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반기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와 선거 결과에 따른 후폭풍으로 채워졌습니다. 전임 시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초래된 재보선은 젠더 이슈가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빗나갔습니다. 선거 직후엔 소위 ‘이대남(20대 남성)’이 여당에 등을 돌렸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정치권이 ‘이대남’ 잡기에 나섰고, 페미니즘 백래시도 기승을 부렸습니다. 다행히 뒷걸음만 치고 있진 않았습니다. 자본법 개정으로 여성 사외이사가 확 늘었고, 세계 주요 7개국은 코로나 이후 세상에는 성평등이 필수라고 외쳤습니다. 세상은 그럼에도 더 나아지고 있습니다. 여성신문이 선정한 젠더 이슈를 통해 2021년 상반기를 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낙태죄 폐지 이후 사각지대 여전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법안 마련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지난 2019년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제대로 된 개정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입법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낙태죄 폐지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임신중절은 불법이 아니지만, 실질적인 가이드라인과 세부 정책이 없어 의료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법원이 낙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에게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6월 25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가 인공 임신중절 교육·상담료를 신설했다. 의약계에서도 경구용 낙태약을 출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지만 대체 입법의 부재로 인해 여성의 건강권, 자기결정권, 재생산권이 여전히 침해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회와 정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개정안 처리가 촉구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젠더 이슈는 실종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홍수형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홍수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했다. 인권위는 지난 1월 직권조사를 통해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 결과 발표 이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자는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페미니스트’를 내세운 기본소득당 신지혜·여성의당 김진아·진보당 송명숙·무소속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들은 ‘박원순 위력성폭력 선거’임을 강조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선 소감에서 피해자의 업무 복귀를 약속했다. 오 시장은 “이번 선거의 원인은 전임 시장의 성희롱이었다”며 “그 분이 오늘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업무에 복귀해서 업무에 열중할 수 있도록 제가 정말 잘 챙기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 마련·양육비 이행법 제정

지난해 5월2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수면 위로 떠오른 ‘n번방 사건’을 기점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대두됨에 따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그루밍’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 2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됐다. 이 개정안은 오는 9월 2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양육비 지급 미이행으로 인해 감치명령을 받고도 즉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채무 불이행자를 직접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다. 고의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운전면허 정지, 출국 금지, 명단 공개, 강제 징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6일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으며, 이달 13일부터 시행 중이다.

‘위안부 망언’ 램지어 교수 비판 잇따라

존 마크 램지어 교수. 사진=하버드 로스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존 마크 램지어 교수. 사진=하버드 로스쿨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해 비난을 샀다. 램지어 교수는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 이코노믹스’ 3월호에 실린 논문 ‘태평양 전쟁에서의 성매매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에서 이 같은 망언을 했다.

인권운동가, 미국 한인단체가 비판에 나섰다. 이용수 인권운동가는 2월17일 “절대 그 발언에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하라”고 말했다. 미 동북부 한인회연합회는 2월18일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 청원을 올리고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 논문을 규탄하며 해당 논문의 즉각적인 철회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램지어 교수는 잇따른 비판에 뒤늦게 논문 오류를 인정했다.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는 2월26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에 실은 기고에서 램지어 교수가 “자신이 실수했다”고 인정한 이메일과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램지어 교수는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는 사실을 시인하며 “자신이 실수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는 7월14일 1500차를 맞았다.

자본법 개정으로 여성 이사 시대 개막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여성가족부, 한국여성변호사회,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 대한변호사협회가 '여성이사제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현실적 필요사항과 제도적 개선안' 심포지엄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지난해 7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여성가족부, 한국여성변호사회,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 대한변호사협회가 '여성이사제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현실적 필요사항과 제도적 개선안' 심포지엄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여성 이사 확대 등을 포함한 ‘이사회의 젠더 다양성’이 기업지배구조 재편 과제로 떠올랐다. 주요 기업 여성 임원 할당제도 시행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사내·사외이사를 특정 성별로만 채울 수 없다. 이사회의 젠더 다양성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주요 기업들이 여성 이사 선임에 바쁜 이유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논의와 맞물려 변화는 더 빨라졌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국내 3대 경제단체는 올 초 ESG 관련 회의체를 발족하고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올해도 한국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9년째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2020년 기준 국내 200대 상장사 등기임원 중 여성은 65명(4.9%)뿐이다. 여성 임원이 0명인 기업이 73%다. 여성 중간관리자 비율은 15.4%로 OECD 평균(33.2%)의 절반도 안 된다.

