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대의

『여성의 대의』(지젤 알리미/이재형 옮김/안타레스/1만7000원) ⓒ안타레스

『여성의 대의』는 프랑스의 인권 변호사이자 페미니즘 운동가로, 억압받고 소외당한 여성의 권리를 위해 평생 헌신한 지젤 알리미의 일생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임신중지는 무거운 죄로 여겨지는 반면, 성폭행은 죄가 아니던 시절, 온몸으로 맞서 ‘자발적 임신중단에 관한 법률’, ‘성폭행 및 사회 도덕을 저해하는 행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어냈다.

알리미는 1927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튀니지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극심한 남아선호 분위기 속에서 여성에게 채워진 족쇄를 끊고자 부단히 저항했다. 공부를 시킬 마음이 없었던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은 채 자신의 노력으로 튀니지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1944년 프랑스로 건너가 팡테옹소르본대학교에서 법학과 철학 학위를 취득해 1949년 변호사에 임용됐다. 1971년에는 당대 여성 저명인사 343명이 피임과 임신중지의 적법한 권리를 요구한 ‘343 선언’에 동참했다. 같은 해 시몬 드 보부아르와 함께 ‘여성의 대의를 선택하다’ 협회를 설립해 페미니즘 투쟁을 본격화했다.

1972년 성폭행으로 임신한 뒤 임신중지를 해 기소된 열여섯 살 고교생을 변호한 ‘보비니 재판’에서 승리함으로써 3년 후 자발적 임신중단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1981년 국회의원 당선 후 1984년까지 활동하면서 선거 여성 할당제를 법제화하고자 노력했고,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1985~1986년 유네스코 프랑스 대사로, 1989년 유엔(UN) 프랑스 대표단 특별 고문으로 활약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정치 평등을 실현코자 애썼다. 1989년 국제금융관세연대(ATTAC)를 공동 설립해 반신자유주의 운동에 동참했다. 2020년 7월28일 93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지젤 알리미/이재형 옮김/안타레스/1만7000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