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이 답하지 못한 질문들]
친환경 실천 대명사 에코백·텀블러
정말 환경에 도움됐나

천 에코백은 최소 131번
스테인리스 텀블러 220번 써야
일회용품보다 낫다는데
실제 재사용률은 20% 수준
안 쓰고 보관해 자원 활용도 떨어져

친환경 실천의 대명사가 된 에코백과 텀블러. 그러나 막상 소비자들의 사용 실태를 들여다보니 친환경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에코백과 텀블러를 더 자주, 오래 사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일회용품보다 더 환경에 해롭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Shutterstock
친환경 실천의 대명사가 된 에코백과 텀블러. 그러나 막상 소비자들의 사용 실태를 들여다보니 친환경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에코백과 텀블러를 더 자주, 오래 사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일회용품보다 더 환경에 해롭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Shutterstock

캔버스 에코백은 131번을 써야 비닐봉지 대체 효과가 있다.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최소 220번 재사용해야 일회용 컵보다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현실은 어떨까. 우리나라 20~60대 여성들은 에코백 1개를 평균 약 30회, 텀블러는 약 46회 재사용하는 데 그쳤다. 주로 사은품으로 받아 안 쓰고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 자원 활용도도 떨어졌다. 사용주기를 늘리려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비율도 낮았다. 환경을 생각해서 에코백과 텀블러를 쓴다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 이런 물건들이 친환경적이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여성신문이 오즈리서치에 의뢰해 에코백·텀블러 사용 경험이 있는 2060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에코백 사용 경험은 9월27일부터 10월5일까지, 텀블러는 9월27일부터 10월4일까지, 최근 3년 이내에 에코백 또는 텀블러 사용 경험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했다. 조사마다 20~60대 연령대별로 40명씩 200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여성들은 에코백을 1인당 평균 6개 이상 갖고 있었다. 사은품으로 받은 경우(4개 이상)가 많았다. 절반가량이 에코백을 사용하는 이유로 ‘친환경성’을 꼽았다. 친환경적이라서(23.5%), 쓰레기를 줄이려고(20.5%) 등이다.

캔버스 에코백은 131번을 써야 비닐봉지 대체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20~60대 여성들은 에코백 1개를 평균 약 30회(약 23%) 재사용하는 데 그쳤다. ⓒ이세아 기자
캔버스 에코백은 131번을 써야 비닐봉지 대체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20~60대 여성들은 에코백 1개를 평균 약 30회(약 23%) 재사용하는 데 그쳤다. ⓒ이세아 기자

응답자들은 월평균 5.9회 에코백을 사용하며, 에코백 1개당 평균 29.8번 재사용한다고 했다. 캔버스 에코백 하나를 최소 131번 써야 비닐 봉지보다 낫다는 영국 환경청 발표(2011)를 따르면, 응답자들이 지금보다 다섯 배는 더 자주 에코백을 들어야만 ‘친환경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석유로 비닐을 만드는 것보다 목화로 에코백을 만드는 과정에 더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들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더 많기 때문이다.

주로 사은품으로 받아 안 쓰고 보관만 하는 경우가 많아 자원 활용도도 떨어졌다. 61.5%가 여러 에코백 중 몇 개만 사용한다고 답했다. 사용주기를 늘리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비율도 낮았다. 안 쓰는 에코백은 그냥 보관하거나(56.5%), 버린다(7.5%)는 이들이 60%를 넘었다. 양도나 기부(18.5%), 재활용(14.5%)하는 비율은 낮았다. 응답자의 7.5%는 아예 ‘에코백 생산 중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에코백이 친환경 실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고 묻자 5점 만점에 평균 3.9점이 나왔다. 40대 이상은 평균 4점을, 2030 세대는 평균 3점을 줬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에코백을 잘 쓰지 않고, 환경 문제와도 연관 짓지 않는 모습이었다. 60대 여성은 에코백을 월평균 6회 이상 사용하는 반면, 20대 여성은 월평균 약 3회로 전 세대에서 가장 적었다. 4050 세대는 친환경성 때문에, 2030 세대는 편리해서 에코백을 쓴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최소 220번 재사용해야 일회용 컵보다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20~60대 여성들은 텀블러 1개를 평균 약 46회(약 21%) 재사용하는 데 그쳤다.  ⓒ이세아 기자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최소 220번 재사용해야 일회용 컵보다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20~60대 여성들은 텀블러 1개를 평균 약 46회(약 21%) 재사용하는 데 그쳤다. ⓒ이세아 기자

