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 여성으로 봐야...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성전환 수술한 고 변희수 전 육군하사에게 신체 장애 등 이유로 강제 전역 처분을 내린 군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오영표)는 7일 변 전 하사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강제 전역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군인으로서 지위는 일신전속권으로서 상속 대상이 되지 않으나 변 전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이 취소되면 급여청구권을 회복할 수 있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인다”며 “변 전 하사는 수술을 마친 후 청주지방법원에서 성별 정정을 허가받아 여성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전역 처분 당시 군인사법상 심신장애 여부 판단도 여성 기준으로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환된 여성으로서 현역 복무에 적합한지는 궁극적으로 군 특수성 및 병력 운영, 성소수자 기본 인권,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성전환수술로 인한) 심신장애는 원고의 경우 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육군 측은 “재판부의 이번 판결을 존중하며 법원의 판결문을 확인 후 향후 조치방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 등 32개 단체로 구성된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성확정수술을 이유로 한 강제 전역을 부당한 차별’이라는 이 당연하고 상식적인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오늘의 판결은 역사에 남아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지금, 승소의 기쁨을 안고 환히 웃으며 동료들의 곁으로 돌아가야 할 변희수 하사가 없다”며 “한 사람의 소박하고 평범한 꿈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결정은 부당한 차별을 바로잡은 사법의 쾌거이기도 하지만, 지연된 정의가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뼈아픈 교훈”이라며 “국방부는 항소를 포기하고 지금 당장 진심어린 반성과 함께 변희수 하사의 영전에 무릎꿇고 사죄해야 하며 서욱 국방부 장관은 반드시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변희수 전 하사는 지난해 1월 22일 휴가를 받은 뒤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하고 여군 복무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육군에 전했으나 군으로부터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은 뒤 강제 전역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변 전 하사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처분에 대한 재심사)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강제 전역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하고 첫 변론을 앞둔 지난 3월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