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적 지원 한계 대중성에 뿌리 내려야”

호주의 여성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여성운동의 제도화 움직임을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원장 조순경)은 13일 '여성운동의 제도화, 그후 20년'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 사회정책연구센터의 정경자 박사가 발표자로 참석해 제도화에 따른 '운동성 약화'를 문제 제기했다.

“여성운동이 정부의 성폭력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하나의 단체로 전락해버렸다.”

정 박사는 호주의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1974년 설립한 강간위기센터의 사례를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우리의 성폭력상담소와 유사한 이 단체는 재정의 99%를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재정지원 과정에서 정부의 감사가 시행됐고 결국 단체는 감사의 제안에 따라 여성 이슈를 제기하고 운동성을 담보하던 '지역사회개발부'를 없애야 했다. 또한 이 단체는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회원을 확대하고 대중의 참여를 이끌 필요가 없었다. 결국 대중적인 기반이 없는 단체로 정부와 교섭력도 잃게 됐다. 정부 관료 조직과 관계를 맺으면서 여성운동 조직이 위계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정 박사는 호주의 경험에 비춰 여성단체들이 “정부 재정 지원의 한계를 미리 인식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방향으로만 여성단체의 사업을 구성하고 프로젝트 위주의 사업을 벌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우리 여성운동에 회원확대를 통해 재정을 마련하고 대중성을 확보할 것을 제언했다.

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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