텀블러 사용 경험도 비슷했다. 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쓴다는 응답률이 높았지만, 막상 실제 소비 경험을 따져보면 친환경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응답자들은 1인당 텀블러를 평균 6개 이상 갖고 있었고 대부분(4개 이상) 사은품으로 받았다. 쓰레기를 줄이려고(31.5%), 친환경적이라서(18.5%) 등 환경을 생각해서 텀블러를 쓴다는 응답자가 과반이었다.

응답자들의 월평균 텀블러 사용 횟수는 6.5회, 텀블러 1개당 평균 45.8회 재사용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최소 220번, 폴리프로필렌(PP) 텀블러는 50번 재사용해야 일회용 컵보다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캐나다 환경보호단체 CIRAIG, 2020). 텀블러 하나를 만들거나 폐기하는 과정에서 종이컵의 24배,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13배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19). 에코백과 마찬가지로 응답자들이 지금보다 5배는 더 자주 텀블러를 사용해야만 친환경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안 쓰는 텀블러는 그냥 보관하거나(62.5%), 버린다는(33.0%) 응답률이 높았다. 다른 사람에게 준다(21.5%)거나 재활용한다는 비율은 낮았다. 51.5%가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 불편해서 잘 쓰지 않게 된다고 했다.

세대 간 차이도 나타났다. 4050 세대는 한 달에 8회 이상, 20대는 7회 이상 텀블러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반면 30대는 4.8회로 가장 텀블러 사용률이 저조했다. 응답자들은 텀블러의 친환경 영향성을 5점 만점에 평균 3.7점으로 평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만 평균 4.37점을 줬고, 다른 모든 세대는 평균 약 3점을 매겼다.

텀블러·에코백, 6개월 이상 쓰고
재활용 가능 재질인지
세척·재사용 가능한지 확인해야
수집욕 자극하는 기업 마케팅 경계 필요

에코백과 텀블러를 쓰는 독자라면 일단 지금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재사용하는 게 좋다. 텀블러를 6개월 이상 쓰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플라스틱 컵보다 11.9배, 2년 이상 쓰면 33.5배가량 줄일 수 있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2019). 구매하기 전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단일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세척이 가능한지, 세척 시 물이나 세제 사용을 줄이는 노력 등도 필요하다.

조사에 참여한 여성들은 “에코백 품질이 대체로 낮아서 소비자가 오래 유용하게 쓰기 어렵다”, “버려진 페트병을 분리배출, 선별, 섬유화해 에코백으로 만드는 과정 등을 소비자에게 알려 친환경 인식을 높여야 한다” 등 의견도 전했다.

‘장바구니 할인제도’를 되살려 에코백 소비를 유도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2010년 이전까지는 여러 대형마트에서 장바구니 할인을 제공했으나, 2010년부터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 판매 또는 대여, 재사용 종량제봉투 판매 정책을 도입하면서 장바구니 할인제도를 폐지했다.

소비자의 수집 욕구를 자극해 불필요한 소비를 유도하는 기업 마케팅도 경계 대상이다. 예컨대 커피전문점 1위 기업 스타벅스는 개인컵을 가져온 소비자에게 300원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친환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계절마다 다양한 디자인의 텀블러 상품을 새로 내놓고 있어 모순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우리의 소비를 성찰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게 해 주는 제품이 진짜 친환경 제품”이라며 ‘반려’ 에코백·텀블러를 사용하라고 권했다. 자기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사서 오래 쓰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공동대표는 일회용품 사용에 익숙한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쓰던 대로, 살던 대로 살면서 지속가능한 미래가 올 거라고 기대할 순 없다”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나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코백이 답하지 못한 질문들

에코백, 종이용기 사용, 정확한 분리배출.... ‘일상 속 친환경 실천’ 하면 떠오르는 일들은 정말 친환경적일까? 소비자들의 인식과 현실 간 간극을 좁힐 수 있도록 현실적인 친환경 실천법을 안내한다. 강력한 플라스틱 규제, 대안 지원 등 인프라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에게 정부, 기업, 개인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들어본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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