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 유승민·윤석열
‘청약 가점 5점 부여’ 공약 논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유승민 전 국회의원이 사실상 ‘군 가산점’ 공약을 두고 ‘원조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유승민 전 국회의원이 사실상 ‘군 가산점’ 공약을 두고 ‘원조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사실상 ‘군 가산점’ 공약을 두고 때 아닌 ‘원조 논쟁’ 중이다. 이번 논쟁은 윤 전 총장의 ‘군 복무자 주택청약 가점 5점 부여’ 공약을 두고 유 전 의원이 자신의 공약을 표절했다고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진짜 문제는 2001년 위헌 판단을 받고 폐지된 ‘군복무 가산점제’(군 가산점)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표절’ 공방 속에서 공약의 위헌성 문제는 뒷전이 됐다.

“군필자에 청약 5점 가점 주자”

유 전 의원이 ‘공약 표절’ 의혹을 제기한 윤 전 총장 공약은 ‘군 복무자 주택청약 가점 5점 부여’와 ‘현역병 국민연금 가입 기간 확대(크레딧)’ 공약이다. 윤 전 총장은 9월22일 군필자의 부동산 청약 시 가점 5점을 주고 현역병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8개월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유 전 의원은 지난 7월5일 발표한 군필자 주택청약 가산점 5점 부여와 의무 복무 기간만큼 ‘국민연금 크레딧’을 부여하는 내용의 의무복무자 지원 공약과 유사하다고 문제 삼았다.

유 전 의원은 대선 경선 후보 2차 TV 토론회에서 “7월 초 발표한 내 공약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전문가 그룹과 제대한 청년 수십 명을 인터뷰해 개발한 공약이라고 반박하며 논란은 이어졌다.

표절 공방보다 중요한 것은 공약의 위헌성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만약 이 공약이 시행되면 치열한 분양 경쟁 체제에서 청약 가점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분양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약 가산 부여 공약 역시 1999년 위헌 판결난 군 가산점제와 똑같은 위헌 구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군 가산점제에 대해 위헌 판결한 주된 이유는 치열한 경쟁 속에 가산점을 얻지 못하면 공직 취임기회에서 배제된다는 것이었다”며 “군 복무자에게만 5점의 청약 가점을 부여한다면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분양을 받을 가능성이 아예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군 가산점제는 위헌 판결 이후 2001년 완전 폐지된 뒤에도 부활 시도가 이어졌다. “남성은 군대를 다녀와 취업에 뒤쳐진다”는 주장과 “군필자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는 번번이 무위로 그쳤다. 남성의 군 복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데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정치권이 표심에 매몰돼 차별을 야기하거나 평등권을 해치는 위헌적인 정책들을 내놨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뺏어 군 복무자 중 아주 일부의 사람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측면에서 평등권을 침해하는 제안이 많았다.

1점으로 당락 갈리는 청약 가점

실제로 현행 청약가점제에서 군필자에게 5점의 청약 가점을 부여한다면 청약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군필자에게 부양가족 1명(5점)에 해당하는 가점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무주택 기간(1년 당 2점)이나 청약통장 기간(1년당 1점)보다 훨씬 높다.

주택청약통장은 국민주택, 민영주택 등 주택 청약할 때 필요한 금융상품이다. 주택청약통장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새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어 집 마련을 위한 필수품으로 인식된다.

현행 청약제도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과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가점제 방식이다. 부양가족 수(35점)와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을 합쳐 84점이 만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청약 당첨자 평균 가점은 61.7점이다. 청약 가점 60점은 부양가족 2명 기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각각 최소 14년 이상이어야 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인 가족 가구주인 39세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청약가점은 57점이다.지난해 서울 청약 당첨자 평균 가점(61.7점)보다 4점 낮다. 30대 신혼부부가 가점제를 통해 서울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2030세대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장년층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청약 점수를 높이기 위해 위장 전입을 하거나 ‘청약용 입양’을 하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현행 청약 가점제는 이성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4인 가족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저출산 상황과 맞물리면서 신혼부부 및 부양가족 수에 혜택이 편중돼, 1·2인 가구는 사실상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의 주거불안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오히려 군 복무자에 대한 청약 가점 공약이라는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주거불안을 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