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버린 맥주병, 안 쓰는 아이섀도, 버려진 철근, 찌그러진 대야... 쓰레기가 예술이 됐다. 기존 미술 작품의 틀에서 벗어나, 생활 폐품으로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을 창조하는 작가들을 소개한다. 설치 미술, 공공 미술, 회화 등 장르도 다양하다. 무분별한 소비문화를 지적하고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하는, ‘예술이 된 쓰레기’를 만나보자.

바닷가에서 주운 유리 조각
영롱한 바다 닮은 작품 되다
김경균 한예종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는 동해안에서 수집한 유리병 조각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2020년 9월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워크숍 장면. ⓒ여성신문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는 동해안에서 수집한 유리병 조각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 ⓒ여성신문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는 동해안에서 수집한 유리병 조각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2020년 9월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워크숍 장면. ⓒ여성신문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가 2020년 9월 15일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워크숍 장면. ⓒ여성신문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는 동해안에서 수집한 유리병 조각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2020년 9월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워크숍 장면. ⓒ여성신문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가 2020년 9월 15일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워크숍 장면. ⓒ여성신문
김 교수가 2020년 9~10월 강릉 테라로사에서 개인전 ‘유리알유희’을 열고 선보인 영문 서체 형상화 작품. ⓒ여성신문
김 교수가 2020년 9~10월 강릉 테라로사에서 개인전 ‘유리알유희’을 열고 선보인 영문 서체 형상화 작품. ⓒ여성신문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 더미를 치우다 우연히 유리병 조각을 발견했다. 주워도 주워도 끝없이 나왔다.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가 “친환경 메시지를 던지는 작업”을 시작한 배경이다.

김 교수는 2020년 강릉 테라로사에서 개인전 ‘유리알유희’을 열고 경포, 안목, 사천, 연곡, 주문진 등 동해안에서 1년간 수집한 유리병 조각으로 만든 작품을 선보였다. 영문 서체, 고래, 커피잔 등을 형상화했다.

올해 그림책도 펴냈다. 소년의 바다 모험기를 그린 『소년과 바다』(디자인소호)다. 유리병 조각으로 이미지를 완성해 문대영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정밀하게 촬영했다. 아이들과 함께 유리병 조각을 주워 거대한 거북이 등 바다 생물 모양을 만들어보는 워크숍도 열었다. 김 교수는 “다른 세대와 소통하며 환경보호 메시지도 확산하고 싶었다”며 “아름답지만 어디까지나 쓰레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버려진 폐자재로 로봇·캐릭터까지
‘1호 정크아티스트’ 오대호 작가

‘국내 1호 정크 아티스트’ 오대호 작가의 작품들 ⓒ오대호아트팩토리
‘국내 1호 정크 아티스트’ 오대호 작가의 작품들 ⓒ오대호아트팩토리
‘국내 1호 정크 아티스트’ 오대호 작가의 작품들 ⓒ오대호아트팩토리
‘국내 1호 정크 아티스트’ 오대호 작가의 작품들 ⓒ오대호아트팩토리
‘국내 1호 정크 아티스트’ 오대호 작가의 작품들 ⓒ오대호아트팩토리
‘국내 1호 정크 아티스트’ 오대호 작가의 작품들 ⓒ오대호아트팩토리
‘국내 1호 정크 아티스트’ 오대호 작가의 작품들 ⓒ오대호아트팩토리
‘국내 1호 정크 아티스트’ 오대호 작가의 작품들 ⓒ오대호아트팩토리

‘국내 1호 정크 아티스트’ 오대호 작가는 20여 년째 다양한 폐자재로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고 있다. 폐차장에서 구한 자동차 휠, 라디에이터, 오토바이 연료통, 부서진 경운기 엔진에서 꺼낸 실린더 등으로 거대한 로봇도, 인체도, 동화 속 캐릭터도 만든다. “기계 구조와 원리, 움직임 속에 잊혀진 꿈과 상상, 그리고 세상 이야기를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부친을 따라 조선소에서 용접기술과 망치질을 배웠다. 플라스틱 계란판 공장을 운영하다 미국 현대미술가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을 보고 2000년대 초 예술가로 변신했다. 충북 충주 양성면에 복합문화공간 충주오대호아트팩토리를 설립, 작품 1300여 점을 전시하며 환경과 문화예술 교육·체험의 장으로 운영 중이다.

생활폐품에 새 숨결 불어넣는
버려진 화장품으로 그린 그림
화장품 그림 작가 김미승

김미승 작가가 화장품으로 그린 작품들 ⓒ김미승 작가
김미승 작가가 화장품으로 그린 작품들 ⓒ김미승 작가 인스타그램
김미승 작가가 화장품으로 그린 작품들 ⓒ김미승 작가
김미승 작가가 화장품으로 그린 작품들 ⓒ김미승 작가 인스타그램
김미승 작가가 화장품으로 그린 작품들 ⓒ김미승 작가 인스타그램
김미승 작가가 화장품으로 그린 작품들 ⓒ김미승 작가 인스타그램

물감 대신 화장품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도 있다. 독특한 소재와 아름다운 표현으로 주목받는 김미승 작가다. 화장품 쓰레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전국을 돌며 그림 강습과 환경 강연을 열고 있다.

작업 과정은 실제 화장 과정과 비슷하다. 크라프트지에 밑그림을 그리고, 파운데이션이나 비비크림으로 피부색을 칠한다. 메이크업 베이스, 하이라이터, 섀이딩, 블러셔로 입체감을 살린다. 아이라이너, 아이섀도로 눈매를 살리고, 입술은 립스틱으로 채색한다. 여러 색을 섞어 바르기도 하고, 수정해야 할 때는 파운데이션을 살짝 덧바른다.

생활폐품에 새로운 숨결 불어넣는
현대미술가 최정화 작가

최정화 작가가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연 개인전 ‘현대차 시리즈 2018:최정화-꽃, 숲’전 ⓒ국립현대미술관
최정화 작가가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연 개인전 ‘현대차 시리즈 2018:최정화-꽃, 숲’전 ⓒ국립현대미술관
최정화 작가가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야외프로젝트의 하나로 전시한 대형 설치작품 ‘민들레’. 식기 7000여 점을 얼기설기 짜 맞춰 만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최정화 작가가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야외프로젝트의 하나로 전시한 대형 설치작품 ‘민들레’. 식기 7000여 점을 얼기설기 짜 맞춰 만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최정화 작가의 설치작품 ‘코스모스’ ⓒ숨프로젝트
최정화 작가의 설치작품 ‘코스모스’ ⓒ숨프로젝트

최정화 작가는 쓰다 버린 가구나 생활용품, 싸구려 일회용품 등을 모아 쌓거나 늘어놓아 새로운 형상과 감각을 끌어내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연 개인전 ‘현대차 시리즈 2018:최정화-꽃, 숲’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잡동사니를 모아 쌓은 꽃탑 146개로 화제에 올랐다. 식기 7000여 점을 얼기설기 짜 맞춘 대형 설치작품 ‘민들레’는 서울, 부산, 대구를 직접 돌며 시민들에게 기증받은 재료로 만들었다. 최 작가는 플라스틱, 잡동사니 등 흔한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평범한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람들이 지닌 생활의 활력을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최정화 작가의 ‘숨쉬는 꽃’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제공
최정화 작가의 ‘숨쉬는 꽃’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제공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