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abay
©pixabay

미국 대선 기간에는 여러 캠페인 문구를 볼 수 있는데, 특히 ‘투표 안 할 거면 불만 갖지 마’(Don’t vote? Don’t Complain!)라는 문구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투표라는 신성한 권리를 가졌음에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이후 어떠한 불만도 표출하지 말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는 최근 들어서 투표에 적극적이다. 과거 세대들의 갈등의 주요인이었던 민주-반민주, 남북, 지역주의가 아닌 2010년 무상급식 정책이 이슈화되면서 세대 갈등의 이슈가 등장했다. 2016년 탄핵 이후 20~30 세대층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며 투표에 참여하는 비율과 관심이 증가했다. 비록 젊은 층은 진보나 보수가 아닌 부동층이 많으나 (18~29세 청년층에서는 부동층이 49%에 달한다), 확실한 정치 색깔이 없다고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젊은 층의 정치 성향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적 색채가 대개 확립된 60세 이상 (부동층 23%)의 세대보다 선거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20~30대의 젊은 층 중에서도 여성의 표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난 대선만 보더라도 각 연령층 내의 여성의 투표율은 해당 연령층의 남성의 투표율을 뛰어넘었다. 20대 여성의 투표율은 79%인 반편 20대 남성의 투표율은 73%, 30대 여성의 투표율은 77%인 반면 30대 남성의 투표율은 71%였다. 그 이전 대통령 선거에서도 전체 여성의 투표율이 76.4%, 남성의 투표율이 74.8%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 여성의 투표율은 남성의 투표율보다 높았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여성의 참여가 낮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선 대통령 후보들 중에 여성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사로잡을 만한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후보의 20-30대 여성의 호감도는 대략 25.5%, 윤석열 16.5%, 홍준표 23.5%, 심상정 31.5%, 안철수 23.5%이다 (한국갤럽 자체 조사, 2021.10, 19~21). 결과적으로 20~30대 여성의 마음을 확실하게 잡은 후보가 없기에 오히려 젊은 세대 여성들의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마음에 확실히 드는 후보가 없다고 하더라도 투표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어느 대통령 후보도 여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여성의 관점에서 젠더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에 따른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여성의 무관심에 1차적 책임은 개별 후보와 정당에 있다. 특히 2030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약과 정책이 보이지 않고 그 누구도 내 삶을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표심이 선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국회와 정당이 절실히 느낄 때 대한민국의 향후 정책을 젠더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설계할 수 있다. 여야를 떠나 각 후보에 대한 여성의 지지도와 호감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여성의 높은 투표 참여는 여성뿐만 아니라 우리 미래세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정치인은 리더(Leader)인 동시에 국민의 뜻을 따르는 팔로워(Follower)이기도 하다. 반 발짝 앞서 미래를 구상하기도 하지만 특히 선거기간에는 유권자의 강력한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서는 안 되는 것처럼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불만을 말할 수 없다.

정은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은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