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늙어버린 여름

『내가 늙어버린 여름』(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양영란 옮김/김영사/1만4800원) ⓒ김영사

저명한 문학가이자 여성학자가 ‘늙음’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풀어놓은 에세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상’이 MIT에서 만들어질 정도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지만, 어느 여름부터 요가 동작이 힘들어졌고 백내장에 걸리기도 한다.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노년을 받아들여라”고 조언하지 않는다. 대신 22편의 자기 고백을 통해 결핍과 후회로 가득한 지난날을 회고한다. 무조건적인 반항으로 부모님에게 상처를 줬던 유년기, 맹목적으로 자유를 좇으며 일탈을 삼았던 청년기, 잘나가는 여성학자로 승승장구하면서도 미처 돌보지 못했던 그 시절의 ‘나’에게 안부를 묻는다. 동시에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자신이 쌓아온 많은 것들이 부정당할 때 어떻게 이를 직시할지 묻는다. 저자는 “나이 든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일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 앞엔 아직도 순수한 웃음,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와 견고한 연대의식, 늘 함께한다는 암묵적인 동조 의식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며 삶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양영란 옮김/김영사/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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