‘이대남’ 잡기 나선 정치권… 20대 여성은?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김남국·박용진·전용기 의원, 정의당 박창진 부대표. ⓒ뉴시스·여성신문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김남국·박용진·전용기 의원, 정의당 박창진 부대표. ⓒ뉴시스·여성신문

야권 남성 청년 정치인이 쏘아 올린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카드에 더불어민주당이 움직이고 있다.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민주당의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페미니즘에 올인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박용진·전용기 의원은 저마다 남녀평등복무제, 군 복무 경력기간 인정, 남경 역차별 해소 등을 내세우며 20대 남성 표심 잡기에 돌입했다. 이같은 정치권 움직임에 여성 청년 정치인들은 20대 남성 잡기에만 매몰돼 20대 여성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도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이 표를 얻기 위해서는 ‘안티 페미니즘’ 선동을 멈추고 군소정당을 지지한 15%를 비롯해 진보적인 20대 여성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지지층이던 20대 여성의 지지율 이탈 현상에선 관심을 거둔 채, 20대 남성에 대해서만 과잉 분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배우 윤여정이 4월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인 배우로는 최초다. 그는 4월 26일(한국 시간)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두 아들에게 “이건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윤여정은 거침 없는 입담과 뼈있는 농담으로 전 세계인을 ‘윤며들게(윤여정에 스며들게)’ 했다. 그는 시상식에서 “유럽인들은 내 이름을 여영이나 유정 등으로 부르곤 하는데, 오늘만은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한 외신기자가 ‘미나리’ 제작사 대표인 브래드 피트를 언급하며 “브래드 피트의 냄새는 어땠나”고 묻자 “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그는 젠더와 인종차별에 대해 “심지어 무지개도 일곱 빛깔”이라며 “피부색은 중요하지 않다. 젠더도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이런 식으로 나누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19세에 영화 ‘화녀’로 데뷔한 뒤 생계형 배우로 50년 넘게 살아온 ‘존버’의 아이콘 윤여정. “대사를 외울 수 있는 한 영화 인생을 계속하고 싶다”는 윤여정의 행보는 앞으로도 쭉 계속된다.

숨은 ‘메갈’ 찾기 논란… 페미니즘 백래시 기승

편의점 GS25 이벤트 홍보 포스터 ⓒGS25<br>
편의점 GS25 이벤트 홍보 포스터 ⓒGS25

석 달째 온라인에서는 ‘숨은 메갈리아 찾기’ 가 한창이다.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엄지와 검지를 ‘C’자형으로 만든 손 모양이 지금은 폐쇄된 여성혐오 반대 사이트 ‘메갈리아’ 로고를 상징한다며 비슷한 손 이미지를 사용한 기업‧기관을 찾아내 항의하고 있다. GS25 편의점 이벤트 홍보 포스터에 실린 집게 손가락이 5년 전 사라진 ‘메갈리아’를 뜻한다는 것이다. 소위 메갈 손 모양이 ‘한국 남성 성기 크기를 비하한다’는 것이 이 들의 주장이다. 흔한 손 모양을 두고 생트집을 잡는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경찰청, 국방부, 기업들은 잇따라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남성들의 떼쓰기를 받아주는 기관‧기업의 행태가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이번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는 언론이 키운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GS 남초 커뮤니티에 상주하다 의혹 게시물을 비판 없이 기사화하며 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공군 여군 부사관 성폭력 사망 사건

7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 이모 중사 분향소에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신고한 뒤 두 달여 만인 지난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홍수형 기자
6월7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 이모 중사 분향소에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신고한 뒤 두 달여 만인 지난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홍수형 기자

충남 서산 공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이 모 중사는 지난 3월2일 선임인 장 모 중사로부터 회식 자리에 불려나간 뒤 귀가하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당시 장 중사는 이 중사에게 “신고해봐라”라고 협박했다. 이 중사는 다음날 부대에 신고했다. 신고하자 장 중사는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 중사는 부대 전속을 요청한 뒤 두 달간 청원휴가를 다녀왔지만 지난 5월22일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성추행 발생 164일만에 강제추행치상·특가법상 보복협박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장 중사는 오는 8월13일 첫 재판을 받는다. 또한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회유 및 압박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노 모 준위 등에 대한 공판도 8월 6일 진행될 예정이다.

