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가 24일 공론화
학내 성평등센터 “조사 중”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의 전경. ⓒ한국외대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의 전경. ⓒ한국외대

한국외대 외국인 교수가 강의 중 성폭력 등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담긴 교재를 학생들에게 읽게 하고, 여학생에게 성희롱적인 질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휴대폰 개통이나 자녀 돌봄 등 극히 개인적인 일까지 학과 조교에게 부탁했다는 ‘갑질’ 의혹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사건을 조사하는 한편, 해당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하기로 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이하 총학생회)는 23일 페이스북에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의 인권침해 및 성희롱 사건에 대한 총학생회 성명문’을 게시했다.

총학생회는 “5월 총학생회 청원게시판을 통해 ‘스칸디나비아어과 M교수 인권침해 및 성희롱 사건’을 인지했다. 총학생회는 게시글을 게재한 신고인과 면담을 진행해 자세한 사건의 경위를 파악했다”며 “신고자의 동의를 얻어 해당 사건을 공론화함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고급스웨덴어회화작문 수업에 사용된 교재에는 성폭행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M교수는 학생들에게 교재를 읽게 하고, 교재 내용 중 여성 인물이 생리하는 장면, 방 곳곳에 피가 튀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해당 부분에 대해 몇몇 여학생에게 “이렇게 피를 많이 흘리는 게 가능한가?”라고 질문하며 “온 사방이 피로 물들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과장이다”라고 이야기했다.

M교수는 지난해 2학기 전에도 꾸준히 성폭력, 성매매, 성도착자를 소재로 하는 작품을 선정해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모두 읽고, 설명하며 수업했다.

총학생회는 “소아성애, 성폭력, 성매매를 소재로 하는 내용이 스웨덴 문학 내에서 불가피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는 소재라고 하더라도, 성적인 묘사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자세히 다루며 학생들에게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교수법임이 분명하다”며 “성희롱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은 성적 불쾌감을 느낀 피해자 관점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에 따라 본 사건은 성희롱 사건의 성립 여부를 모두 갖춘 사건으로써 응당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M교수의 ‘갑질’ 의혹도 불거졌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M교수는 2017년부터 학과 조교들에게 자주 개인적인 일들을 처리해줄 것을 부탁했다. 새벽에 TV 케이블 연결 문제로 조교에게 전화하거나, 휴대폰 개통을 요청하고, 자녀 돌봄 아르바이트를 제안했다고 한다. 또 2017년 2학기부터 2019년 1학기까지 취미생활을 이유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진촬영을 반복했다고도 한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23일 페이스북에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의 인권침해 및 성희롱 사건에 대한 총학생회 성명문’을 게시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한국외대는 24일 이사회 인사소위원회를 열어 M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하기로 했다. 별도의 징계는 없었다. 8월까지는 한국외대 교원 신분을 유지한다.

한국외대 성평등센터 측은 여성신문에 “현재 신고인과 피신고인 조사는 모두 마쳤다. 사안이 복잡해서 현재 참고인 조사 중이다. 조사가 끝나면 규정에 따라 심의위원회에서 판단을 내리고, 이후 징계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주원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M교수가 징계를 받지 않아 언제든지 강단에 설 수 있다”며 “피해자와 소통해 사건 조사나 징계 등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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