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은 실천학문 분쟁에 해법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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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교수 약력

▲65년 부산 출생 ▲ 86년 서울대 법대 졸업 ▲97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법학박사 ▲2000년 동국대 법대 조교수▲ 2003년 대법원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 위원 ▲2002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2003년 여성부 성매매방지대책자문위원단 자문위원 ▲2003년 국무조정실 성매매방지기획단 위원 ▲현재 서울대 법대 조교수

● 추천의 변 여성부가 지난해 성매매 문제를 정부정책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하며 “성매매방지대책자문단”을 구성했을때 조국 교수님은 흔쾌히 시간을 내주시고 자신의 시대적 책무인 것처럼 성매매방지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셨습니다. 특히 성매매 관련 현장활동가들이 소홀해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균형 있는 자세와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GS 리더의 상을 봅니다.

형법 남성편항 개정 앞장서

'최협의 폭행'등 통설 뒤집어

“제도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법을 만들겠다.”

학계, 여성계의 주목을 받으며 형사법의 '성 편향성'을 역설했던 조국(42·서울대 법대) 교수는 시스템에서의 억압-피억압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가정이란 작은 단위의 여성문제는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우회적인 방식으로 여성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세상의 절반이 여성인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여성문제 해결 없이 사회 전체의 의식 수준이 높아질 수 없으며, 여성적 감성을 안고 가지 않으면 여성들도 사회에 기여를 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대학 시절 여성학에 관심이 많았던 부인 탓에 한글로 번역된 여성학 서적은 거의 챙겨 봤을 만큼 일찍 여성주의에 물들었던 그는 가장 남성적인 형법에 여성의 관점을 개입한 의미 있는 작업을 주도해 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형법학 책이 벽을 가득 메운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이성적이면서도 따뜻한 양면을 지닌 학자라는 인상을 풍겼다.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남자에다 경상도 사람, 유교 집안, 장남, '안 좋은'조건은 다 가졌기 때문인지 역으로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스스로 추측한다. 그러나 교사였던 어머니가 일과 가사를 같이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우리 세대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아니다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여성의 희생에 기초한 남성의 성공 구조가 반복돼 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것이 과연 올바른가 회의를 하기 시작했죠.”

형사법을 전공하던 그에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내강간 불성립론, 최협의의 폭행 조항이다. 당시 학계의 통설이었지만 의문이 들었고 일본과 한국에서만 그렇다는 것을 발견한 뒤에는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담아 둔 채 여성법학자들이 나서기를 기다렸다.

“여성단체의 대응은 운동적 대응이잖아요. 법학적 대응은 부족하단 생각입니다. 여성법률가, 변호사를 기다리다가 책을 냈습니다. 사법기관에 대해 발언한다는 생각과 여성운동 쪽에 도움을 준다는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그의 생각은 '나라도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것이었다.

“법학은 실천학문입니다. 추상적 이론도 좋지만 구체적 현실에 대해 구체적 해결을 줘야 합니다. 그것이 나의 법학 방법론이죠.”

'분쟁에 대해 답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에게선 대화 내내 합리적인 형법학자의 면모가 비쳤다. 원로 교수들은 그의 초기 논문을 보고 점잖지 못하게 그런 이야긴 왜 하느냐고 했다지만 논문이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고 최근 성폭력 피해여성, 아동성폭력 녹취문제 등에 그의 주장이 반영되면서 파급 효과가 생겨나고 있다. 여성단체는 이론으로 무장한 우군이 생긴 셈이고 보수적인 남학생들은 수업을 듣기 위해 그가 낸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법학계의 아성을 뚫은 여자교수들의 등장이 그에겐 의미 있다. 현재 서울대에는 법학과 교수 40명 중 4명의 여자교수가 있다. 그는 “더 있어야 한다. 학생들 입장에서 보자면 여학생이 반인데, 그들의 고민과 전망에 대해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또한 여학생들도 교수가 될 수 있다는 롤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설명하는 보다 큰 이유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개입될 수 있는 남성적 편견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함이다. 또한 여성의 관점으로 법학 내의 편견을 짚고 교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전국의 법대에 여자교수가 최소 1명은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법 관련 여성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는 분쟁해결의 도구인 법에 여성적 시각이 들어가야 균형이 잡히기 때문입니다. 법이 보수적인 이미지에 갇혀 버린다면 분쟁해결의 도구로서 기능 할 수가 없어요. 법의 집행과 입법, 해석에 여성의 시각이 들어가야 여성들도 나의 법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법에 대해 수긍하게 되는 거죠.”

그는 법에 여성의 감수성과 관점이 개입되면 남녀 모두의 피해를 불러 오는 극단적인 사태, 분쟁이 해결될 것이라 강조했다. 그래야 법에 대한 진정한 신뢰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형법은 가장 기본적인 법이면서 남성적인 법입니다. 제일 기본이 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이를 약간만 친 여성적으로 바꾸면 엄청난 변화가 생깁니다.”

그는 팔을 넓게 벌려 보이며 시스템 전체를 보면서 약자를 챙기는 역할을 하고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 청사진을 그려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 냉혹한 법이 아닌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있는 따뜻한 법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국립대 교수라는 위치를 스스로 홍문관 학사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런 마음가짐과 격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높은 곳과 낮은 곳을 같이 가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임하죠.”

학자에게 연구에 대한 욕심이 끝이 있을 리 없다. 그는 자신이 리더이기보다는 계속 문제제기 하고 방향을 타진하면서 보는 만큼 발언하고 책임을 지는 학자일 뿐이라 전한다.

임인숙 기자isim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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