자치경찰 출범, 위원회는 남성 일색

부산, 대전, 강원, 경남 자치경찰위원회에는 여성 위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열린 강원도자치경찰위원회 출범식. ⓒ강원도
부산, 대전, 강원, 경남 자치경찰위원회에는 여성 위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2일 열린 강원도자치경찰위원회 출범식. ⓒ강원도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가운데 자치경찰위원회 내 여성 위원 비율은 10% 수준으로 드러났다. 자치경찰제는 전체 경찰사무 중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생활안전(아동·청소년 포함), 교통, 지역경비 분야 업무를 시·도지사 책임 아래 경찰이 수행하는 제도다. 치안 업무 상당 부분이 여성·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성위원 참여는 중요하다. 자치경찰법에서도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정원을 총 7명으로 하되, 특정 성이 10분의6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19조)고 명시했다. 법에 따라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7명 중 최소 3명은 여성으로 채워야 하지만 17개 시‧도 위원회 가운데 4곳은 여성 위원이 한 명도 없다. 여성위원 3명을 채운 위원회는 경북 단 1곳뿐이다. 부산, 대전, 강원, 경남 자치경찰위원회에는 여성 위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G7 “‘더 나은 세계 재건’ 위해 성평등 필수”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G7 확대회의 3세션에 참석해 있다.&nbsp;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nbsp;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6월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G7 확대회의 3세션에 참석해 있다.&nbsp;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nbsp; ⓒ뉴시스·여성신문

지난달 13일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이하 코뮈니케)에 성평등 항목이 포함됐다. 공동성명에서는 성평등에 대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정의로운 사회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 19로 인해 가속화된 불평등의 해소 필요성을 언급하고, 가정 내의 불평등한 돌봄 책임과 돌봄 노동 종사자들의 낮은 임금을 지적했다. 특히 ‘소녀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은 초청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코뮈니케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다. 다만 ‘성평등 및 여성 역량 강화’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열린 사회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잇단 성소수자의 죽음…차별금지법 제정 논의 박차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평등의 약속, 차별금지법 바로 지금'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5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계단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평등의 약속, 차별금지법 바로 지금'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모든 성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꾼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세상을 떠났다. 이들과 함께 활동했던 인권활동가들은 안타까운 목소리와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추모 논평을 통해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 행동해야 함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두 성소수자의 죽음은 자살이라기보다 소수자들의 숨 쉴 공간마저 거부하고 있는 사회적 타살”이라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별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평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평등법)’을 6월 16일 대표 발의했다. 제정안에는 성별, 장애, 임신 또는 출산, 성별 정체성, 학력 등 21개 차별 금지 사유가 담겼다. 평등법은 2013년 이후 민주당에서 8년 만에 다시 발의된 차별금지 법안이다. 차별금지 법안이 이번에는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론’ 대선주자 입장 엇갈려

ⓒ이은정 디자이너

국민의힘 대선 주자와 당 대표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며 정치권에서 연일 찬반 논쟁이 일어났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 전 의원은 “여가부라는 별도의 부처를 만들고 장관, 차관, 국장들을 둘 이유가 없다”며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도 “현재 여가부는 사실상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며 “여가부가 문재인 정부 들어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졌을 때와 다르게 남녀평등이나 화합 쪽으로 가기보다 오히려 젠더 갈등을 부추겨 왔다”고 말했다. 두 대선주자가 여가부 폐지를 꺼낸 가운데 이준석 당 대표 또한 “여성을 절대 소수자로 몰아놓고 캠페인하는 방식은 15~20년의 시행착오”라며 “대선 후보 되실 분은 (여가부) 폐지 공약은 되도록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여야 대선주자인 윤희숙·원희룡·이낙연·이재명 후보는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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