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홈페이지 사전예약제
리움 한국 고미술·현대미술 상설전...상시 무료
국보 고려청자 등 미공개 작품 대거 공개
리움·호암 재개관 기획전은
인간·금속미술 주목...연말까지 무료 운영

서울 이태원 삼성미술관 리움 전경. ⓒ뉴시스·여성신문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전경. ⓒ뉴시스·여성신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문을 닫았던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이 8일부터 운영을 재개한다. 리움미술관 상설전은 상시 무료로, 두 미술관 기획전은 연말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리움과 호암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10월 5일부터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리움이 새롭게 선보이는 ‘한국 고미술 상설전’에선 지금까지 전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대거 감상할 수 있다.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김홍도의 「군선도」 등 국보, 고려 말~조선 초에 제작된 유일한 팔각합인 「나전팔각합」 등이다. 이를 포함해 국보 6점과 보물 4점, 현대미술 6점, 총 160점을 전시한다. 고려청자를 모은 ‘푸른빛 문양 한 점’, 조선 분청사기와 백자를 전시한 ‘흰빛의 여정’, 고서화를 모은 ‘감상의 취향’, 불교미술 작품을 전시한 ‘권위와 위엄’, ‘화려함의 세계’ 5개 섹션으로 나눠 선보인다.

(왼쪽부터)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국보, 고려, 13세기, 점토, 높이 32.5cm), 백자청화 운룡문 호 (조선, 18세기, 백토, 높이 57.7cm). ⓒ리움미술관 제공
(왼쪽부터)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국보, 고려, 13세기, 점토, 높이 32.5cm), 백자청화 운룡문 호 (조선, 18세기, 백토, 높이 57.7cm). ⓒ리움미술관 제공

정상화, 박서보, 아니쉬 카푸어, 요시오카 도쿠진 등 현대 작가의 작품도 전시한다. ‘청자 소품’, ‘청화백자 연적’을 위한 특별 전시 공간을 만들어 전통미술 감상의 재미를 더하고자 했다.

‘현대미술 상설전’도 관객들을 기다린다. 전통 수묵화에서 현대 추상화까지 수많은 작품 속 검은색을 다룬 ‘검은 공백’, 유리, 금속, 아크릴 등으로 구성된 작품을 통해 초현실적 감각을 선사하는 ‘중력의 역방향’, 괴물·기계 생명체 같은 생경한 존재들을 창조해 무한한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이상한 행성’ 등 3개 주제로 총 76점이 전시된다. 절반 이상이 리움 상설전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다채로운 현대 미술의 면면을 즐길 수 있다.

리움 현대미술 상설전 ‘이상한 행성’ 섹션(B1층)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
리움 현대미술 상설전 ‘이상한 행성’ 섹션(B1층)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

리움미술관 재개관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 전은 모든 예술의 근원인 ‘인간’을 돌아보는 현대미술 전시다. 국내외 작가 51명의 작품 130여 점을 7개 섹션으로 나눠 선보인다.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이 확산한 20세기 중반의 전후(戰後) 미술을 필두로, 휴머니즘의 위기 및 포스트휴먼 논의와 더불어 등장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와 우리를 둘러싼 관계들을 이해하고, 지금까지 당연시해 온 인간적 가치들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고자 한다.

특히 평등과 다양성이 주요 사회 의제로 떠오른 지금, 이 문제를 되돌아보는 ‘모두의 방’ 섹션이 눈길을 끈다. 분장을 통해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성의 틀을 무효화한 신디 셔먼의 거대한 벽지 작업 「무제」, 아시아 게이 남성의 이중적 한계를 해체하고 복합적 정체성을 체현한 야스마사 모리무라의 「두블르나쥬(마르셀)」, 덴마크의 랜드마크인 인어공주상의 남성 버전을 통해 문화적 상징성을 전복하는 엘름그린&드라그셋의 「그(블랙)」, 한국 모더니즘 조각의 남성중심적 위계를 해체하는 최하늘의 「샴」 연작, 여성국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성별의 정치학을 비판적으로 다뤄온 정은영의 「변칙 판타지」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리움미술관 재개관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 전 중 ‘모두의 방’ 전시장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한도희
리움미술관 재개관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 전 중 ‘모두의 방’ 전시장 전경. ⓒ리움미술관 제공/한도희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국내외 인문학과 과학 분야 석학과 참여 작가들에게 들어보는 인터뷰 영상 시리즈도 매주 리움 유튜브 채널을 통해 1편씩 공개될 예정이다. 로지 브라이도티(철학자), 홍성욱(과학기술학자), 조한혜정(문화인류학자), 정재서(신화학자), 최재천 (생태학자), 참여 작가 (카데르 아티아, 안토니 곰리, 스텔락, 정연두, 김상길, 김아영)가 등장한다. 안무가 최수진이 몸과 움직임으로 전시작품을 해석한 퍼포먼스 영상도 공개된다.

