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정치 선 넘기] “일본군대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김학순입니다”
[2030 정치 선 넘기] “일본군대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김학순입니다”
  •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 승인 2021.08.12 18:10
  • 수정 2021-08-12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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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정의기억연대가 제143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홍수형 기자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평화의 소녀상 ⓒ홍수형 기자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여성운동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했다. 그의 목소리는 한국을 넘어 필리핀,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들로 퍼졌고 수많은 피해자의 용기가 되었다. 쉬쉬하며 그간 풍문으로 돌던 이야기는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증언을 통해 사실임이 밝혀졌다. 일부 피해자들은 성폭력과 국가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평생을 여성운동가로 살았다. 지난 2018년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김학순 선생의 공개 증언 날을 정부 지정 국가 기념일인 기림의 날로 정했다.

이제 8월 14일, 기림의 날이 되면 우리는 떠올린다. 성착취에 고통받은 위안부 피해자들과 그를 해결하기 위해  싸웠던 그들의 용기를. 이제 238명의 피해 등록자 중 14분 만이 생존해 계신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은커녕, 극단적으로 경색된 한일관계와 한국인들끼리 자신들을 두고서 싸우는 모습을 보실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해자인 일본 정부는 1993년 8월, 2년여에 걸친 조사 후 이른바 ‘고노 담화’라는 공식 사과를 발표한다. 당시 일본 내각 관방장관 고노 요헤이는 위안소 설치와 관리에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위안부 모집 과정에 감언과 강압 등 피해 당사자들의 의사와 반하는 사례가 많았으며, 관헌 등이 직접 상황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당시 일본군의 관여 아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받고, 몸과 마음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며, 역사 연구, 교육을 통해 기억하며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짐했다. ‘고노 담화’는 정치인 개인의 이름이 붙었지만 일본 내각 즉 일본 정부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공식 입장이며, 2014년 아베 신조 총리, 2021년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에 의해 거듭 원문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한일 양국 관계 경색의 중요한 원인인 2015년 위안부 합의도 고노 담화를 기초하여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한일 양국 정부의 노력을 두고 다른 견해를 가지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깡그리 무시하는 방식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아울러 이 모든 과정이 미래 세대에게 의미 있는 유산이 되기 위해 논의의 범위를 보편적 시각으로 확장해 나갈 필요 또한 있다.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의 가해 주체를 일본 제국주의만으로 국한해서는 안되고, 피해자를 조선인만으로 국한해도 안되고, 과거에만 일어나는 전쟁 범죄로 박제화시키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가부장제에 기반한 성착취, 성폭력과 제국주의적 국가폭력이 겹쳐져 발생한 끔찍한 전쟁 범죄였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된 위안부 피해자들의 주요한 정체성 중 하나가 ‘가난한 집의 딸‘이다. 이들은 남은 가족들의 안위를 위해 희생을 서슴없이 강요하는 가난한 부모를 두었고, 이런 그들의 처지를 이윤 추구에 활용한 조선 사람들이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오랜 기간 피해자들은 침묵을 지킬수 밖에 없었다. 그들 곁에는 버팀목이 되어줄 가족이 없었고, 사회에 팽배한 순결 이데올로기는 그들을 외면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한국뿐이 아닌 아시아 전역, 유럽 네덜란드에도 있다. 그들 역시 피해자임에도 손가락질받았고 피해는 복구 받지 못했다. 일본 제국주의는 패망했지만, 이후 펼쳐진 세계 역시 가부장제에 따라 운영됐기 때문이다. 국경 없이 어느 곳에서나 여성들은 쉽게 성착취의 대상이 되었고, 여성의 희생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성착취, 성폭력과 강간문화는 전쟁통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일이 아니다. 2021년에도 여성은 일상에서 성폭력에 시달리고, 정치인들은 가부장적 관념에 사로잡혀있다. 국민의 힘 윤석열 씨가 ‘건강하지 못한 페미니즘‘ 운운하며 저출산의 문제를 여성들에게 떠안기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도, 공정론을 내세우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당당한 것도 바로 공기처럼 퍼져있는 가부장제 때문이다.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한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들을 진정 기리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지금 바로 오늘 이 땅을 살아가는 많은 여성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가부장제를 깨트리기 위해 연대하는 일이다. 래디컬 페미니즘이니, 건강하지 못한 페미니즘이니 하는 무지한 언어폭력 앞에 당당히 분노하고 여성 정치의 힘을 모아 보자. 이 땅에 두 번 다시 팔려 가고, 끌려가는 딸이 없도록!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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