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이 답하지 못한 질문들]
그린워싱·친환경 실천 주제로
2040 환경 전문가 4인 좌담 ①
지구에 미안하다면
생활습관부터 바꿔요

여성신문은 10월 1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친환경 실천에 관한 오해를 짚어보고, 꼭 필요한 사회·정책적 변화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공동대표, 하지원 (사)에코맘코리아 대표, 최선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기후환경분과 쓰쓰전 PM,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참석했다.   ⓒ홍수형 기자
여성신문은 10월 1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친환경 실천에 관한 오해를 짚어보고, 꼭 필요한 사회·정책적 변화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공동대표, 하지원 (사)에코맘코리아 대표, 최선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기후환경분과 쓰쓰전 PM,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참석했다. ⓒ홍수형 기자

친환경 위장술, ‘그린워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린워싱은 ‘그린(Green)’과 ‘화이트워싱(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이 이윤을 목적으로 친환경적 특성을 허위·과장해 광고·홍보하는 것을 뜻한다. 9월말 스타벅스의 ‘리유저블(다회용) 컵 대란’이 기름을 부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등 환경에 나쁜 제품을 생산해 온 기업과 유통업계가 ‘친환경 약속’을 앞다투어 내놓았지만, 말잔치에 그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다회용 플라스틱 컵’, ‘생분해성 포장재’, ‘지속가능한 종이 포장’은 과연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열쇠일까?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고 자연에 부담을 덜 주는 삶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여성신문은 19일 친환경 실천에 관한 오해를 짚어보고, 꼭 필요한 사회·정책적 변화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좌담회를 열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하지원 (사)에코맘코리아 대표,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공동대표, 최선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기후환경분과 쓰쓰전 PM 등 20~40대 환경 전문가 4인이 참석해 ‘그린워싱’과 ‘친환경 실천’이라는 열쇳말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 기업이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등 ‘그린워싱’ 사례가 최근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원(하) : 친환경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기업들이 적지 않아요. 재생 냅킨, 종이 빨대를 제공하면서 매번 새로운 플라스틱 다회용 컵, 텀블러를 만들어 파는 커피전문점, ‘올 페이퍼 챌린지’라며 종이 박스·테이프 등을 사용하지만 과대포장 비판을 받는 유통업체, 플라스틱 담배 필터가 친환경 필터인 것처럼 광고하고, 사탕수수를 활용했다고 무조건 ‘에코’ 제품이라고 하는 기업들도 있죠.

최선아(최) : 모 편의점은 자연환경에서 저절로 없어진다는 생분해 포장지를 사용한 ‘친환경 마카롱’ 제품을 판매했는데, 실제론 불가능했죠.

홍수열(홍) : 일회용 비닐봉지를 비닐 코팅된 종이가방으로 대체하기도 하고요. ‘친환경적이니까 안심하고 마음껏 써도 된다’며 소비를 조장하는 친환경 마케팅은 결과적으로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줍니다. 종이가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니까 종이를 막 써도 좋다고 할 수 없잖아요. 중요한 건 불필요한 물질 소비를 줄이는 겁니다. 마음에 드는 걸 사서 오래 쓰는 게 중요해요. ‘반려’ 텀블러, 에코백이라는 표현도 있잖아요.

김지윤(김) : 석탄발전소 이름에 ‘에코 파워’가 붙기도 하고요. ESG(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 경영을 위해 탄소중립에 힘쓴다면서 석탄·석유 관련 투자를 하는 기업도 있어요. 친환경이라며 종이 용기 안에 플라스틱 용기를 넣어 팔다가 비판 받은 화장품 기업도 있었죠.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이 진짜 친환경인지 확인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해보면 좋겠어요. 기업의 마케팅에 넘어가는 소비자들을 탓하기보다 ‘예쁜 쓰레기도 쓰레기’라는 걸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허위·과장 광고를 하는 기업은 벌금을 받거나 처벌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소비 조장 친환경 마케팅
결과적으로 환경에 더 나빠
불필요한 소비 줄이는 게 중요

쓰레기 줍기 열풍 주목할 만하나
개인 노력만 강조해선 해결 못 해
기업·정부 감시하고 정책 요구해야

여성신문이 10월 1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환경 관련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공동대표, 하지원 (사)에코맘코리아 대표. ⓒ홍수형 기자
여성신문이 10월 1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환경 관련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공동대표, 하지원 (사)에코맘코리아 대표. ⓒ홍수형 기자

-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친환경 실천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어떤 점을 경계해야 할까요?

: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 ‘줍깅(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 등 쓰레기 줍기 캠페인이 유행이잖아요. 문제는 소비자의 책임만 강조하고, 생산자의 책임은 빠지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거예요. 1970년대에 환경호르몬 문제가 불거지면서 ‘반플라스틱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고자 ‘쓰레기를 잘 버리자, 쓰레기를 줍자’는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전했죠. ‘쓰레기 문제는 버리는 사람의 문제다’, ‘잘 버리면 쓰레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심리적 효과를 낳았습니다. 문제의 본질과 거리가 멀죠. 기업, 공공기관에서 여는 쓰레기 줍기 행사가 그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봐요.

