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맞춤형 자동차는 그만… 모두에게 안전한 차가 필요해
남성 맞춤형 자동차는 그만… 모두에게 안전한 차가 필요해
  • 김규희 기자
  • 승인 2021.08.21 14:48
  • 수정 2021-08-24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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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19일 ‘자율주행 자동차와 젠더’ 포럼 개최
“성인 남성 신체 기준으로 제작·안전 검증해
사고 시 여성 치명상 발생률, 남성보다 73% 높아
여성·청소년·아동 등 다양한 이용자 고려해 제작해야”
여성 운전자는 남성보다 사고 시 치명상을 입을 확률이 더 높다. 남성 신체 위주로 차가 제작되고 안전 실험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freepik
여성 운전자는 남성보다 사고 시 치명상을 입을 확률이 더 높다. 남성 신체 위주로 차가 제작되고 안전 실험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freepik

일반 자동차는 물론 자율주행 자동차도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제작돼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여성과 청소년, 아동 등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는 19일 젠더혁신 포럼 ‘자율주행 자동차와 젠더’를 열고 젠더와 다양성 관점에서 자율주행차의 안전 문제를 점검했다.

정승은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br>
정승은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정승은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에 따르면, 자동차 충돌실험용 인형(더미)은 1997년까지 평균 치수의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또 1996년 미시간대학교 메디컬 센터에서 임산부 실험인형을 개발했지만, 미국 정부는 2012년까지 차량 안전 테스트에 임산부 실험인형 사용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자동차 에어백도 남성의 신체조건에 맞게 설계됐다. 남성에 비해 앉은키가 작고 충격에 약한 여성과 어린이는 남성에 맞춰 설계된 에어백이 강한 압력으로 팽창하는 과정에서 중상을 입기 쉽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연구팀이 1998년부터 2015년 사이 발생한 자동차 정면 충돌사고 2만2854건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치명상 발생률이 남성보다 73% 높았다.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 근육 강도, 지방분포, 골밀도, 호르몬 주기 등의 남녀 신체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격이 상대적으로 작고, 핸들에 근접한 자세로 운전하는 경향이 있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은 이를 지적하며 “젠더 이슈는 자율주행차를 설계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로 기존 자동차 분야 이슈들과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메러디스 부르사드 미국 뉴욕대 부교수는 “자율주행차 설계자는 대부분 남성이고, 여성의 의견이 차 설계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의 젠더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자동차협회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탑승이 두렵다’는 응답은 여성이 73%로 남성(52%)보다 더 높았다.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br>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정 교수도 “많은 과학 기술 연구가 남녀에게 같은 결과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게 증명됐다”며 “특정 젠더가 다수를 점한 시장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도입 초기에 관련 데이터가 젠더 편향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젠더 관점을 반영하는 연구는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2017년부터 여성 인체모형으로 충돌 안전성 평가 실시

정부는 여성 운전자 및 어린이 탑승객에 대한 충돌 평가를 2017년부터 시작했다. ⓒ자동차 안전도 평가 홈페이지<br>
정부는 여성 운전자 및 어린이 탑승객에 대한 충돌 평가를 2017년부터 시작했다. ⓒ자동차 안전도 평가 홈페이지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자동차를 제작할 때 여성 운전자 및 어린이 탑승객에 대한 충돌 안전성 평가를 하고 있다. 고정 벽에 충돌하는 평가 시 운전석에 여성 인체모형을, 뒷좌석에 어린이 보호용 좌석을 장착하고 6세 및 10세 인체모형을 탑재하는 식이다. 

‘자동차 안전도 평가’도 진행한다. 국토교통부는 1999년부터 2018년까지 175개 차종을 평가했다. 이재평 국토부 첨단자동차기술과장은 “앞으로 자동차의 신기술을 반영하고 교통약자를 더욱 고려하는 방향으로 안전도 평가 제도를 지속해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여성 운전자를 돕는 모임인 ‘언니 차 프로젝트’의 이연지 기획자는 여성신문에 “정면충돌 테스트 시 남성 인체 모형을 단순히 축소한 모양보다 여성의 움직임과 근육 분포를 고려해 만든 인체 모형을 사용하고, 조수석은 물론 운전석에도 앉혀 실험하면 좋겠다”며 “여성 운전자가 겪는 차별은 사회 시스템과 분위기가 변해야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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