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들이 ‘성평등한 평화의 한반도를 위한 여성종전평화선언문’을 말하는가?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18년 4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들이 확실히 남성들과는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조차도 부정하는 것은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음도 알고 있을 것이다.

70년간 전쟁 상태를 끝내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는 여전히 적과 나를 상정한 상태로 모든 것을 사고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 계속 되뇌어진 “군사력이 안보입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2021 ADEX에서 “강한 국방력이 목표로 하는 것은 언제나 평화”라고 말한 것은 그대로 2021년 한국 정부의 재원 배분 상황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방비에 약 53조원을, 공공질서와 안전 분야에는 약 20조원 만을 배분한 것이다. 남북의 끝나지 전쟁 상황은 코로나 재난과 기후위기 상황에서도 여전히 국가 예산의 많은 부분을 안전한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닌 도래하지 않을(않게 만들 수 있는) 위기를 상정한 군사력 증강에 쏟아 부을 수 있는 핑계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반도에 적대적 상태가 지속되는 한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여성·청년이 만드는 한반도 종전선언 캠페인( 6월18~7월9일)”에서 여성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이 캠페인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가 여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기독여민회, 대전평화여성회, 수원여성회,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 진행했다. 이후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아 ‘성평등한 평화의 한반도를 위한 여성종전평화선언문’을 작성해 지난 10월 21일 저녁 온라인으로 발표하게 됐다.

이 캠페인을 위해 마련된 질문, “여성들의 삶에 위협은 무엇인가요?”에 대해 여성·청년들은 우리 삶의 가장 큰 위협으로 ‘차별과 혐오(여성에 대한 혐오, 성차별)’ ‘빈부격차’ ‘기후위기’를 들었다. 2021년 세계 성격차 보고서에서 나타나듯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성격차 지수는 지난 해에 비해 확연히 높아졌다. 재난 또한 여성에게 더 혹독하게 닥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56개국 중 102위로 여전히 부끄러운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여성 청년들은 “한반도 종전으로 바꾸어 내고 싶은 것”으로 ‘군사문화 혁파,’ ‘평화 체제,’ ‘안전한 사회’ 등을 꼽으며, 한반도 적대관계에 기댄 ‘군사문화’ 그리고 그와 결합한 ‘가부장제’를 뒤엎고 연대와 우호적인 관계를 통한 성평등한 한반도를 상상하고 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바꿔야 한다. 군사력을 통한 안보를 말하는 것에서 관계 회복을 통한 평화를 말하는 것으로 바꾸어 나갈 때이다. 그 시작은 70년 전 북중미가 정전협정에서 약속한 종전선언을 이행하는 것이다. 당사자인 남북은 이미 수차례 관계를 회복할 것에 대해 얘기해 왔고,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에서 다시 한번 평화협정을 합의한 바 있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전쟁을 끝내자. 평화로 나아가자. 종전에 나서지 않는 자 누구인가? 더 이상 구차한 핑계는 필요 없다. 적대관계를 끝내고 진정한 평화를, 성평등한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자. 그 길에는 이미 잔인한 가부장제를,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수고 있는 강인한 여성들이 함께 할 것이다.

조영숙 수원여성회 상임대표
필자 : 조영숙 수원여성회 상임대표

 

성평등한 평화의 한반도를 위한 여성종전평화선언문 
Women’s Korea Peace Appeal for
Korea Peace with Gender Equality

전쟁을 끝내자. 평화로 나가자. 70년간 이어지고 있는 전쟁, 누가 전쟁을 원하는가? 종전에 나서지 않는 자, 전쟁을 원하는 자다. 적대 관계를 끝내고 진정한 평화로 나아가자.

평화는 군사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군비경쟁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간 안보를 위해 안전한 미래를 만들자.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위기의 시대, 지속가능한 안전한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

성평등한 한반도의 미래를 만들자. 가부장제와 군사주의를 끝내고, 여성들이 참여하여 성평등한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자.

1. 70년간 지속되는 한반도 전쟁 상황, 종전선언으로 끝내고 평화의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1953년 7월 27일 북·중·미는 정전협정을 체결하며 4조 60항에서 3개월 이내 “정치회담을 소집하여 한반도로부터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 및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70여 년 세월 동안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남과 북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만들지 못하고, 군사적 긴장 상태를 반복하며 끊임없는 군비경쟁으로 내몰리는 적대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남과 북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서 그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과 북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이제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 중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어떤 이유도 필요 없습니다. 약속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종전선언에 나서지 않는 자, 전쟁을 원하는 자입니다.

2. 평화와 안전은 군사력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안전한 미래를 위해 투자할 때입니다.

적대적 냉전 시대의 산물인 군사력 경쟁을 통해서는 결코 안전과 평화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세계의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을 통해 우리는 군비경쟁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허황된 거짓말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직 평화만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 위기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2021년 한국정부는 국방비에 약 53조 원, 공공질서와 안전 분야에는 약 20조 원의 재원을 배분했습니다. 도래하지도 않을 긴장과 위기상황을 핑계로 전쟁준비에 국가의 재원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쟁을 끝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종전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체제의 문을 열고, 비생산적인 군비경쟁에서 벗어나 안전한 미래, 지속가능한 평화의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합니다.

3. 성평등한 평화의 한반도, 여성들이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전쟁과 분단은 이 땅의 여성들의 삶에 커다란 고통과 절대적 희생을 강요해왔습니다. 70년간 끝맺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의 전쟁은 우리 사회 전체가 위계적이고 폭력적인 군사문화로 뒤덮이게 하고 있으며, 군사문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가부장제와 결합하여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더 이상 전쟁과 폭력적인 일상의 ‘피해자’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여성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강인한 목소리로 세상을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차별과 폭력을 넘어 당당하게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여성들이 나서서 한반도에서 지속가능한 일상의 평화와 안전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평화로운 한반도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은 적대적 경쟁과 폭력이 아닌 연대와 새로운 상상력을 요구합니다. 남쪽의 우리들은 북쪽의 자매들과 적대가 아닌 우호에 기초한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다양한 삶의 조건을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바꿔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2021년 10월 21일
기독여민회, 대전평화여성회, 수원여성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여성단체연합

※ “성평등한 평화의 한반도를 위한 여성종전평화선언문”은 여성단체들의 동의와 연명을 받아 통일부 등 관계부처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