: ‘플로깅’’을 한답시고 쓰레기를 뒤섞어 엉망으로 분리배출하는 행사도 봤어요. 담배꽁초나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는 따로 모아야 하는데...

: 쓰레기 문제의 본질을 다루기보다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그래도 쓰레기 줍기, 정확한 분리배출에 관심을 갖는 일이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첫걸음이 될 수 있어요.

결국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개인의 힘만으로는 어려워요. 플로깅 백 번보다 플로깅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민주주의 서울’ 등 플랫폼을 활용해 지자체에 정책 제안, 내부 간담회 참석, 의원들에게 문자나 전화하기 등이 효과적이에요. 저희 단체는 2019년부터 서울시 시금고에 친환경 사회투자 책임 은행에 가점을 달라고 건의했고, 올해 5월 관련 조례도 개정됐습니다.

: 저희는 올 상반기 원룸촌 ‘쓰레기 정거장’ 설치, 쓰레기봉투 실명제. ‘쓰레기를 쓰레기처럼 버리는’ 이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프로젝트 ‘쓰레기 같은 쓰레기 사진전(쓰쓰전)’, 플라스틱 종류별 분리배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등을 제안했어요. 서울시 100인 100색 포럼, 서울시민회의 등에도 참여해서 기후·환경·쓰레기 문제 관련 정책을 건의했고요. 저희의 제안을 받아들여 예산이 책정된 사례도 있어요. 내년에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안할 계획입니다.

: 굉장히 의미 있는 활동이네요. 저희 단체도 청소년들이 직접 교육부·환경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나 기업에 변화 촉구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음료 페트병을 투명하게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제과점별 과대포장 사례를 분석하고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어요. NGO가 그러면 시큰둥하던 기업들도 청소년들이 직접 이야기하니까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더라고요.

: 더 풍부하고 다양한 ‘소비자 어택’이 전개되면 좋겠어요. 민간 주도의 자발적이고 다채로운 활동이 이어진다면 생산자들도 꼼수를 부리지 못할 거예요. 소비자와 NGO가 힘을 합쳐 기업, 정부에 어떤 제도 개선을 촉구할지 논의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요. 예컨대 ‘쓰줍인(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라는 전국적인 플로깅 네트워크가 있어요. 이분들이 담배꽁초를 많이 주우시던데, 나아가 담배회사들에 ‘이 필터는 플라스틱이니 무단 투기하면 안 된다’고 담뱃갑에 표기하라고 요구하는 시민 행동을 전개하는 식으로요.

: 언론의 역할도 중요해요. 개인이 플라스틱, 페트병을 분리배출해도 수거 선별 과정에서 뒤섞이는 일이 많다는 보도를 보고 분리배출 노력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건 아니거든요. 예를 들면 지자체마다 특정 쓰레기를 특정 요일에만 수거하는데, 이런 규정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애써 분리한 쓰레기가 뒤섞이기도 해요.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커요.

: 분리배출은 결국 선별과 재활용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맞아떨어지지 않으면서 엇박자가 납니다. 투명페트병을 분리배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선별장과 재활용 업체에 전용 라인이 갖춰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지금과 같은 혼란이 옵니다. 환경부가 시범사업, 인프라 확충을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했어야 했다고 봐요.

이어보기 ▶ 2040 환경 전문가 4인 좌담 ② 기후위기 대응, 시민 교육·풀뿌리 활동에 투자해야 http://www.womennews.co.kr/news/217160

여성신문이 10월 1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환경 관련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최선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기후환경분과 쓰쓰전 PM,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형 기자
여성신문이 10월 1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환경 관련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최선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기후환경분과 쓰쓰전 PM,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형 기자

에코백이 답하지 못한 질문들

에코백, 종이용기 사용, 정확한 분리배출.... ‘일상 속 친환경 실천’ 하면 떠오르는 일들은 정말 친환경적일까? 소비자들의 인식과 현실 간 간극을 좁힐 수 있도록 현실적인 친환경 실천법을 안내한다. 강력한 플라스틱 규제, 대안 지원 등 인프라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에게 정부, 기업, 개인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들어본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대부분 ‘재활용 안돼요’...힘 빠지는 배달음식 뒷정리 http://www.womennews.co.kr/news/216567

애써 분리한 우유팩·투명페트병, 뒤섞여 ‘도로 쓰레기’ 됐다 http://www.womennews.co.kr/news/216568

텀블러 220번 써야 일회용컵보다 나은데...재사용률 20% 그쳐 http://www.womennews.co.kr/news/216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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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는 어려워? 쇼핑 습관부터 바꾸면 쉬워져요 http://www.womennews.co.kr/news/216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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