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남성복 찾는 이유…유행 내세운 ‘핑크택스’
여성들이 남성복 찾는 이유…유행 내세운 ‘핑크택스’
  • 진혜민 기자·최예리 인턴기자
  • 승인 2021.09.03 08:08
  • 수정 2021-09-03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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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남성복 찾는 이유…직접 가봤더니
◉ 마감 방법, 남성은 2회 여성은 1회
◉ 바지 뒷주머니는 남성복에만
◉ 같은 제품인데 여성복이 더 비싸
ⓒ원일 일러스트레이터
ⓒ원일 일러스트레이터

여성들이 남성복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여성복이라는 이유로 덜 튼튼하거나 비싼 데 따른 반향이다. 여성들은 같은 가격인데 질이 떨어지거나 같은 제품인데 여성복이 더 비싼 점을 두고 ‘핑크택스’(의류나 신발 등 동일한 상품·서비스인데도 여성용 제품이 남성용보다 더 비싼 경우·Pink Tax)라고 지적했다.

두 스파 브랜드 모두…남성 2회·여성 1회 마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스파(SPA) 브랜드 여성복·남성복의 성차별이 있다고 문제 제기가 있었다. 누리꾼들은 “같은 디자인이면 여성복 대신 남성복을 사 입어라”라며 입을 모았다. 스파 브랜드 탑텐과 지오다노에서 남성복과 여성복의 차이를 살펴봤더니 두 브랜드 모두 여성복보다 남성복의 마감 처리가 더 깔끔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성 셔츠는 한 번만 박음질하면 완성되는 ‘오버로크’ 방식으로 재봉돼 실밥이 여기저기 튀어나왔다. 반면 남성 셔츠는 다림질과 두 번 이상의 박음질이 필요한 ‘쌈솔’ 방식으로 처리돼 비교적 깔끔했다.
여성 셔츠는 한 번만 박음질하면 완성되는 ‘오버로크’ 방식으로 재봉돼 실밥이 여기저기 튀어나왔다. 반면 남성 셔츠는 다림질과 두 번 이상의 박음질이 필요한 ‘쌈솔’ 방식으로 처리돼 비교적 깔끔했다.

우선 탑텐의 ‘옥스퍼드 셔츠’의 안쪽 마감은 일반 소비자가 봐도 그 차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여성 셔츠는 한 번만 박음질하면 완성되는 ‘오버로크’ 방식으로 재봉돼 실밥이 여기저기 튀어나왔다. 반면 남성 셔츠는 다림질과 두 번 이상의 박음질이 필요한 ‘쌈솔’ 방식으로 처리돼 깔끔했다. 두 제품의 가격은 2만9900원으로 동일했다.

탑텐 남성 슬랙스의 경우 뒷주머니가 깊고 튼튼하며 별도의 단추도 달려있었지만, 여성 슬랙스는 주머니 모양만 낸 ‘페이크 포켓(가짜 주머니)’이었다. 두 제품의 가격은 4만9900원으로 동일했다.
탑텐 남성 슬랙스의 경우 뒷주머니가 깊고 튼튼하며 별도의 단추도 달려있었지만, 여성 슬랙스는 주머니 모양만 낸 ‘페이크 포켓(가짜 주머니)’이었다. 두 제품의 가격은 4만9900원으로 동일했다.
탑텐 남성 슬랙스의 지퍼 부분은 천을 비스듬히 재단하여 만든 테이프인 ‘바이어스 테이프’를 덧대 재봉하여 깔끔했지만, 여성 슬랙스는 셔츠와 마찬가지로 오버로크 방식으로 처리됐다. 남성 슬랙스의 경우 뒷주머니가 깊고 튼튼하며 별도의 단추도 달려있었지만, 여성 슬랙스는 주머니 모양만 낸 ‘페이크 포켓(가짜 주머니)’이었다. 두 제품의 가격은 4만9900원으로 동일했다.
탑텐 남성 슬랙스의 경우 뒷주머니가 깊고 튼튼하며 별도의 단추도 달려있었지만, 여성 슬랙스는 주머니 모양만 낸 ‘페이크 포켓(가짜 주머니)’이었다. 두 제품의 가격은 4만9900원으로 동일했다.

