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여야 대선주자들의 반페미니즘 발언
추미애 “페미니즘에 반대” 논란 일자 반박
“독선·혐오적으로 오해받는 ‘페미현상’ 반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여야 대선주자들의 반페미니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벌어진 젠더갈등·여성혐오 논란에 대해 “지금은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시기가 아닌 것 같다”며 “휴머니즘을 따져야 할 시간에 무슨 페미니즘만 따지나”라고 발언했다.

홍 의원은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청년정책토크쇼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성인지감수성과 관련해서는 “성범죄에 있어서 속된 말로 ‘여자가 당했다고 하면 당한 것’이라는 것”이라며 “성인지 감수성 판결은 대법원에서 잘못된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판결도 이해가 되긴 하지만, 너무 나간 판결 아닌가 생각한다”며 “‘성인지 감수성’이란 판결을 처음 쓴 대법관이 사법연수원 동기”라고 했다.

또한 “성인지 예산을 줄인다고 하면 여성계에서 가만 안 있는다”며 “욕은 안 얻어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헌법에 평등의 원칙이 천명돼있는데 왜 온갖 분야에 차별금지라고 하는지 참 이상하다”고 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 의원의 발언을 나열하며 “조선시대에서 타임머신 타고 튀어나오셨나 싶었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홍 의원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물의를 빚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 자리에서 한 발언은 2021년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 자체를 의심하게 하는 수준이었다”며 “성평등의 측면에 있어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에 비해 조금 변화했을 뿐이다. 이 조금의 변화에도 적응을 못 하시겠다면, 정치를 그만두시고 과거에 알고 지내던 말 통하는 분들끼리 지내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내놨다. ‘성인지감수성’ 발언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통한 피해 회복이 여전히 어려운 한국 사회 여성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내뱉은 말에 지나지 않다”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했다는 이유로 2차 가해의 위협을 받고 무고죄로 고소당하는 현실에서,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이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하여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과 경험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들은 신고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성인지 감수성이 법적 개념으로 편입된 것은 그러한 현실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한 것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성인지 예산’에 대한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성인지 예산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성평등을 주요한 기준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법과 정책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 제도”라며 “이러한 제도를 단순히 ‘줄이면 여성계가 반발하는 문제’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면, 이는 국가의 운영을 책임지는 정치적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자백하는 꼴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앞서 여권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시사타파TV’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이라고 꽃처럼 대접받기 원한다면 항상 여자는 장식일 수밖에 없다”며 “페미니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지난 28일 SNS에 “페미니즘은 여성을 꽃처럼 대접하라는 사상이 아니라, 여성을 사람으로 대접하라는 사상”이라며 “여성을 위한 정책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문재인 정부의 장관이자 여당의 대선 후보가 실패를 직시하지 않고 단순히 ‘페미에 반대한다’는 포퓰리즘 발언을 내뱉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추 전 장관은 자신의 ‘페미니즘 반대’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말의 맥락을 무시한 채 반 페미니스트로 몰아가고 있다”며 “남성 배제적 페미니즘의 극단화를 경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9일 SNS에 “독선적이고 혐오적으로 오해받는 ‘페미현상’에 반대하는 것이며 원래의 페미니즘이 이렇지는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자신의 발언은 본래 페미니즘이 아닌 “일각의 우려스러운 ‘배타적(exclusive) 페미현상’”에 대한 지적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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