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변호사·국회의원·공무원 등 다양한 경력의 여성 리더
취임 1년, 국제투명성기구 국가청렴도 20위권 진입이 목표 
반부패 총괄기관으로 제2의 LH사태 없도록 공직사회 기강 바로잡겠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홍수형 기자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홍수형 기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최근 2008년 출범 이후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때문이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 조사 역시 민주당 의원 때처럼 ‘직무회피’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6월 취임 후 굵직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달려왔다는 전현희 위원장을 6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전현희 위원장은 이력은 다채롭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부산 데레사여고와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3년간 치과의사로 활동하다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 한국 최초의 치과의사 출신 의료전문 변호사가 됐다. 18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을 거쳐 20대에 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됐다.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원내대변인, 당내 정책위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6월 장관급인 제7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의사‧변호사‧국회의원‧공무원 등 다양한 경력의 여성 리더다.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거래 조사부터 물었다. “위원회 내 특별조사단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한 점 의혹도 없도록 엄격한 잣대로 강도 높게 조사할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조사 당시 직접조사권이 없어 어려움도 있었지만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와 직원들 부담이 상당합니다. 국민의힘 조사 역시 민주당 조사 때와 동일한 잣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권익위는 지난 29일부터 한 달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 직계 존비속 427명에 대한 부동산 거래 내역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국민권익위원회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무주지가 보이는 을지전망대를 방문한 전현희 위원장 ⓒ국민권익위원회

이해충돌방지법 8년 만에 통과 시켜

경주 한센인 거주지 희망농원 환경 개선

강원도 양구 무주지 '펀치볼' 국유화 주민 매각

전 위원장은 취임 후 1년동안 종래 해결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잘 마무리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8년 간 논의돼온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다. “반부패 제도 개혁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공익과 사익의 충돌상황을 방지함으로써 부정한 사익 추구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면에서 공직사회의 청렴도와 신뢰 향상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 위원장은 의사 국가고시 관련 갈등을 수습한 것과 한센인들의 거주지인 경북 경주 천북면 ‘희망농원’ 환경 개선을 취임 후 1년간 치른 밥값 중 하나라고 했다. 또 화채그릇처럼 움푹 들어가 '펀치볼(Punch Bowl)'이라고 불리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의 무주지(無主地)를 주민에게 매각할 수 있도록 '수복지역 내 소유자 미복구 토지의 복구등록과 보존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시행할 수 있게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펀치볼 문제는 국토부, 행안부, 농림부, 강원도, 양구군, 국방부 등 9개 부처가 함께 풀어야 했습니다. 권익위의 조정 기능이 발휘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풀어 일단 국유화했더니 재산 가치가 1조6천억원 정도 됐습니다. 주민들도 좋아하셨고요.”

최근 LH사태와 같은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권익위에 더 강도 높은 예방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올해 3월 대통령께서 주재한 제7차 반부패 정책협의회에서 ‘부동산 부패 청산’을 주제로 LH사태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광범위한 대책을 논의했고, 지난 4월 ‘공공기관 반부패‧청렴 혁신 10대 과제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해충돌방지 제도 운영을 점검하고, 공기업 윤리준법경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청렴교육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 1월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발표한 2020년 국가청렴도(CPI)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61점으로 180개국 중 33위를 차지했다. 권익위는 2022년까지 세계20위권 청렴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홍수형 기자
전현희 위원장이 권익위 마스코트 '권익이'와 '청백이'를 설명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성평등 사회 인식 변화 이뤄져 성인지적 정책 수립 필요 

정책 수단 활용 젠더 갈등 해결 다각적 노력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를 혼동하는 사람도 있고, 하는 일의 차이점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전 위원장은 권익위 마스코트 ‘권익이’와 ‘청백이’를 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인권을 다루는 주무부처이고, 권익위는 국민 권익을 다룹니다. 권익이는 국민신문고를 상징합니다. 한해에 1천만 명 정도가 두드리는 신문고의 민원을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청백이는 암행어사입니다. 부패방지 주무부처로 공직사회 행동강령과 공직기강을 잡는 암행어사 기관이라는 뜻입니다. 부패방지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가 합쳐져 반부패를 총괄하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젠더 갈등도 사회적 이슈다. 여성 권익 신장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이가 커 보인다. 권익위 위원장으로서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헌법은 1948년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한 이래 몇 차례 개정을 거쳐 국가가 여성의 복지와 권익 향상, 모성 보호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본권에 있어 성차별을 금지하고 가정‧직장‧사회 등 생활 속에서 성평등을 구현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사실상 선진국에 진입한 단계지만, 젠더 문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최근 남녀 갈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사회적으로 차별 받는다고 여기고, 남성은 남성대로 역차별을 받는다고 얘기합니다. 양쪽 목소리를 다 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성평등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 하고, 성인지적 관점의 정책 수립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 위원장은 권익위가 성차별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들었다. “지난해 ‘교복 학교주관구매제도’를 개선해 여학생도 바지 교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 권고해 올해 시행됩니다. 임신 7개월 여군의 뇌출혈 사망을 일반 사망으로 처리한 사건에 대해 재심을 권고해 최종 순직으로 결정되게 했습니다. 앞으로도 권익위가 갖고 있는 정책 수단을 활용해 젠더갈등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전현희 위원장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 하거나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저는 집중력이 높습니다. 치과의사를 하다가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떤 일이든 한번 집중하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것만 봅니다. 지금은 권익위 위원장 임기 3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홍수형 기자
전현희 위원장 ⓒ홍수형 기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약력

- 1964년 경상남도 통영 출생

- 부산 데레사여고 서울대 치의학과

- 고려대 의료법학 석사

- 18·20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 소장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환경위원회·여성인권위원회 위원

- 대한의료법학회 이사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