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이 답하지 못한 질문들 - 끝]
그린워싱·친환경 실천 주제로
2040 환경 전문가 4인 좌담 ②

친환경 실천은 불편 감수하는 일
에너지 낭비 습관 유지하면서
지속가능한 미래 기대할 순 없어

기후위기, 1020 세대엔 곧 닥칠 미래
기성세대의 변화·소통 노력 기대해
어려운 환경용어 쉽게 풀어썼으면
시민 주도의 일상 속 환경운동 늘면
정부·기업·사회변화 재촉할 것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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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은 19일 친환경 실천에 관한 오해를 짚어보고, 꼭 필요한 사회·정책적 변화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좌담회를 열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하지원 (사)에코맘코리아 대표,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공동대표, 최선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기후환경분과 쓰쓰전 PM 등 20~40대 환경 전문가 4인이 참석해 ‘그린워싱’과 ‘친환경 실천’이라는 열쇳말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지는 기사 ▶ 2040 환경 전문가 4인 좌담 ① 환경문제는 어려워? 쇼핑 습관부터 바꾸면 쉬워져요 http://www.womennews.co.kr/news/216992

- 지속가능한 자원 재활용 시스템 구축,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 다양한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친환경 실천 관련 교육과 홍보도 중요한데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하지원 : 우리의 소비문화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합니다.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말이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리우회의)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그때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기후위기’를 이야기합니다. 뭔가 잘못된 거죠.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펑펑 쓰고 있는 것들이 재생에너지, 바이오 플라스틱, 대체육으로 바뀔 뿐, 불필요한 소비가 계속된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저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까요.

홍수열 : 사람마다 ‘친환경’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이라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재생가능한 원재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인 ‘바이오 플라스틱’을 두고 ‘플라스틱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기대와 ‘쓸모없다’는 비판이 공존하는데요. 둘 다 아닙니다.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의 경우 우리나라 기후에서 실험 조건에서처럼 빨리 분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쓸모없다고 할 수 없죠. 그렇지만 재활용이 잘 되는 플라스틱을 굳이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게 친환경적이라고 보긴 어렵고요.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소각해야 하지만, 식물 원료로 만들어져 일반 플라스틱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플라스틱도 있습니다. 결국 ‘바이오 플라스틱’만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맞는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소비자는 그런 기준이 무엇인지를 몰라서 혼란스럽죠. 정부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방치하니 문제가 커져요.

이제 환경문제는 총론이 아니라 각론입니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가 아니라,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 우리는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나’를 물어야 합니다. 그 시작은 쓰레기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가장 피부에 와닿는 문제, 문턱이 낮은 주제니까요. 결국 교육이 답인데요.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2시간짜리 분리배출 교육으로는 부족해요. 분야별로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변화시킬 수 있는 풀뿌리 활동가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십만양병설’처럼 길러야 한다고 봅니다.

공론화 플랫폼도 중요해요.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 ‘작당모의’를 할 수 있는 장이 늘어야 기후대응의 저변이 확대되고 콘텐츠도 풍부해지니까요. 몇억 짜리 프로젝트보다 그런 게 더 중요합니다. 정부에서도 그러한 활동이 늘어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윤 : 결국 에너지 절약과 적정한 소비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귀찮아서,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죠. 하지만 쓰던 대로, 살던 대로 살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기대할 순 없어요. 불편을 감수해야 해요. 옷 덜 사고, 배달음식을 과도하게 시키지 않고, 플라스틱 빨대도 쓰지 않고, 내가 변하는 동시에 정부·기업의 변화를 촉구해야죠. 다만 사람마다 포기할 수 있는 범위는 다를 거예요. 저는 고기를 포기할 수 있지만 따뜻한 집은 포기 못 하거든요. 내가 어디까지 불편을 감수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저희 단체는 기후위기를 재미있고 ‘힙하게’ 풀어보려 노력합니다. 생업도 힘든데 활동도 어려우면 재미도 없고 우울하잖아요. 예를 들어 저희가 여는 세미나의 70%는 토론으로 구성합니다.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질문하고 답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나눌 수 있게 했더니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더라고요. 온라인, 비대면 기술도 적극 활용합니다. ‘개더타운’ 등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 온라인 영화상영회, 클럽하우스 챗방 운영, 뉴스레터 발송처럼요. 행사나 캠페인 이름도 ‘갑분저라(갑자기 분위기 저탄소 라이프)’, ‘재생에너지 맛집’, ‘탄소맛집’,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관련 캠페인 ‘안인화력 아니라고’ 같은 식으로 재미있게 지어서 MZ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원 :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니까요. 세대별 눈높이에 맞는 교육, 또 즐거운 교육이 절실해요. ‘북극곰이나 빙하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식으론 어려워요. ‘(기후위기 대응 실천은) 우리 삶을 회복하게 해 준다, 꽃길은 아니지만 꽃밭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가 누린 행복을 우리 아이들도 누릴 수 있도록 성찰하고 변화하고 시스템을 바꾸자’고 말하고 싶어요.

