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신간]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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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것 (조남주/민음사) ⓒ민음사
우리가 쓴 것 (조남주/민음사) ⓒ민음사

우리가 쓴 것

『82년생 김지영』으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삶’을 주요한 화두로 떠오르게 했던 조남주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여든 살 노인부터 열세 살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들의 경험을 다룬 소설 8편을 묶었다. 가스라이팅, 불법촬영, 돌봄 노동, 여성 노인의 삶, 페미니즘 내 세대 갈등 등 지금 한국 여성의 삶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문제들을 관통한다.

그중 일부 자전적 성격을 띠는 단편 ‘오기’는 페미니즘 소설을 쓴 후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소설가가 겪는 고통과 갈등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의도적인 오독과 심한 악플뿐 아니라 ‘당신이 여성 개개인의 입체적인 삶을 소설로 쓸 자격이 있냐’는 독자의 비난이 더 괴로웠다고 소설가는 털어놓는다. “그러나 나는 내 경험과 사유의 영역 밖에도 치열한 삶들이 있음을 안다고, 독자들도 언제나 내가 쓴 것 이상을 읽어주고 있다고, 그러므로 이 부끄러움도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는 소설가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조남주/민음사/1만4000원

샤프롱 (로라 모리아티/문학수첩) ⓒ문학수첩
샤프롱 (로라 모리아티/문학수첩) ⓒ문학수첩

샤프롱

보수적인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여성의 뭉클한 동행과 성장 소설이다. 결혼해 지역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30대 여성 코라는 뉴욕 무용 학교에 진학하는 10대 소녀 루이스의 보호자(샤프롱, chaperone)가 돼 함께 길을 떠난다. 고백할 수 없는 마음의 아픔을 안고 사는 둘은 뉴욕에서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좇을 기회를 얻게 된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다운튼 애비’의 마이클 엔글러 감독이 영화화를 결정해 화제에 올랐다.

로라 모리아티/김승욱 옮김/문학수첩/1만4800원

피오르의 유령 (이르사 시귀르다르도티르/문학동네) ⓒ문학동네
피오르의 유령 (이르사 시귀르다르도티르/문학동네) ⓒ문학동네

피오르의 유령

아이슬란드의 적막하고 광활한 자연과 특유의 기후를 배경으로, 선혈이 낭자한 살육 장면 없이 소리와 냄새와 그림자로 독자들을 오싹하게 만드는 작품이 국내 출간됐다. 고립된 공간에서 악몽 같은 공포를 경험하는 세 젊은이의 이야기와, 기이한 죽음들에 얽힌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경찰과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하나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아이슬란드 최고 범죄소설에 수여되는 ‘블러드 드롭 어워드’ 수상작, 스칸디나비아 최고의 서스펜스/범죄소설에 주어지는 ‘유리열쇠상’ 최종후보작이다. 저자 이르사 시귀르다르도티르는 어린이책을 쓰다가 2005년 범죄소설 작가로 변신해, 여성 변호사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토라’ 시리즈 등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이르사 시귀르다르도티르/김진아 옮김/문학동네/1만4500원

있지만 없는 아이들 (은유/국가인권위원회 기획/창비) ⓒ창비
있지만 없는 아이들 (은유/국가인권위원회 기획/창비) ⓒ창비

있지만 없는 아이들 

태어나자마자 죄인이 됐다. 부모에게 체류자격이 없어서 ‘미등록 장기체류 이주아동’이 된 아이들 얘기다. 보험 가입이 안 돼서 수학여행도 못 간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매, QR 체크인을 하고 식당에 들어가는 평범한 일상이 이들에게는 어려운 과제다. 한국에서 태어나 배우고 생활하며 한국인으로 자라지만 만 18세가 넘으면 본국으로 떠나야 한다. 2021년 현재 이러한 아이들의 수는 약 2만명으로 추정된다.

‘불법체류자’라는 꼬리표가 달렸지만, 은유 작가의 눈을 통해 본 이들은 그저 ‘소외된 아이들’이 아니다. 왜 태어나자마자 죄인이 되는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한국은 왜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지 않는지 되묻는다.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뿐 아니라, 이주민과 함께 나아가야 할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해 묵직한 고민거리를 던지는 책이다. 

은유/국가인권위원회 기획/창비/1만5000원

당신이 그린 우주를 보았다 (손희정/마음산책) ⓒ마음산책
당신이 그린 우주를 보았다 (손희정/마음산책) ⓒ마음산책

당신이 그린 우주를 보았다

김도영부터 이경미까지, 2019~2020년 개봉작을 선보인 여성 영화감독 13인의 작품 세계를 여성주의 시선으로 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이들을 “2010~2020년대에 활발히 활동하면서 카메라 밖 여성들의 시간에 이야기를 부여해 공적인 서사”로 만든 감독들이라고 소개하며, “2010년대 후반 한국 영화에 밀려온 여성 영화의 새로운 물결 덕분에 이 인터뷰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2부에서는 1990년대 초반~2000년대 중반까지 여성 영화인과 페미니스트 영화 이론가들이 어떻게 한국 영화산업 내 유리천장에 어떻게 균열을 내고, 역동적인 변화를 만들어 한국 영화 신르네상스기를 이끌었는지 분석한다. 

손희정/마음산책/1만6800원

나는 런던의 에이전트 레이디 (김나나/크리에이티브퍼블리싱) ⓒ크리에이티브퍼블리싱
나는 런던의 에이전트 레이디 (김나나/크리에이티브퍼블리싱) ⓒ크리에이티브퍼블리싱

나는 런던의 에이전트 레이디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유럽 축구리그 대표 구단들과 함께 일하는 한국 여성이 있다. 김나나(카탈리나 김) C&P Sports Group Ltd 대표다. 자기 이름을 딴 회사를 차리고, 유럽을 누비며 빅리그 대표 구단들의 인수합병, 대규모 스폰서십과 중계권 계약 등 굵직한 의뢰를 처리한다. 스페인어를 배우던 대학생에서 유럽 축구 빅클럽 에이전트로 일하기까지의 경험과 통찰도 수록했다.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축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에이전트의 관점으로 본 유럽 빅리그 지형과 선수들 이야기, 2019년 국내 축구 팬들을 분노케 한 ‘호날두 노쇼 사건’ 등 한국 에이전트 시장의 문제점 지적도 흥미로울 것이다.

김나나/크리에이티브퍼블리싱/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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