동일 브랜드의 ‘테이퍼드 슬랙스’도 뒤집어 살펴보니 여성복과 남성복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남성 슬랙스의 지퍼 부분은 천을 비스듬히 재단해 만든 테이프인 ‘바이어스 테이프’를 덧대 재봉해 깔끔했지만, 여성 슬랙스는 셔츠와 마찬가지로 오버로크 방식으로 처리됐다. 특히 남성 슬랙스의 경우 뒷주머니가 깊고 튼튼하며 별도의 단추도 달려 있었지만, 여성 슬랙스는 주머니 모양만 낸 ‘페이크 포켓(가짜 주머니)’이었다. 두 제품의 가격은 4만9900원으로 동일했다. 

지오다노의 남성 티셔츠의 목 뒷부분은 넥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백넥 테이프(해리 테이프)’를 덧대 외관상의 깔끔함과 실용성을 모두 잡았지만, 여성 티셔츠는 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덜 깔끔한 오버로크 방식으로 마감됐다. 가격은 남성 티셔츠 9800원, 여성 티셔츠 1만2800원.
지오다노의 남성 티셔츠의 목 뒷부분은 넥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백넥 테이프(해리 테이프)’를 덧대 외관상의 깔끔함과 실용성을 모두 잡았지만, 여성 티셔츠는 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덜 깔끔한 오버로크 방식으로 마감됐다. 가격은 남성 티셔츠 9800원, 여성 티셔츠 1만2800원.

지오다노의 기본 무지 티셔츠 목 부분에서도 위와 같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남성 티셔츠의 목 뒷부분은 목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백넥 테이프(해리 테이프)’를 덧대 외관상의 깔끔함과 실용성을 모두 잡았다. 그러나 여성 티셔츠는 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덜 깔끔한 오버로크 방식으로 마감됐다. 각 제품의 가격은 남성 티셔츠 9800원, 여성 티셔츠 1만2800원으로 마감처리가 비교적 덜 튼튼한 여성복이 3000원 더 비쌌다. 

지난해 패션 브랜드 무신사스토어는 핑크택스 논란을 빚어 성별 차이를 없앤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무신사 홈페이지
지난해 패션 브랜드 무신사스토어는 핑크택스 논란을 빚어 성별 차이를 없앤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무신사 홈페이지

지난해 패션 브랜드 무신사스토어는 핑크택스 논란을 빚어 성별 차이를 없앤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당시 무신사 스탠다드는 남성용 슬랙스엔 있는 여러 기능을 여성용 슬랙스에선 제거한 채 가격을 비싸게 판매했다. 남성용에는 활동 편의성을 돕는 히든 밴드 기능과 허리 부분 안쪽에 부착해 상의를 바지 안으로 넣었을 때 빠져나오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실리콘 프린트 처리가 돼 있었지만 여성복에는 모두 없앴다. 바지 마감 처리도 여성복에만 오버로크 재봉 방식이 쓰였다. 논란 이후 무신사 측은 해명문을 통해 “자사 제품으로 인해 핑크택스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송구스럽다”며 “기능성으로 인기를 끌었던 기존 상품(남녀공용)과 동일한 기능과 가격을 갖춘 여성용 바지를 추가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들 “차라리 남성복 구매해 입어요”

