‘공공기관 여성임원 20%’ 달성했지만
실질적 성평등은 글쎄

여성 임원 93.1%는 ‘비상근직’
여성 기관장은 10%도 안 돼
소위 ‘알짜기업’ 임원은 남성 차지

공공기관별·소관 부처별 ‘여성임원 20%’
기관장·상임이사 여성 의무화 제안도

민간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임원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는 후진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은정 디자이너
민간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임원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는 후진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은정 디자이너

재계는 요즘 ‘여성 인재’ 모시기에 바쁘다. 내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 기업은 여성 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2021년 6월 현재 공공기관 여성 임원 비중은 22.1%. ‘2022년까지 공공기관 여성 임원 20%’ 목표를 달성했다. 실상은 어떨까. 여성 임원 대다수는 비상근직이다. 745명 중 694명(93.1%)이 비상임이사다. 

소위 ‘힘 있는 공공기관’ 임원은 남성 차지다. 2018년과 2020년 정부 부처별 임원 통계를 살펴보니 기획재정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국방부 등 소관 공공기관은 ‘남성 9 : 여성 1’ 수준의 성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여성 임원은 대개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소관 기타공공기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에 포진해 있었다. 공기업(16.4%),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16.0%)의 여성 임원 비율은 10%대에 불과했다.

공공기관 총 350곳 임원 3400여 명 중 여성은 22.1%. 대부분 비상임이사다. ⓒ여성신문
공공기관 총 350곳 임원 3400여 명 중 여성은 22.1%. 대부분 비상임이사다. ⓒ여성신문

여성 기관장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 2021년 6월 현재 공석·기타를 제외한 기관장 320명 중 여성은 30명(9%)뿐이다. 이 중 16명(53.3%)이 기타공공기관에서 근무한다. 대개 여가부 산하기관, 문화예술 관련 기관이다. 공기업 36곳을 통틀어 여성 기관장은 1명뿐이다. 시장형 공기업,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등엔 여성 기관장이 한 명도 없다.

공석·기타를 제외한 공공기관장 320명 중 여성은 30명(9%)뿐이다. ⓒ여성신문
공석·기타를 제외한 공공기관장 320명 중 여성은 30명(9%)뿐이다. ⓒ여성신문

상임이사 성비도 비슷하다. 공기업 여성 상임이사는 2.7%(4명), 준정부기관은 5.7%(13명)뿐이다.

공공기관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 성비 분석 결과 ⓒ여성신문
공공기관 상임이사와 비상임이사 성비 분석 결과 ⓒ여성신문

이를 분석한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민간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임원진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는 후진적”이라고 비판했다. 18일 (사)미래포럼이 연 ‘공공부문 성별다양성 현황과 추세’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다.

공공기관 임원 이력 살펴보니
큰 조직·연봉 높을수록 ‘관료 출신’
상임이사는 ‘내부 승진’ 가장 많아
여성은 애초 후보군 적어

임원들의 이력도 성별에 따라 달랐다. 대체로 조직 규모가 클수록, 연봉이 높을수록 관료 출신 임원 비중이 높았다.

기관장의 약 37%는 소관부처 관료 출신이었다. 여성 기관장은 남성과 달리 학계 출신(약 30%)이 가장 많았다. 관료 출신 여성 기관장은 약 23%였다. 박 대표는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은 대체로 집권여당 입김이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성은 고위 관료 풀이 작아서 남성보다 기관장 후보군이 적고, 외부 영입이 많다”고 풀이했다.

상임이사들은 내부 승진(약 36%)했거나 관료 출신(약 29%)인 경우가 많았다. 여성은 남성보다 학계 출신 비중이 다소 높았으나, 전반적으로는 남성과 이력이 비슷했다. 박 대표는 “상임이사의 주요 이력은 내부 승진과 관료 출신이 전체의 약 70%로, 여성이 상대적으로 후보군이 적어 편중 현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비상임이사는 공공기관 구분 없이 여성 비율이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 학계(약 32%), 관료 출신(약 26%)이 대부분이었다(당연직 포함). 박 대표는 “기관장, 상임이사에 비하면 경쟁이 치열한 자리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면서도, “비상임이사도 기관마다 대우가 다르다. 기타공공기관 비상임이사는 회의비 정도만 받는데, 시장형 공기업 비상임이사는 연봉도 높고 힘 있는 자리다. 이런 자리는 거의 남성 차지”라고 설명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가 18일 (사)미래포럼이 연 ‘공공부문 성별다양성 현황과 추세’ 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여성신문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가 18일 (사)미래포럼이 연 ‘공공부문 성별다양성 현황과 추세’ 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여성신문

“똑같이 채용돼도 유독 여성 승진 더뎌
남성중심 인사평가·기관장 의지 살펴봐야”

공공기관별·소관 부처별 ‘여성임원 20%’
기관장·상임이사 여성 의무화 제안도

350개 공공기관 임직원 중 여성은 2021년 33.2%로 2016년(27.8%)부터 매년 늘고 있다. 여성 신규채용 인원도 2015년 39.8%에서 2020년 47.2%로 늘었다. 그러나 여성 임직원 비중이 커진 것은 채용 확대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영향이 크다. 박 대표는 “2018년 이전 공공기관 비정규직 60%는 여성이었고, 정규직 전환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 “그래도 공공기관 절반은 여성을 채용한다고 볼 수 있는데, 고위직에 올라가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인사평가 제도가 남성 중심적이라서 그런 게 아닌지, 기관장의 의지는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임원들은 기관 활동을 감시하는 역할(watchdog)을 맡고 있는데도, 이력을 보면 우리 사회의 ‘엘리트 카르텔’이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별 다양성 확대는 그 카르텔을 깨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평균 20%가 아니라, 공공기관별, 소관 부처별로 여성 임원 20%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법처럼 공공부문 기관장과 상임이사진에 여성을 1명 이상 두도록 의무화하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문미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공감을 표하면서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 심의·의결위원회의 성별 다양성도 중요하다. 관련법에 ‘성별의 다양한 구성’을 명시하면 좋겠다”고 했다.

‘공공기관 여성임원 20%’ 목표 자체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여성 임원 비율은 관리직급 이상을 포함해 평균 33.2%다. 한국은 아직 OECD 평균조차 따라잡지 못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3월6일 발표한 ‘2020 유리천장 지수’에서는 9년째 OECD 꼴찌를 기록했다.

박경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여성이 조금만 늘어도 굉장히 많이 늘어난 듯한 착시효과가 생기는데, ‘여성 30%’라는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갈 길이 아직 멀다. 정부가 사기업에는 여성 임원을 두도록 의무화하면서 기본이 돼야 할 공공기관의 성별 다양성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를 개최한 (사)미래포럼은 2013년부터 ‘한국30%클럽’을 발족해 성별다양성 증진을 위한 ‘기업 여성 임원 30% 달성’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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