호암미술관 전경. ⓒ호암재단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호암미술관 전경. ⓒ호암재단

호암미술관은 재개관을 맞아 ‘야금 冶金: 위대한 지혜’ 기획전을 선보인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금속미술을 통해 한국미의 독창성을 짚어본다. ‘야금’은 광석의 채굴부터 불로서 금속을 다루는 과정과 결과물을 통칭하는 용어다. 선사 청동기부터 고대 장신구와 무속 도구, 불교미술 등 전통미술과 국가무형문화재, 현대 작가들의 공예, 조각, 영상 등을 아우르는 융합 전시다. 선사시대 청동기 유물 중심의 1부, 금, 은, 동, 철 같은 새로운 금속 재료에 기반한 국가와 왕조의 탄생을 살펴보는 2부, 불교 미술품을 모은 3부, 현대 야금의 전통과 계승을 대표하는 국가무형문화재(한국공예장인) 작품 등 다양한 현대 작품을 선보이는 4부로 구성됐다. 또 노출 콘크리트 공간에 쇠로 만든 파티션과 쇼케이스를 사용하는 파격적 연출로, 거친 자연에서 가장 귀한 창조물을 만드는 인간의 위대함을 표현했다.

호암미술관은 재개관을 맞아 ‘야금 冶金: 위대한 지혜’ 기획전 중 4부 전시장 전경. ⓒ호암미술관 제공
호암미술관 ‘야금 冶金: 위대한 지혜’ 기획전 중 4부 전시장 전경. ⓒ호암미술관 제공

리움미술관은 재개관에 맞춰 미술관의 상징(MI), 미술관 로비, 스토어 등 공간과 서비스도 개편했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총괄 감독을 맡았고, 김민석(건축사사무소 노션/로비 인테리어), 김영래(스튜디오 라이터스/리움 스토어 인테리어), 고기영(비츠로/공용 공간 조명), 강진(오디너리피플/홈페이지 및 MI 어플리케이션), 신해옥&신동혁(신신/리움 스토어 브랜딩), 최지연&최서연(카바라이프/리움 온라인 스토어 디자인) 등이 참여했다.

홈페이지 개편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한국 작가 60명의 작업 공간과 예술세계를 인터뷰한 ‘리움, 작가를 만나다’ 시리즈도 공개한다. 로비에 설치된 ‘미디어 월’을 통해 작가 인터뷰 시리즈와 함께, 자연의 형상을 섬세하게 연출하는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3D 애니메이션 작품을 압도적인 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로비 공간은 로툰다를 중심으로 매표소, 카페, 아트샵 등 기능적인 공간을 재배치하고 전체 색을 흑백으로 정돈했다. 김수자 작가의 「호흡」, 이배 작가의 「불로부터」도 설치했다. 리움 스토어는 전통건축 특유의 목재 짜임과 격자 형태의 구조물을 활용해 한국적인 멋을 표현했고, 한국 공예작가 30여 명의 상품을 선보인다. 온라인 스토어(leeumstore.org)도 열려 현대 공예를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리움 디지털 가이드’를 활용해 다채로운 전시 설명, 관람 경험 개인 디바이스 저장 등을 할 수 있다. 다양한 미술품 보존처리 방법과 연구 과정을 담은 단행본 『리움 보존이야기』도 발간했다. 

리움미술관은 신임 부관장으로 김성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를 9월 1일 자로 선임했다. 김 신임 부관장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조원, 문화역서울 284 등 국내 대표 미술 기관에서 예술감독을 역임하며 다수의 전시 기획, 행정에 참여하고 비평가, 교육자로 활발히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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