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형량 못 미쳐…상고 논의 중”
재판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 느껴” 판시에
“피해자다움 강요하는 ‘성적 수치심’ 대신 분노·불쾌감 써야” 지적도

최경숙 노원스쿨미투지지시민모임 회원이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여성신문<br>
최경숙 노원스쿨미투지지시민모임 회원이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여성신문

제자 5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용화여고 전직 교사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측은 “기대했던 형량에 못 미쳐 아쉽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제10형사부는 1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용화여고 국어교사 A(57)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해 각각 5년간 취업제한 명령도 유지했다.

최경숙 노원스쿨미투지지시민모임 회원은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 피해자는 “기대했던 형량에 못 미쳐 아쉽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5년이나 최소 징역 3년 정도는 나와야 했다”며 “법원이 앞으로 가해자를 정당하게 처벌하는지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7일 이내에 상고할지 피해자와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재판부, ‘피해자다움’ 강요하는 ‘성적 수치심’ 표현 쓰지 말아야”

한편 이날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판시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법정에서 ‘놀라고 불쾌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사회 통념상 성적 수치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피고인과 졸업사진을 찍는 등 정상적인 사제 간 모습을 보였다고 피해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안 느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적 수치심은 피해자들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표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성적 수치심’이란 표현을 ‘성적 불쾌감’으로 바꾸라고 권고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성적 수치심’을 ‘불쾌감’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소관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있다.

홍문정 서울동북여성민우회 대표는 여성신문에 “성적 수치심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느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이 피해자를 지칭하며 두 번이나 나왔다. 성적 수치심이란 표현 대신에 분노나 불쾌감이라는 표현이 적확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