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인터뷰] 김성숙 여성긴급전화1366 전국협의회 회장
1일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 1366 20주년 기념식 개최
2001년 시작 이후 430만 건 전화 상담 받아
긴급전화뿐 아니라 임시보호시설 ‘긴급피난처’도 운영
“성폭력 원인을 여성으로 보는 가부장적 사회 바뀌어야”

김성숙 1366 회장 ⓒ홍수형 기자
김성숙 1366 회장 ⓒ홍수형 기자

폭력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위기에 처한 여성들을 보호·구조하기 위해 연중 24시간 운영되는 전화가 있다. 2001년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출범과 함께 문을 연 여성긴급전화 1366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받은 상담전화만 430만 건.

1366은 1년 365일에 하루를 더해 충분하고 즉각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센터는 전국 16개 시·도 18개소에서 운영 중이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디지털성범죄 등의 피해를 입은 여성의 경우 국번 없이 1366에 전화하면 된다. 전국에 있는 상담소, 의료기관, 수사기관 등과 연계해 문제 해결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366은 전화 상담뿐 아니라 임시보호시설인 ‘긴급피난처’까지 운영해 폭력피해위기여성과 아동들을 보호하고 있다.

지난 1일 20주년 기념식을 연 김성숙 여성긴급전화1366 전국협의회 회장을 만났다. 김 회장은 24년동안 여성폭력피해자 지원에 앞장섰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인신매매, 미혼모, 가출청소녀 등을 지원하는 착한목자수녀회 소속으로 활동해왔다. 여성긴급전화 1366 강원센터장인 그는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대회 경기장 내 ‘성폭력 상담센터’를 만들어 총괄책임을 맡기도 했다. 대회 기간동안 총 30건의 상담이 접수돼 피해자에게 상담, 심리치료 및 법률 지원 등을 했다. 당시 IOC는 4곳의 성폭력 상담센터를 모두 방문을 해 상담센터의 필요성에 깊게 공감했다. 

김성숙 1366 회장 ⓒ홍수형 기자
김성숙 1366 회장 ⓒ홍수형 기자

 

20년 동안의 성과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1366은 2001년 시작 당시 지역센터마다 전담직원 9명뿐이었습니다. 9명이 3교대로 근무했는데 지금은 313명이 재직 중입니다. 초기지원센터로 운영하다 보니 각종 민관경 협업의 네트워크 중심 기관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렇게 핫라인 시스템을 구축한 곳이 없습니다. 이 시스템을 국제적으로 수출하면서 여성 권익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평창 동계 패럴림픽대회에서는 강원도 내 상담소 7곳과 협업해 성폭력 상담소를 운영해 해외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우리나라 모든 체육대회에서성폭력 상담소가 배치됐습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1366의 현재 고민은 무엇입니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처럼 폭력도 진화 중입니다. 이제는 디지털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으로 폭력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1366은 변화하는 폭력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질적으로 높일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고민은 여성권익시설의 열악한 임금체제입니다. 전문가들이 오래 현장에 남아 위기상담전문가로 있어야 하는데 이직률이 높습니다. 상담원 처우 개선이 가장 당면한 과제입니다.”

최근 가장 많이 걸려오는 상담 내용은 무엇입니까?

“1366은 20년간 11만5천명의 여성과 아동을 보호·구조했습니다. 원래는 전화 상담 중 가정폭력이 80% 이상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정신증에 의한 심리 상담이  40%를 넘었습니다. 이들은 사실 경계성 성격장애 혹은 알콜 등으로 지속적인 전문치료·관리를 받아야 하는 사각지대 여성들입니다. 지역사회에서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들 대부분이 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아픔을 들어줄 곳이 필요한 것입니다. 저희는 이들을 위한 돌봄지원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긴급피난처’ 운영에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코로나19보다 폭력을 더 무게 있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센터에서 불특정 다수를 24시간 보호하기 때문에 민원도 많이 들어옵니다. 1년간 1만명의 피해자들이 긴급피난처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자체 방역 및 선제적 검사 외에는 방역 대책이 없습니다. 상담원들의 안전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성가족부에서는 선제검사만 권장하고 있습니다. 노쇼물량 대기로 18개 센터 중 겨우 1개 지역센터만 1차적으로 백신을 맞았고 나머지 센터는 아직입니다. 상담원뿐 아니라 내담자도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백신접종 문제를 여가부에서 조속히 해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성숙 1366 회장 ⓒ홍수형 기자
김성숙 1366 회장 ⓒ홍수형 기자

본격적으로 여성폭력 문제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착한목자수녀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웃음) 전세계 73개국에 국제 착한목자수녀회가 있습니다. 수녀회의 정신인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이 주는 위로와 따뜻함으로 수녀회에 입회했습니다. 착한목자수녀회는 380년 동안 폭력피해 여성을 위해 헌신한 수녀회입니다. 수녀회에서 폭력피해 여성과 생활하다 보니 이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들은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기적적으로 상처가 치유됩니다. 당당한 여성으로 일어나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볼 때 ‘내가 미약하지만 주님도구 역할을 하고 있구나’, ‘수녀회에 참 잘 들어왔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폭력피해 여성을 향한 사회적 낙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폭력피해 여성을 냉담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들은 절망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성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삐뚤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이 모든 일의 책임자가 여성인 것처럼 보는 가부장적 사회 현실을 우리가 조금 더 의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의 역할도 큽니다. 언론에서 피해자들의 작은 소리에도 관심을 가져 주고 피해자들을 낙인 찍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타인에게 알리고 도움 받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여성폭력으로 힘겨워 하는 피해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혼자 힘겹게 고민하지 마십시오. 자포자기하지 말고 용기를 갖고 우리와 함께 갑시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래도 여성복지가 잘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민간단체들과 협업하면 한 사람 생명 지키는 것이 힘들겠습니까. 저희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었던 피해자가 오늘 우리 전화 한 통으로 살아갈 수 있구나 생각하며 소명을 다하고 있다고 봅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