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 여성으로 봐야...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020년 1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와 함께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며 사전 국외여행 허가서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020년 1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와 함께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며 사전 국외여행 허가서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성전환 수술한 고 변희수 전 육군하사에게 신체 장애 등 이유로 강제 전역 처분을 내린 군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오영표)는 7일 변 전 하사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강제 전역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군인으로서 지위는 일신전속권으로서 상속 대상이 되지 않으나 변 전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이 취소되면 급여청구권을 회복할 수 있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인다”며 “변 전 하사는 수술을 마친 후 청주지방법원에서 성별 정정을 허가받아 여성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전역 처분 당시 군인사법상 심신장애 여부 판단도 여성 기준으로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환된 여성으로서 현역 복무에 적합한지는 궁극적으로 군 특수성 및 병력 운영, 성소수자 기본 인권,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성전환수술로 인한) 심신장애는 원고의 경우 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육군 측은 “재판부의 이번 판결을 존중하며 법원의 판결문을 확인 후 향후 조치방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 등 32개 단체로 구성된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성확정수술을 이유로 한 강제 전역을 부당한 차별’이라는 이 당연하고 상식적인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오늘의 판결은 역사에 남아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지금, 승소의 기쁨을 안고 환히 웃으며 동료들의 곁으로 돌아가야 할 변희수 하사가 없다”며 “한 사람의 소박하고 평범한 꿈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결정은 부당한 차별을 바로잡은 사법의 쾌거이기도 하지만, 지연된 정의가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뼈아픈 교훈”이라며 “국방부는 항소를 포기하고 지금 당장 진심어린 반성과 함께 변희수 하사의 영전에 무릎꿇고 사죄해야 하며 서욱 국방부 장관은 반드시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변희수 전 하사는 지난해 1월 22일 휴가를 받은 뒤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하고 여군 복무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육군에 전했으나 군으로부터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은 뒤 강제 전역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변 전 하사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처분에 대한 재심사)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강제 전역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하고 첫 변론을 앞둔 지난 3월 청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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