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송현옥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 ②
“남편 정치활동엔 여전히 관여 않지만
연극인으로서 절실한 문제는 제안
제 아이디어가 정책공약 되기도...
남편 같은 사람이 정치해야 우리나라에 좋아”
이어지는 기사 ▶ ‘서울시장 남편’만큼 제 ‘연극인생 30년’도 소중해요 www.womennews.co.kr/news/213291
4·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미 내년 지방선거 도전 의지를 밝혔다.
“남편은 10년 전 시장직을 물러난 뒤 자기가 소신 있게 한 일들, 애정이 많았던 것들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면서 마음 아파하고 죄송해했어요. 미처 못한 일, 어그러진 일이 많았는데 재개하는 기쁨이 큰 것 같아요. 또 새로운 10년, 새로운 미래가 있으니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는 게 있어요. 원래 일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선거운동 3개월 후 바로 임기를 시작했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니 하나도 안 피곤하대요.”
송현옥 교수는 “제가 남편의 정치 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라면서도, “연극인으로서 느끼는 절실한 문제는 이야기하게 된다. 제 아이디어가 선거운동 때 정책공약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치 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던 10년 전과는 다르다.
“남편이 처음 시장이 됐을 땐 결벽증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제가 남편에게 어떤 조언을 하는 건 월권 같아요. 다만 연극을 하면서 느끼는 절실한 문제는 이야기하게 돼요.
예를 들면 공연은 무대 세트 등 기자재 마련에 돈이 많이 들어요. 그런데 보관할 장소나 돈이 없어서 쓰고 버리거든요. 그래서 ‘공연 기자재 공유 창고 마련’을 부탁했습니다. 또 우리나라 학생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너무 없잖아요. 어릴 때부터 교양과 취향을 자연스레 기를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했어요. 이 아이디어는 ‘초·중·고 학생 중소규모 문화공연 무료관람 지원’ 공약이 됐습니다. 초등학교 5~6년을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들었어요. 시나 국가 차원에서 예술가들의 공연 기획홍보도 지원해 주면 좋겠어요.”
- 정책공약뿐 아니라 문화예술 시정에도 목소리를 내실 건가요.
“저는 이야기만 했을 뿐, 직접 챙기거나 물어보진 않아요. 그런 건 선을 그어요.”
- 교수님처럼 ‘직업 활동을 이어가는 정치인의 아내’는 흔치 않습니다.
“제가 남편의 일을 존중하고 응원하듯이 제 일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편이 더 그렇게 생각해요. 예전에는 남편 때문에 제가 연출가로서 더 명성을 떨치지 못해서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저는 제 성취에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껴요.
10년 전보다 지금 더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워요. 그때는 젊었고, 잘 몰랐고, 연극에 빠져서 살았죠. 남편 일 때문에 행사에 참석할 때는 시댁 가는 마음으로 갔어요. 지금은 남편을 지지해주시는 모든 분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 일·가정 양립 노하우는?
“‘수퍼맘’은 없어요. ‘수퍼 패밀리’가 있죠. 가족의 사랑과 희생, 지지가 없다면 ‘수퍼맘’은 존재할 수 없어요.”
송 교수는 “다른 신혼부부들이 저희 부부를 보고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느냐고 묻더라. 체념하면 된다. 상대를 바꾸려 하지 말고, 타협하고 살아야 한다. 연극하는 부인이 반가운 남자가 있겠나. 정치하는 남편을 원하는 여자가 있겠나. 서로 체념하니까 잘살게 되더라”라며 웃었다.
- 남편의 정치 복귀가 반갑지 않으셨어요?
“동전의 양면이죠. 가족과 오랜 시간 함께해서 좋았지만, 남편이 뜻을 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10년을 보내서 안쓰러웠어요. 이번엔 좀 성공했으면 해요. 남편을 믿어요.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런 사람이 정치해야 우리나라에 좋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 남편을 그렇게 응원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 ‘내곡동 땅 의혹’에 대한 입장은.
“저도 내곡동에 가본 적 없어요. 남편이 (10년 전) 시장 시절 정말 살얼음판 걷듯이 걸었는데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네요. 초반엔 굉장히 힘들었고 나중엔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무조건 걸어요. 주로 남편과 함께 집 근처 한강공원을 돌아요. 남편은 선거 때 석 달 간 새벽에 나가서 밤 9~10시에 귀가하면서도 거의 매일같이 한강에 갔어요. 건강을 지키려는 필사의 노력이에요.”
-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없습니다(웃음). 이제는 욕망을 가질 때가 아니라 매사에 감사하면서 여생을 평안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이번 선거 때 정말 하느님께 많은 감사의 기도를 올렸어요. 코로나19를 계기로 인생관이 많이 변했어요. 이전에는 정말 많이 욕망하고 섭섭해했죠. 지금은 그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