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이 7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정 성폭력방지법 시행 등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응체계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이 7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정 성폭력방지법 시행 등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응체계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선정국 초입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이준석 대표가 그에 가세하면서 폐지론에 불을 붙였다. 물론 국민의힘 안에서도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폐지 반대론이 나오고 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분열의 정치’라고 비판했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도 폐지론의 허점을 지적하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문제이니 당론까지 갈지는 아직 유동적이지만,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열려있는 시점이라 여가부 폐지론의 파장이 큰 상황이다.

물론 여가부 폐지론이 적지 않은 호응을 얻게 된 데는 문재인 정부 여가부의 책임이 크다.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범죄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정옥 장관은 “아직 수사중인 사건”이라고만 답하며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로 인해 치러지는 보궐선거를 "국민 전체가 성 인지성을 집단 학습할 기회"라고 표현하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여성들이 고통 당하는 사건에 침묵하고 얼버무리는 여가부 장관의 모습은 여가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을 낳았고, “여성가족부가 아니라 여당가족부”라는 야당의 힐난을 받기에 이르렀다. 정권과의 연줄에 따라 여가부 장관이 기용되다 보니, ‘여성 보다 정권이 먼저’인 여가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가부 20년의 역사를 모두 부정할 일은 아니다. 힘도 없고 예산도 적은 부처라는 한계는 뚜렷했지만, 호주제 폐지, 해바라기 센터 설립, 성매매 피해자 보호, 직장 내 성희롱 근절, 아이 돌보미 사업 등의 정책을 성평등의 관점에서 꾸준히 챙겨온 곳이 여가부였음도 사실이다. 세월호 구조를 하지 못했다고 해경을 해체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없었듯이, 여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대안도 없이 폐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폐지론자들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 등을 대안으로 거론하지만, 1년에 몇 번 모여 회의하고 밥 먹고 헤어지는 수많은 위원회들의 유명무실함은 우리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여가부의 폐지는 전국적으로 성평등 정책의 약화로 귀결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나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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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의 초점은 이제 여가부가 필요없는 시대가 되었느냐는 것이다. 이제 페미니즘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포스트 페미니즘’이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고개를 들어왔다. 이준석 대표가 주장했던 여성할당제 폐지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얘기였다. 포스트 페미니즘은 이제 젠더 평등이 확실히 달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여성들이 평등을 지나치게 추구한 결과 이제는 성차별의 희생자가 남성이 되었다고까지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 크리스틴 앤더슨은 『여성혐오의 시대』라는 책에서 “평등은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 성차별은 깊숙한 곳에서 여전히 존재하며 과거와 달리 매우 교묘하고 은밀해졌다”며 ‘페미니즘은 끝났다는 모함’을 반박한다.

한국의 여가부 폐지론자들도 이제 성평등이 어지간히 이루어졌으니 여가부가 굳이 없어도 된다고 말한다. 그들은 일부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여성들의 진출을 침소봉대하며 대다수 여성들이 받고 있는 성차별에 눈감고 있다. 고용, 임금, 돌봄 노동, 양육, 빈곤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 있는 것은 여전히 여성들이다. 코로나 시대 한복판에서  먼저 벼랑 끝에 서게 되는 것도 여성들이 되고 있다. 

여가부 폐지 주장은 과거부터 보수 정당 쪽에서 자주 등장하곤 했다. 어째서 보수 정당은 여성들의 삶을 아우르는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는가. 여야 간의 문제가 되기 이전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여가부 폐지가 아닌 합리적 대안이 모색되기를 바란다. 성평등 정책은 그만 둬도 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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