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6일 제71주년 여군의날
잇따른 군 내 성범죄와 2차 가해
여군들의 죽음에 여론은 ‘싸늘’
군인권센터 “국방부 장관 직속 성범죄전담기구 마련해야”

9월 6일 오늘은 제71주년 여군의 날이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 비해 여군 인권의 현주소는 참담하다.  ⓒShutterstock
9월 6일 오늘은 제71주년 여군의 날이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 비해 여군 인권의 현주소는 참담하다. ⓒShutterstock

9월 6일 오늘은 제71주년 여군의 날이다. 그러나 잇따른 군 내 성범죄와 2차 가해, 여군들의 죽음에 여론은 싸늘하다. 여군 인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여군은 2020년 기준 약 1만4600명이다. 1948년 간호장교 31명으로 시작된 여군은 이제 3군 간부의 7.4%에 달한다. 육군 장교·부사관 중 7.8%(약 9600명), 해군과 해병대 간부의 7.9%(각각 2090여 명, 580여 명), 공군 간부의 8.5%(약 2400명)가 여군이다. 국방부는 2022년 말까지 여군 인력을 전체 간부 정원의 8.8%(1만7000여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금녀의 영역’으로 불리던 특수부대 대대급 이하 부대의 중·소대장, 폭파담당관, UDT(해군 특수전전단), 공군 항공구조사(SART), 잠수함 승조원도 여군에게 문을 열 전망이다. 국방부는 이들 분야 여군 배치 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018년 밝혔다. 

8월27일 전북 익산시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21-2기 부사관 임관식’. 이날 임관한 신임 부사관 487명 중 여군은 402명(82.5%)으로 역대 최다다. ⓒ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8월27일 전북 익산시 육군부사관학교에서 열린 ‘21-2기 부사관 임관식’. 이날 임관한 신임 부사관 487명 중 여군은 402명(82.5%)으로 역대 최다다. ⓒ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외형적 성장에 비해 여군 인권의 현주소는 참담하다. 여군을 노린 군 성범죄가 계속되는 게 큰 문제다. 재판에 회부된 사건이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58건, 2018년 70건, 2019년 72건, 2020년 73건이다. 징계사건도 2017년 76건, 2018년 79건, 2019년 94건, 2020년 114건으로 증가 추세다. 자료를 제공한 군인권센터는 “피해자가 신고를 단념한 사건,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성희롱 등까지 합산하면 여군들이 겪는 피해는 헤아리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내 성범죄와 2차 가해를 호소하는 여군들도 많다. 죽음으로 내몰린 이들도 있다. 올해만 5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8월 해군2함대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사망했다. 육군에서도 여군 부사관이 성추행과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모두 피해 여군들의 상관이 저지른,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었다.

앞서 2017년과 2018년에도 유사한 군 성폭력 사건이 잇따랐다. 이후 국방부에 양성평등위원회, 각 군엔 양성평등센터가 생겼다. 그러나 군인권센터는 “허울만 좋을 뿐 일선 부대에서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발표한 여러 대책도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국방부가 제도 개선을 위해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구성한 지 3개월 만에 15명의 민간위원이 사퇴했다. 군 성폭력 수사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출범했고, 특임검사 제도도 도입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공군 성폭력 사건의 경우, 검찰단 기소 인원이 20여 명인데 수사심의위에서는 3명에 대한 구속기소만 권유해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성범죄는 민간에서 재판한다’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여전히 국방부 장관에 국가안전보장, 군사기밀보호 등을 이유로 관할 법원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논란이 됐다.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의 아버지가 7월2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추모소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상관의 성폭력 후 세상을 떠난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의 아버지가 7월2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추모소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군인권센터는 “국방부 장관 직속 성범죄전담기구를 조속히 설치하고, 정부와 국회는 관련 인력, 예산 확충을 통해 여군이 안심하고 복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군 성폭력 피해자가 민간 성폭력상담소 등 외부기관에 자유롭게 신고하고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끔 물적,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더 이상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 여군의 날을 맞아 진실로 여군들이 안전하고 평등한 조직 내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제도와 조직 문화 개선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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