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 커뮤니티 ‘쇼트컷‧헐레벌레’ 두고 또 생떼
정치권 한목소리로 “낯 뜨거운 성차별” 비판
언론노조 “혐오‧차별 확대 재생산 멈춰야”

양궁 국가대표팀 안산이 28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대회 미디어데이 양궁 훈련 공개'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도쿄올림픽에서 2관왕을 달성한 '올림픽 영웅' 안산 선수. ⓒ뉴시스·여성신문

2020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 안산 선수를 향한 황당한 공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안 선수는 짧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신조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냐?’, ‘페미 선수는 거른다’ ‘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악성댓글 공격을 받았다. 급기야 에펨코리아 등 일부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선 “해명과 사과를 하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여성 선수를 향한 이같은 공격은 '페미니스트 논란'이나 '젠더 갈등'이 아닌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한 테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에선 남초 커뮤니티의 행태를 비판하는 캠페인이 이어지고 정치권과 언론계도 이들의 성차별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안 선수를 향한 갑론을박을 담은 기사 링크를 붙이며 “안산 선수의 땀과 눈물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고 응원했다. 정 전 총리는 “스포츠의 정신은 공정한 경쟁”이라며 “땀과 눈물의 가치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존중받아야 할 원칙”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SNS에 “우리 안산 선수, 힘내시라. 오늘도 거침없이 활시위를 당겨 달라”며 “그 단호한 눈빛으로 세상의 모든 편견을 뚫어버리시라”고 썼다. 이어 “우리는 안산 선수의 당당한 숏컷라인에 함께 서서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무엇보다 대한체육회는 지금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압박에 단호히 대처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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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정의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같은 당 장혜영 의원도 “아무리 자기 실력과 능력으로 올림픽 양궁 금메달을 따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사회에 만연한 이상, 이렇게 숏컷을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실력으로 거머쥔 메달조차 취소하라는 모욕을 당한다”며 “이게 바로 낯 뜨거운 성차별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일갈했다. 장 의원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언급하며 “평소 2030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없다는 지론을 퍼뜨리시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님께 요청한다”며 “자기 능력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고 국위를 선양한 안산 선수에게 숏컷을 빌미로 가해지는 메달을 취소하라는 등의 도를 넘은 공격을 중단할 것을 제1야당의 대표로서 책임 있게 주장해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안산 선수를 힘껏 응원한다”며 “지금 안산 선수는 머리카락 길이 등을 둘러싼 비난에 휩싸여 있다. 숏컷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문제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성차별”이라고 개탄했다. 강 대표는 “혐오와 차별에 지지 말자. 빛나는 여성들이 더 이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끌어내려지지 않도록 연대하자”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언론, 혐오‧차별 확대 재생산 멈춰야”

언론계도 남초 커뮤니티에서 쏟아진 차별과 혐오 발언을 비판 없이 옮기며 문제를 키우는 일부 매체를 향해 “인터넷 커뮤니티의 혐오와 차별 발언을 옮겨 쓴 기사를 모두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9일 ‘여성 선수에 대한 혐오 확산 나선 언론, 부끄러움을 모르는가’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사실도 아니거니와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와 비아냥일 뿐”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위원회는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에 대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의 차별과 혐오 발언이 속속 기사화되고 있다”면서 “과거 SNS 포스팅, 재학 중인 대학, 음악적 취향에서 헤어스타일까지 안산 선수에 대한 터무니없는 비방글이 기사화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견 대립으로 확산시키는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글들이 뉴스로 기사화되면서 해당 커뮤니티의 관련 게시물들을 더욱 증폭시켰고, 또 다른 혐오 발언들을 인용하는 기사의 대량 송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순식간에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공인이나 유명인의 발언이라도 혐오와 차별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그대로 인용하지 않는 것은 ‘성평등 보도 가이드라인’을 모르더라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보도윤리”라며 “대량의 뉴스가 생산되는 올림픽 기간을 노려 조회수를 높이려는 인터넷 커뮤니티발 기사 작성과 유포는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저널리즘 윤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위원회는 안산 선수뿐 아니라 올림픽 기간 중 발생할 모든 성적 차별과 혐오, 반인권적인 보도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별‧출신 따지며 성차별‧지역차별 공격

안 선수는 앞서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안 선수가 세월호 배지를 착용하고, 광주 출신이라는 점, 짧은 머리이고, 여성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점, 웅앵웅‧오조오억‧헐레벌레 등 신조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를 들어 성차별 및 지역 차별 공격을 받았다. 남초 커뮤니티에선 안 선수가 틀림없이 페미니스트라며,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는 황당한 요구가 나왔고, ‘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터무니 없는 주장까지 이어졌다.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에는 ‘안산 선수를 지켜달라’는 게시물이 쇄도했다. SNS에서는 신체심리학자 한지영씨의 제안으로 ‘#여성_숏컷_캠페인’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여성들은 쇼트컷 헤어스타일 사진을 SNS에 인증하며 안산 선수와 연대하고 있다. 배우 구혜선씨, 류호정 국회의원도 캠페인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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