서울 소재 대학 패션디자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남성복을 구매해 입고 있다. A씨는 “여성복은 목 라인이 너무 잘 늘어난다”며 “남성 하의는 사이즈가 너무 커서 입을 수 없지만, 상의는 충분히 입을 수 있다. 옷을 구매할 때 남성복을 찾아서 구매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여성복과 남성복의 질·마감·가격 차이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핑크택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SNS 속에서는 여성복과 남성복의 성차별이 있다고 문제 제기가 있었다. 누리꾼 B씨는 “올여름에 반팔 셔츠를 여러 벌 샀는데 남성복은 두 번 박은 마감이고 남녀공용으로 나온 옷들은 솔기 같은 마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브랜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두 브랜드 모두 그렇다”며 “옷 안에서 보면 마감법이 확실히 차이가 난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 C씨는 “여성복의 페이크 주머니 정말 짜증 난다”며 “맨날 남성복 사서 입다가 여성복을 입으면 손에 물건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SPA 브랜드 업계 관계자들 “여성·남성 디자인 자체가 다르다”

SPA 브랜드 업계 관계자들은 원래부터 여성복과 남성복은 디자인부터 차이점이 있고 이에 따라 원가가 상이하다고 주장했다. 지오다노 전직 바잉MD였던 D씨는 여성복·남성복이 차이 나는 이유에 대해 “기본적으로 디자인과 박음질 패턴이 다르다”고 밝혔다. D씨는 “기본 티셔츠의 경우라도 여성복과 남성복을 각각 다르게 디자인했다”며 “당연히 패턴과 박음질도 디자인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렌드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여성복은 루즈핏이나 흐르는 디자인이 많기 때문에 남성복에 비해 박음질이 적었다”며 “목 부분도 여성은 얇게 남성은 두툼하게 봉제했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주문량에 따라 원가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D씨는 “지오다노는 주 고객층이 남성이라 남성복 주문량이 굉장히 많았다”며 “남성복 매출 자체가 높으니 여성복에 비해 가격 협상이 쉽다. 그래서 가격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오다노 기획·마케팅 관계자는 “여성복보다 남성복의 질이 좋다는 고객 불만이나 문제 제기는 그동안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무래도 여성과 남성의 체형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며 “남녀공용으로 출시되는 것도 있어서 (여성복과 남성복 제품이) 특별히 어떻게 다르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탑텐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성인복 지적은 없었고 맘카페에서 아동 티셔츠 목 부분 마감이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밝혔다. 탑텐 아동 티셔츠 또한 목 부분 마감 처리가 여아와 남아가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계자는 “남아에 비해 여아는 계절에 따라 목 형태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며 “착용 편의에 따라 목 안쪽 원단 덧댐(해리) 작업을 제외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유행성·남성은 기능성에 초점…패션계 오래된 관행 때문”

여성복과 남성복의 디자인·봉재 방식 등이 차이 나는 이유에 대해 의류 제조업체 종사자는 “여성복은 속 박음질이 어떻게 됐든 겉 디자인이 예쁘고 유행 타는 옷을 만들면 무조건 잘 팔리는 반면 남성복은 디테일하게 옷을 만들어야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류 제조업체 E사에서 디자이너로 재직 중인 F씨는 “모 스파 브랜드에서 근무할 때 이 문제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며 “당시 담당자는 여성복은 남성복보다 매출이 더 좋기 때문에 주문량을 더 많이 넣게 되는데 출고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제작) 과정을 줄여야 한다. 질이 떨어져도 더 빠르고 간편하게 과정을 줄여 내보내도 어차피 팔린다고 말하더라”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반면 남성복은 가격 대비 질 즉 ‘가성비 좋은 옷’을 만들어야 매출이 좋다”며 “남성복은 상대적으로 주문량이 적기 때문에 한 벌 만드는데 꼼꼼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소재·봉제·주머니 등 디테일한 부분에 쏟을 수 있고 그렇게 만들어야 잘 팔린다”고 말했다.

여성복에 지퍼나 주머니 등 실용적 기능을 추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무엇보다 공장에서 그렇게 안 해준다”고 밝혔다. F씨는 “이미 그렇게 해왔으니까 실용적 기능을 넣어주는 공장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남성복은 옛날부터 바지를 그렇게 만들어왔고 질을 낮춰서 판매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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