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현옥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 ②
“남편 정치활동엔 여전히 관여 않지만
연극인으로서 절실한 문제는 제안
제 아이디어가 정책공약 되기도...
남편 같은 사람이 정치해야 우리나라에 좋아”

4·7 보궐선거 당선이 확실해진 4월8일 새벽,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 시장 부인 송현옥 세종대 교수, 오 시장,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뉴시스·여성신문
4·7 보궐선거 당선이 확실해진 4월8일 새벽,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 시장 부인 송현옥 세종대 교수, 오 시장,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뉴시스·여성신문

이어지는 기사 ▶ ‘서울시장 남편’만큼 제 ‘연극인생 30년’도 소중해요 www.womennews.co.kr/news/213291

4·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내년 지방선거 도전 의지를 밝혔다. 

“남편은 10년 전 시장직을 물러난 뒤 자기가 소신 있게 한 일들, 애정이 많았던 것들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면서 마음 아파하고 죄송해했어요. 미처 못한 일, 어그러진 일이 많았는데 재개하는 기쁨이 큰 것 같아요. 또 새로운 10년, 새로운 미래가 있으니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는 게 있어요. 원래 일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선거운동 3개월 후 바로 임기를 시작했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니 하나도 안 피곤하대요.” 

송현옥 교수는 “제가 남편의 정치 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라면서도, “연극인으로서 느끼는 절실한 문제는 이야기하게 된다. 제 아이디어가 선거운동 때 정책공약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치 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던 10년 전과는 다르다.

“남편이 처음 시장이 됐을 땐 결벽증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제가 남편에게 어떤 조언을 하는 건 월권 같아요. 다만 연극을 하면서 느끼는 절실한 문제는 이야기하게 돼요.

예를 들면 공연은 무대 세트 등 기자재 마련에 돈이 많이 들어요. 그런데 보관할 장소나 돈이 없어서 쓰고 버리거든요. 그래서 ‘공연 기자재 공유 창고 마련’을 부탁했습니다. 또 우리나라 학생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너무 없잖아요. 어릴 때부터 교양과 취향을 자연스레 기를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했어요. 이 아이디어는 ‘초·중·고 학생 중소규모 문화공연 무료관람 지원’ 공약이 됐습니다. 초등학교 5~6년을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들었어요. 시나 국가 차원에서 예술가들의 공연 기획홍보도 지원해 주면 좋겠어요.”

- 정책공약뿐 아니라 문화예술 시정에도 목소리를 내실 건가요.

“저는 이야기만 했을 뿐, 직접 챙기거나 물어보진 않아요. 그런 건 선을 그어요.”

- 교수님처럼 ‘직업 활동을 이어가는 정치인의 아내’는 흔치 않습니다.

“제가 남편의 일을 존중하고 응원하듯이 제 일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편이 더 그렇게 생각해요. 예전에는 남편 때문에 제가 연출가로서 더 명성을 떨치지 못해서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저는 제 성취에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껴요.

10년 전보다 지금 더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워요. 그때는 젊었고, 잘 몰랐고, 연극에 빠져서 살았죠. 남편 일 때문에 행사에 참석할 때는 시댁 가는 마음으로 갔어요. 지금은 남편을 지지해주시는 모든 분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송현옥 세종대 교수가 6월17일 서울 서초구 더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송현옥 세종대 교수가 6월17일 서울 서초구 더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 일·가정 양립 노하우는?

“‘수퍼맘’은 없어요. ‘수퍼 패밀리’가 있죠. 가족의 사랑과 희생, 지지가 없다면 ‘수퍼맘’은 존재할 수 없어요.”

송 교수는 “다른 신혼부부들이 저희 부부를 보고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느냐고 묻더라. 체념하면 된다.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고, 타협하고 살아야 한다. 연극하는 부인이 반가운 남자가 있겠나. 정치하는 남편을 원하는 여자가 있겠나. 서로 체념하니까 잘살게 되더라”라며 웃었다.

- 남편의 정치 복귀가 반갑지 않으셨어요?

“동전의 양면이죠. 가족과 오랜 시간 함께해서 좋았지만, 남편이 뜻을 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10년을 보내서 안쓰러웠어요. 이번엔 좀 성공했으면 해요. 남편을 믿어요.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런 사람이 정치해야 우리나라에 좋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 남편을 그렇게 응원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 ‘내곡동 땅 의혹’에 대한 입장은.

“저도 내곡동에 가본 적 없어요. 남편이 (10년 전) 시장 시절 정말 살얼음판 걷듯이 걸었는데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네요. 초반엔 굉장히 힘들었고 나중엔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무조건 걸어요. 주로 남편과 함께 집 근처 한강공원을 돌아요. 남편은 선거 때 석 달 간 새벽에 나가서 밤 9~10시에 귀가하면서도 거의 매일같이 한강에 갔어요. 건강을 지키려는 필사의 노력이에요.”

-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없습니다(웃음). 이제는 욕망을 가질 때가 아니라 매사에 감사하면서 여생을 평안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이번 선거 때 정말 하느님께 많은 감사의 기도를 올렸어요. 코로나19를 계기로 인생관이 많이 변했어요. 이전에는 정말 많이 욕망하고 섭섭해했죠. 지금은 그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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