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관 성균관대 교수 17일 미래포럼서 강연
“미래인간에 대한 두 가지 관점 존재…
트랜스휴머니즘·휴먼퓨처리즘
구글 글라스·아이패드 등으로 구현”

(사)미래포럼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인간에 대한 두 가지 비전 – 포스트휴먼과 포스트코로나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온라인 포럼을 17일 열었다. 사진은 이날 강연을 맡은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의 발표 자료 중 일부. ⓒ미래포럼

(사)미래포럼(이혜경 이사장)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인간에 대한 두 가지 비전 – 포스트휴먼과 포스트코로나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온라인 포럼을 17일 열었다.

강연에 나선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는 미래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두 가지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인간 성능을 향상하고 죽음을 제거한 ‘포스트휴먼’ 중심의 트랜스휴머니즘,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인간 존재’ 그 자체를 중요시하는 휴먼퓨처리즘이다.

이 교수는 “포스트휴먼에 대한 담론은 글로벌 IT기업의 운영철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포스트휴먼이 중요한 이유는 하나의 현학적 담론이 아니라 구글 글라스, 아이패드와 같은 디바이스 형태로 구현돼 우리 삶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가 17일 (사)미래포럼에서 주최한 포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인간에 대한 두 가지 비전 – 포스트휴먼과 포스트코로나를 중심으로’에서 강연하고 있다. ⓒ미래포럼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기술결정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이 바라보는 인간은 미래를 이끌 역량이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성능을 증강해야 한다. 죽음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이에 수명을 연장하거나 노화를 제거해 지적·정서적·신체적·심리적 능력의 개선을 꾀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의 새로운 인간상은 포스트휴먼이다. 태어나고 죽는 인간과 달리 포스트휴먼은 영원히 산다. 신체 기능이 멈춰도 두뇌를 컴퓨터에 업로드 해 죽지 않는다.

휴먼퓨처리즘은 트랜스휴머니즘이 갖고 있는 과도한 기계결정론으로부터 탈피하고,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휴먼퓨처리즘도 트랜스휴머니즘과 마찬가지로 인간에 대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보유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다. 휴먼퓨처리즘은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 휴먼퓨처리즘의 인간상은 인간 그 자체다.

대표적 글로벌 IT기업인 구글은 트랜스휴머니즘을 표방한다.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를 이끄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웨일은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을 상대로 첫 승을 거두자 “2045년에는 인공지능과의 결합으로 인류의 육체적·지적 능력이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시점이 온다. 이 이후에는 포스트휴먼이 나타날 것이다”고 예측했다. 구글은 증강현실(AR) 웨어러블 스마트 안경인 구글 글라스 시리즈를 연이어 출시하는 등 트랜스휴머니즘의 시각으로 기기를 제작하고 있다.

또 다른 세계적 IT기업인 애플은 휴먼퓨처리즘에 가깝다.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는 2005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죽음은 우리 모두의 숙명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왜냐하면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 죽음이니까. 죽음을 직면해서는 모두 떨어져 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치를 기반으로 기기 그 자체보다는 기기 사용자인 인간을 중심으로 설계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적용해 애플워치와 아이패드 등을 만들었다.

이 교수는 미래인간에 대한 두 비전에 대해 “어느 것이 옳다고 결론지을 수 없다”면서 “두 가지 상이한 방식이 있고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인간과 기술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는 17일 (사)미래포럼에서 주최한 포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인간에 대한 두 가지 비전 – 포스트휴먼과 포스트코로나를 중심으로’에서 미래인간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은 ‘트랜스휴머니즘’과 ‘휴먼퓨처리즘’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위 그래픽은 이 교수가 말한 ‘트랜스휴머니즘’과 ‘휴먼퓨처리즘’의 정의를 담고 있다. ⓒ미래포럼·여성신문

지정토론자로 나선 강홍렬 전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과학기술결정론인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 반박했다. 과학기술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도구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강 전 교수는 “포스트휴먼 담론이 나오면서 ‘인간은 끝났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인류는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전을 ‘이용’해왔다. 교통수단과 기계, 정보, 이제는 인공지능 등을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먼퓨처리즘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강 전 교수는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븐 호킹 등은 건강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잡스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호킹은 루게릭병을 앓았다. 이들이 건강했어도 죽음을 숙명으로 느낄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죽음을 피할 수 없어서 받아들이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죽음에 대한 다른 시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사)미래포럼은 ‘미래적 부가가치의 경로를 찾아서’라는 주제 아래 집단지성을 모색하는 여섯 번의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에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미래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심화시키기 위해 ‘미래적 부가가치의 경로를 찾아서 Ⅱ’라는 주제를 설정하고, ‘포스트코로나’, ‘포스트휴먼’, ‘포스트트루스’에 대한 포럼을 열고 있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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