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식당 야외 식탁에 손님들이 모여 앉아 있다. 스웨덴은 이날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내렸던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기 시작해 식당 영업시간이 길어졌다. ⓒ신화/뉴시스
지난 6월 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식당 야외 식탁에 손님들이 모여 앉아 있다. 스웨덴은 이날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내렸던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기 시작해 식당 영업시간이 길어졌다. ⓒ신화/뉴시스

오랜만에 스톡홀름 시내에서 식사 약속이 있어 차를 몰고 나가 보았다. 외곽에서 진입하는 시내 도로는 차량이 적어 운전하기가 쾌적했다. 이맘 때 쯤이면 시내 중심가 도로와 주변 식당과 상점들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으로 인해 차량으로 진입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시내에 주차할 공간이 없어 요금이 비싼 실내 주차장을 찾아 주차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던 스톡홀름 시청 주위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리가 비어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여유가 있어 시청사 주위를 천천히 걸어 목적지까지 가기로 했다.

시청사는 노벨 만찬장이 있는 곳이라 관광객으로 넘치는 곳이지만 뜨거운 여름 햇살을 받아 화사하게 만개한 꽃들만이 멜라렌 호수에 비쳐 외로운 모습으로 지키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도 정부 불신임으로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던 총리집무실과 정부종합청사 그리고 국회 건물 주위는 이제 다시 평정을 되찾아 한산해졌다. 이렇게 한가한 시내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인적이 드문 마을에 온 기분을 맛본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감라스탄 쪽으로 지나가며 또 한번 더 놀라움을 경험한다. 왕궁 앞 병정교대식, 왕실박물관, 기념품 상점, 카페, 식당이 밀집되어 있는 이곳은 평상시 같으면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7월에는 웬만하면 혼잡한 곳을 피하기 위해 감라스탄을 방문하지 않을 정도였지만 올해는 여기도 인적이 드물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느꼈던 작열하는 태양 빛 아래 인적 없는 황량함을 이곳 스톡홀름에서 느끼기는 처음이다.

얼마 전 스웨덴 문화소비분석 형태에 관한 조사 발표는 별로 놀랄 것이 없었다. 2020년 문화 소비행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 국민의 97%가 매일 음악을 듣고, 92%가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로 높은 문화 소비는 독서로 나타났다. 81%의 국민들이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것으로 보고서는 적고 있다. 그 뒤를 역사적 장소 방문 56%, 영화관 52%, 도서관 51%, 박물관 43%, 연극 24%가 뒤를 잇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방문하는 문화소비 행태에서 집에서 즐기는 행태로 바뀐 것이다.

문화활동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민들이 직접 몸으로 창조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무용과 춤을 배우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새로 배우기 시작하고, 뜨개질이나 목공예를 시작한다거나 시 창작과 일기 작성의 습관도 새롭게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조사내용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교육 수준별 문화활동의 변화 차이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예술과 감성이 연관된 창작활동이 늘어났고, 낮을수록 몸과 손으로 직접 만드는 창작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박물관, 미술관, 역사유적지 방문, 도서관 방문과 독서, 그리고 미술관과 전시장 방문 등 방역수칙에 따라 개방의 통제 상황에서도 꾸준히 소비가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연령별 차이도 확인된다. 남성들은 역사적 장소, 유적지 방문, 국립자료원 등의 역사 공부 등에 많이 투자한 반면, 여성들은 예술품 전시장, 도서관, 연극, 오페라, 독서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10대, 20대의 관심은 독서와 도서관 방문, 영화, 발레, 댄스, 게임 등에 있었고, 나이가 들수록 공예와 창작 등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20년 생활패턴 변화에 관한 조사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으로 생긴 여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평상시 하지 못했던 것을 체험하고 느끼면서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올해 스웨덴의 대학 진학율이 예년에 비해 35%가 늘었다고 교육부가 발표했다. 그만큼 그동안 시간과 여유가 없어 미루었던 것을 새롭게 도전해 보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 1년 6개월은 많은 고통과 시련, 외로움과 아픔을 가져다주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 느껴보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끝나고 나서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좀 더 자신과 가족에 집중하고 가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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