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청 여성 직원 3명 중 1명 성희롱 경험… 가해자 다수가 상관
[단독] 경찰청 여성 직원 3명 중 1명 성희롱 경험… 가해자 다수가 상관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09.26 11:51
  • 수정 2021-09-26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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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2020년 성희롱 고충 실태조사’
“성희롱 겪었다” 여성 35.0%·남성 5.3%

 

경찰청 로고가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유리문에 붙어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경경찰청에서 근무하는 여성 직원 3명 중 1명꼴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시스·여성신문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여성 직원 3명 중 1명꼴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의 74.5%가 상급자였다. 그러나 신고에 나선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의원(정의당)이 26일 경찰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2020년 성희롱 고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3년 내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찰 직원은 전체 응답자의 12.1%였다. 성희롱을 겪었다고 답한 남성은 5.3%, 여성은 35.0%로 6배 차이가 났다. 지난해 6.3%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1월 6~10일 모바일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경찰청 소속 직원의 6%인 8131명이 참여했다(여성 1875명, 남성 6256명). 2019년 첫 실태조사에서 응답한 6.4%(8674명)보다 전체 참여자는 줄었으나, 여성 응답자(1363명)는 늘었다.

성희롱 가해자 다수는 ‘상급자’, 발생 장소는 ‘사무실’

성희롱을 유형별로 보면, ‘외모에 대한 평가나 성적 비유(8.0%)’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5.5%)’,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하는 행위(2.6%)’,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행위(1.6%)’ 순이었다. 이외에 성적요구를 전제로 이익을 제안하는 행위, 성적 관계를 요구하는 행위라는 답변도 있었다.

성희롱 가해자로는 67%가 ‘상급자’라고 답변했다. 남성의 58.2%, 여성의 74.5%가 상급자’ 지목했다.

피해 발생 장소로는 ‘사무실’이 53%로 가장 많았다. 이어 ‘회식 관련 장소(28.2%)’, ‘순찰차 (5.9%)’순이었다. ‘출장·외부미팅(1.9%)’, ‘워크숍(0.8%)’ 순이었다.

대부분 성희롱 참고 넘어가… 여성들 “가해자와 불편해질까”

성희롱 피해가 실제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 피해자의 75.1%는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참고 넘어 간 이유로는 36.9%가 ‘행위자와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서’라고 응답했고,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2.4%)’,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32.2%)’,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30.5%)’, ‘업무 및 인사 평정, 보직 등의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되어서(24.3%)’, ‘기타(8.1%)’, ‘대처 방법을 잘 몰라서(5.9%)’,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5.0%)’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라는 답변이 38.4%로 가장 많았고, 여성은 ‘행위자와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서’ 라는 응답이 40.9%로 가장 많았다. 여성의 경우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40.4%)’,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9.8%)’라는 답변도 많아 조직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음을 알 수 있다. 

경찰청 ‘2020년 성희롱 고충 실태조사’ ⓒ이은주 의원실
경찰청 ‘2020년 성희롱 고충 실태조사’ ⓒ이은주 의원실

주변에 성희롱 피해 알리면 3명 중 1명 “네가 참아”

성희롱 2차 피해도 심각했다. “최근 3년 내 성희롱 2차 피해 경험이 있느냐”고 질문한 결과, 39.4%(여성 44.8%, 남성 28.4%)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주변에 성희롱 피해를 말했을 때 공감이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의심 또는 참으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응답이 29.5%로 가장 높았다. 뒤 이어 ‘부당한 처우에 대한 암시,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발언 등으로 성희롱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 했다(21.1%)’, ‘상담 또는 조사과정에서 행위자 편을 들거나 불공정하게 진행했다(12.3%)’ 순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 내 조직 내에서 성희롱을 목격한 경험도 12.9%(남성 6.1%, 여성 35.6%)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6.6%는 성희롱을 목격했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37.1%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했다’고 답변했다.

성희롱 목격 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유로는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가 38.0%로 가장 많았다. 또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34.1%)’,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24.2%)’ 순으로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2.8%)’ , 여성은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47.4%)’로 각각 가장 높아서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 ⓒ이은주 의원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경찰청의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의원실

이은주 의원은 “경찰청은 2018년 성평등정책담당관을 신설해 성평등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태조사 결과 조직 내 성평등 가치 제고는 크게 향상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까지의 정책보다 더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성희롱을 목격하고도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나온 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라며 “인식 개선과 조직의 성범죄 근절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성희롱을 경험하거나 목격했지만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여성들이 다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내부 구성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관 내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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