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경 칼럼] 타샤 튜더의 아름다운 정원
[정진경 칼럼] 타샤 튜더의 아름다운 정원
  • 정진경 사회심리학자
  • 승인 2021.09.18 09:00
  • 수정 2021-09-17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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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 ⓒTasha Tudor & Family 공식 홈페이지 캡처
타샤 튜더. ⓒTasha Tudor & Family 공식 홈페이지 캡처

타샤 튜더는 미국이 사랑하는 그림동화 작가다. 귀여운 아이들과 동물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100권 가까이 남겼고 그의 정다운 그림들은 크리스마스 카드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동화나 그림보다 더 유명해진 것은 그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노년에 시골에서 정원을 가꾸며 옛날식으로 살았는데, 그 모습에 반한 작가들이 쫓아가서 사진책을 내고 다큐멘터리도 찍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 다큐멘터리를 보면 나지막한 언덕 숲속 오래된 목조주택을 꽃이 만발한 넓은 정원이 둘러싸고 있고, 91세의 타샤 할머니가 창가 책상에 단정히 앉아 동화 속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 옆을 강아지 매기가 지킨다. 난로에는 타닥타닥 장작이 타면서 따듯한 온기가 집안에 퍼진다. 그 모습 자체가 동화 같다. 

손으로 만든 동화 같은 정원 

그는 1915년 미국의 상류층 집에 태어났는데, 남들 다 가는 사교계 파티는 싫어하고 자연 속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소젖 짜기, 농장일, 살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개성 강한 소녀는 시골에 살고 싶어서 어머니와도 떨어져 지냈고, 남들이 뭐라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았다. 커서 결혼하고 아이 넷을 낳아 키우며 목장 일을 했고, 그림동화를 그려 가족을 부양했다. 두 번의 이혼을 겪은 후, 쉰여섯에 혼자 버몬트의 시골로 이사하면서 그는 평생 꿈꾸었던 정원을 가꾸며 동경하던 옛날 스타일로 살았다.

만들기를 좋아한 그는 자연이 주는 것을 감사히 받아 최대한 핸드메이드 살림을 했다. 채소를 키우고 손바느질로 옷을 짓고 비누와 양초를 만들고 바구니를 짜고 강아지, 닭, 비둘기를 길렀다. 손주들의 생일에는 정성스레 만든 인형을 선물했다. 그 하나하나에 어찌나 공을 들이는지 모두가 예술행위로 보인다.

타샤 튜더의 너른 정원에는 꿈속 같이 아름다운 꽃밭이 펼쳐있다. 수선화, 작약, 히아신스, 장미, 데이지, 분꽃, 한련,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꽃들이 싱싱하고 탐스럽게 피어난다. 꽃 하나하나마다 어떤 흙을 좋아하는지, 물을 많이 먹는지, 햇볕을 좋아하는지 살펴서 잘 맞는 자리에 심고 수십 년 정성을 들인 결과다. 타샤는 여러 가지 꽃이 섞여 있는 것을 좋아했고 때로는 사람들이 잡초라 부르는 것도 예쁜 꽃이 피면 그냥 키웠다. 너무 인공적으로 잘 꾸며진 정원은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느리고 소박한 삶에 깃든 행복

노년에 등이 살짝 굽은 타샤가 흰머리에 수건을 쓰고 낡은 옷을 입고 맨발로 그 정원을 돌아다니며 구근을 심고 물을 주고 꽃을 돌본다. 잡초 뿌리가 깊으면 수십 년 된 삽을 들고 와 제대로 파낸다. 몸은 작고 말랐어도 평생 일로 굵어진 팔뚝에는 근육이 아직도 좀 남아있다. 정원 가꾸기는 그의 삶이었고, 노동이 아닌 즐거움이었다. 아침에 마당에 나가서 밤새 무슨 일이 있었나 보고 계절과 자연의 변화를 느끼기를 좋아했다. 행복의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인생은 행복하게 살기에도 짧아요. 아름다운 세상에서 최대한 즐겨야죠.”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정원과 그림에만 열중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대, 맹목적인 무한경쟁의 흐름에서 타샤는 의식적으로 벗어나 살았다. “인류는 실수 투성이”라며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의 가치를 추구하면서 소박하게 살다간 이 할머니에게 지금 많은 사람이 감동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가꾸기, 동물과 교감하기, 부지런히 일하고 검소하게 살기 같은 삶의 모습이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는 조금 너무 늦게 알게 된 것 아닐까? 자연을 훼손해서 극심한 기후이변이 생기고 수많은 생물들이 멸종하고 우리의 삶 자체가 위협받는 이때 타샤 튜더 그리고 옛날 우리 할머니들의 삶을 다시 보게 된다. 

정진경 사회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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