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부사관’ 성폭력 150일]
3월2일 이중사 성추행 사건 발생 후
피의자 22명 입건…기소 10건·징계 6건
유족 “하루빨리 처벌해야...지켜보겠다”

공군 내 성폭력과 2차가해 사건이 일어난 지 150일째다. 사건 발생 이후 타임라인. ⓒ이은정 디자이너

국민적 분노를 산 공군 내 성폭력과 2차가해 사건이 일어난 지 오늘(29일)로 150일째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고 상급자까지 모두 살펴보고 엄중 처리하라”고 지시한 지 두 달이 다 돼간다. 아직 첫 재판조차 열리지 않았다. 입건된 피의자 22명 중 3명만 구속 기소됐다. 6명만 징계 처분을 받았다.

국방부는 여러 예방 조처도 약속했다. △군사경찰의 작전기능과 수사기능 분리 △성폭력 전담 수사팀 설치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 신설 △성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개선 △군사법원 내 성범죄 전담 재판부 설치 등이나, 아직 진전이 없다. 

피해자 고 이모 중사의 아버지는 “하루빨리 군 수사기관의 조직적 사건 축소·은폐를 수사하고 관련된 지휘관들을 약속대로 징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딸의 장례도 진상규명이 온전히 이뤄질 때까지 미뤘다. 

피의자 22명 중 단 6명만 징계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사건의 피의자 장모 중사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국방부
성추행 혐의를 받는 피의자 장모 중사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국방부

이 중사는 충남 서산 공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3월2일, 선임의 지시로 회식 자리에 불려 나갔다. 회식 후 부대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선임부사관인 장모 중사가 이 중사를 성추행했다. 이 중사는 곧바로 상사에게 피해를 신고했으나, 가해자에 대한 조사는 15일이나 지나 이뤄졌다. 그사이 회식을 주도했던 B상사는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냐”고 합의를 종용했다. 가해자는 “죽어버리겠다”며 협박했다. 피해자는 약 3개월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는데도, 가해자는 “너 신고할 거지? 신고해봐”, “하루 종일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피해자를 협박했다. 여러 차례 신고를 했지만 피해자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회유와 협박, 면담강요, 피해 유포 등 2차 가해가 계속됐다. 결국 이 중사는 5월22일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방부 합동수사단은 9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입건된 피의자 22명 중 성추행 혐의를 받는 장모 중사, 보복협박 및 면담강요 등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A준위와 B상사(7월25일 사망) 등 3명이 구속기소됐다.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제20전투비행단(이하 20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과 기타 혐의 사실이 확인된 10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나머지 9명은 수사 중이다.

초기 부실수사와 직무유기에 책임이 있는 20비행단 군사경찰 대대장과 국선변호인 등 6명은 보직해임됐다. 피해자 보호 태만, 허위보고, 피해 유포 등 책임을 다하지 못하거나 부적절한 행위자 16명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으로, 아직 징계되지 않았다.

국방부 “성추행 및 2차 가해자·군사경찰·군검찰 모두 수사 중”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9일 오전 국방부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9일 오전 국방부에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국방부 합동수사단은 △군인등강제추행치상 △2차 가해 및 군인등강제추행 방조 △군사경찰 부실수사 △군검찰 부실수사 △허위 및 지연보고 △공군본부 법무실 직무유기 △기타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8월13일 성추행 혐의를 받는 장모 중사에 대한 첫 군사재판이 열린다. 그는 6월21일 군인등강제추행치상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2차 가해자인 A준위와 B상사는 6월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면담강요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피해자의 소속반 상관인 이들은 성추행 사건 이후 피해자에게 사건을 무마하자며 회유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준위는 피해자의 신고에도 관리책임의 추궁을 면하기 위해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묵인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하도록 위력을 행사해 면담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상사는 자신이 5인 이상 회식을 주도해 방역지침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 처벌받을까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도록 피해자를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B상사는 구속 중이던 7월25일 숨진 채 발견돼 더 이상 법의 판단을 받을 수 없게 됐다.

12일 오후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노모 준위. ⓒ뉴시스·여성신문
12일 오후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노모 준위. ⓒ뉴시스·여성신문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부실수사 혐의로 6월30일부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받고 있다. 20비행단 군사경찰인 담당수사관 I준위, 군사경찰대대장 J중령 등은 성추행 사건 초기 수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수사지휘와 수사방해 등 직무 유기 혐의를 받고 있다. 20비행단 법무실의 군검사 L중위는 군사경찰로부터 4월7일 사건을 송치받았지만 이후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군검사로서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선변호인 K중위는 3월9일 성추행 피해자의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됐다. 다만 5월6일까지 약 2달간 법률지원을 하지 않는 등 부실변론에 의한 직무유기로 유족에 의해 고소돼 수사를 받고 있다.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은 5월22일 피해자 사망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에 강제추행 사실을 누락시키고 단순 변사사건으로 허위보고했다. 현재 군사경찰단장 M대령과 중앙수사대장 N대령 등 2명은 허위보고 및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기소됐다. 공군본부 법무실의 직무유기 혐의도 있다.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법무실장 등 수사 관련자 3명은 2차 가해 및 직무유기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받고 있다.

국방부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사단급 부대에 설치된 수사조직을 개편해 각 군 참모총장 직속 검찰단으로 창설하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군사경찰의 작전기능과 수사기능 분리 △성폭력 전담 수사팀 설치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 신설 △성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개선 △군사법원 내 성범죄 전담 재판부 설치 등이 예정돼 있으나, 아직 이뤄진 내용은 없다.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는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12일 “강제추행 이후 피해자는 군 수사기관의 조직적 사건 축소·은폐 속에 2차 가해 상황에 방치돼 있었다. 수사의 초점은 마땅히 군사경찰, 군검찰이 조직적인 사건 축소은폐에 가담한 까닭을 밝히는 데 있어야 한다”면서 “더 늦기 전에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통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성역 없이 규명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공군 성폭력’ 150일, 장례도 못 치른 피해자...아버지는 속이 탄다 www.womennews.co.kr/news/21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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