최선아 : 기후 관련 용어도 쉬운 말로 바꿨으면 좋겠어요. 스웨덴어에서 유래한 ‘플로깅’이나 ‘넷제로’, ‘탄소중립(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더 증가하지 않도록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처럼 외래어, 외국어를 그대로 쓰거나 단순 번역한 용어도 많고요.

또 부모님 세대가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제로웨이스트, 채식, 플로깅 등에 참여하는 10대들이 늘었는데요. 공부나 하라고 핀잔을 주는 부모님들도 많아요. 저희 어머니도 제게 ‘비싼 돈 들여 대학 보냈더니 왜 쓰레기나 보고 다니냐’고 하셨고요. 의류 폐기물 문제가 심각하니까 옷을 덜 사겠다는 저를 다그치시기도 했고요. 부모님 세대와 저희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는 건 알지만, 같이 교육도 받고 공감하려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홍수열 : 기성세대로서 반성하게 되네요. 제가 환경 문제를 알리는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사업 심사를 맡았는데요. 한 청년·청소년 환경단체가 쓰레기산에 가서 춤을 추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겠다는데 저는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오늘 최 매니저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쓰레기 문제를 잘 모르는 청년들에게는 그런 방식으로 알리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구나! 우리 꼰대들이 청년들의 새로운 기획을 무시하려 든 게 아닐까 반성했습니다(일동 웃음). 앞으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할 때 꼭 젊은 세대가 참여하도록 해야겠어요.

홍수열 : 내가 변한다고 세상이 바뀔까 ‘현타’(무기력함)를 겪는 분들이 있는데, 내가 변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뀐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러나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개인의 실천이 중요합니다. 지치지 맙시다.

최선아 : 환경운동을 하지 않는 분들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합니다. 더 나은 한국과 미래를 위해서 같이 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지원 : 기후변화를 막고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꽃길이 아니지만, 꽃밭으로 가는 길입니다. 좀 더 즐거운 여정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김지윤 : ‘나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꾸준히 같이 실천해 갔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첫 세대이자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니까요.

여성신문이 10월 1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환경 관련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공동대표, 하지원 (사)에코맘코리아 대표, 최선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기후환경분과 쓰쓰전 PM,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형 기자
여성신문이 10월 1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환경 관련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지윤 기후변화청년단체 GEYK 공동대표, 하지원 (사)에코맘코리아 대표, 최선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기후환경분과 쓰쓰전 PM,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형 기자

 

에코백이 답하지 못한 질문들

에코백, 종이용기 사용, 정확한 분리배출.... ‘일상 속 친환경 실천’ 하면 떠오르는 일들은 정말 친환경적일까? 소비자들의 인식과 현실 간 간극을 좁힐 수 있도록 현실적인 친환경 실천법을 안내한다. 강력한 플라스틱 규제, 대안 지원 등 인프라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에게 정부, 기업, 개인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들어본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대부분 ‘재활용 안돼요’...힘 빠지는 배달음식 뒷정리 http://www.womennews.co.kr/news/216567

애써 분리한 우유팩·투명페트병, 뒤섞여 ‘도로 쓰레기’ 됐다 http://www.womennews.co.kr/news/216568

텀블러 220번 써야 일회용컵보다 나은데...재사용률 20% 그쳐 http://www.womennews.co.kr/news/216861

배달음식·선거철마다 쌓이는 쓰레기, 감축 추진한다 http://www.womennews.co.kr/news/217030

‘손톱으로 라벨 긁기’ 그만...잘 분리되는 포장재 제조 추진한다 http://www.womennews.co.kr/news/217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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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는 어려워? 쇼핑 습관부터 바꾸면 쉬워져요 http://www.womennews.co.kr/news/216992

기후위기 대응, 시민 교육·풀뿌리 활동에 투자해야 http://www.womennews.co.kr/news/217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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