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운데)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가운데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툰베리 등 청년 환경 운동가들은 세계 지도자들이 지구 온난화 문제와 관련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비난했다.  ©글래스고=AP/뉴시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운데)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가운데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툰베리 등 청년 환경 운동가들은 세계 지도자들이 지구 온난화 문제와 관련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을 비난했다. ©글래스고=AP/뉴시스

 

최근 한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대학 초년생의 음식생활 게시물을 보게됐다. 학생은 기숙사에서 아침엔 아몬드 우유, 켈로그 그래놀라 씨리얼과 돌(Dole)  바나나를 먹고 점심으론 샐러드가 깔끔해서 먹기에 좋다며 쿠팡의 단호박 샐러드와 학교 근처에서 파는 소고기 샐러드를 먹는다고 했다. 투명한 플래스틱 볼에 담긴 샐러드다. 또 비비고 포장 소고기장터국, 식당에서 먹은 삼겹살구이와 생선구이 정식, 좀 짜다는 ‘학식’(백반), 알바에서 먹은 포장된 한끼 식사와 과일을 좋아한다며  한 카페에서 파는  플래스틱컵에 담긴 과일 사진도 보여줬다. 학생은 음식생활이 만족스럽지만 기숙사에 부엌이 없어 직접 해먹을 수 없어 아쉽다고도 썼다. 대학은 숙식생활의 기본인 공동부엌을 필수로 설치해야 한다. 학생들이 음식조리를 하면 먹거리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고 영양과 경제생활면에서 유리하고 특히 기후위기에 직면해서 플래스틱 음식포장을 퇴출할 수 있다. 물론 플래스틱외에 학생이 소비한 음식들도 기후위기와 연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기후재앙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시선속에 10월 31일 열린 제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도 상승 1.5도이하 사수를 위한 실질적 협약이 발표되길 기대하지만 실망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런다해도 개인들은 좌절할 수 없고 각정부에 기후대책을 더욱 압박하는 한편 각자의 입장에서 해볼 수 있는 여러가지 노력을 해야 한다. 플래스틱 음식포장 퇴출을 위한 노력도 한 예이다. 최근 한 보도에서 10년 내 미국 플래스틱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은 자국의 석탄화력발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능가하게 된다며 플래스틱를 ‘신석탄’으로 명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 초년생이 올린 음식 게시물 댓글에 플라스틱 음식포장 퇴출 대안에 관한 언급은 없었고 자녀들이 학생처럼 잘 챙겨먹으면 좋겠다는 등의 칭찬이 많았다. 다이어트를 이유로 식사를 건너뛰는 학생들, 시간도 돈도 모자라 삼각김밥, 편의점 도시락과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잇는 학생들, 과일 대신 단 케잌과 과자류만 찾는 학생들에 비해 게시물을 올린 학생은 여유있게 취향껏 음식을 즐기고 건강도 고려한 균형잡힌 음식생활을 한다고  후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였다.

성서만큼은 아니겠지만 미식 신도들에게 최고의 경전같이 읽히는 ‘미각의 생리학’(1825)의 저자 쟝 앙텔므 브리야-사바랑은 « 너가 먹는 것을 말해줘, 너가 무엇(누구)인지 말해줄께 »라는 명구를 남겼다. 음식행위에서 인격적, 지적 판단력과 정체의 핵심이 읽힌다는 이 문장은 널리 회자되고 있는데 통찰적 유머와 위트가 반짝이는 그의 책에서 브리야-사바랑은 ‘… 이지적 정신을 지닌 사람 (l’homme d’esprit)만이 먹을 줄 안다’는 경구를 남기기도 했다. 헤아려보자면 ‘먹을 줄 안다는 것’은 다양한 생태적 환경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들의 특징을 이해하고 조리방법에도 숙지하고 다양한 음식의 소화과정을 통해 심신에 일어나는 생리적 작용까지, 이를테면 먹거리 생산에서 소화까지의 전 과정을 연결된 것으로 (윤리적 미식적 의학적으로) 통찰해서 판단에 이른다는 뜻이다. 식탁위에서 먹기 자체의 개별적 행위, 그 너머를 이해할 수 있어야 제대로 먹는 방법을 찾게된다는 것이다. 먹는다는 것은 ‘농사’의 핵심 이유이고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는 농사에 결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국의 농부 작가인 ‘웬델 베리’가 말하듯 ‘먹는 것은 농사적 행위’로 이해되기에 이른다.

각국의 ‘농사’는 다른 한편에선 법적, 정책적으로 구조화된 ‘식품체계’(푸드 씨스템)에 구속되어 개인들의 음식행위에 영향을 준다.  외교통상 법률전문이자 ‘맛있는 식품법혁명’(2010)의 저자인 송기호는 그의 책에서 안전하고 정의로운 음식생활을 저해하는 한국 ‘식품체계’의 계보를 짚어내고 시간이 흐르며 어떤 문제를 낳게 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식품체계의 ‘지도’를 펼친 듯이 보여준다. 우리는 개인의 구매력과 취향에 맞게 먹거리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음식생활을 한다고 느끼지만 음식행위는 국가정책과 제국가간 정책과 통상법에 의해서 지대한 영향을 받고 구속되어 있다. 음식게시물을 올린 학생이 선호하는 아몬드, 바나나, 소고기등과 샐러드에 들어간 식재료들을 보면  대부분 아메리카, 호주, 중국에서 수입된 먹거리들과 같다. 25퍼센트 이하의 곡물 자급률(전체식량은 47퍼센트 자급률), 우리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송기호는 한우고기도  막대한 유전자변형 옥수수와 대두를 사료로 수입하지 않고는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우리의 음식행위는 수입농산물을 토대와 몸통으로 만드는 식품체계에 의해 포위되어 있다. 농지를 확보하고 지속적 농업을 가능하게 하는 생태환경을 보존하고 농민생활이 안정되고 활력이 살아나는 농업 커뮤니티를 위한 실질적 정책의 실천으로 기존의 식품체계를 전폭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직면한 기후위기를 막아낼 수 없다고 본다.

1970년대 이미 극소수지만 선각적인 생태주의자들은 ‘석유’가 생산하는 농산물(막대한 화학비료생산, 농약과 농기계 생산과 사용및 농산물 저장시설과 운반에 드는 화석연료) 로 최대수익추구를 목표로 하는 대기업형 집약농업을 바꾸지 않는다면 지구온도가 상승해서 훗날  (우리가 현재 맞고 있는) 기후 위기(현재 온실가스의25퍼센트를 배출하는 농업 )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었다. 현재 수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농산물들은 그들이 경고했던 농업방식을 더욱 심화시킨 생산과정의 결과물이다. 수십년 전에 경청했어야 할 그들의 경고를 마지막 기회일 수 있는 지금은 들어야만 청년들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하루 세끼를 먹는 우리는 기후 환경과 안전한 먹거리이슈에 모두 밀접하게 연루되어 있다. 기후위기에 맞서 식품체계 변혁을 위한 논의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 학교는 먹거리 생산과 조리에 대한 음식쎄미나를 늘이고 공동부엌을 필요한 만큼 설치해서 학생들이 어떻게 먹을 줄 아는 능동적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음식조리를 권장해야 한다. 브리야-사바랑은 인생에서 모든 즐거움이 다 떠난 후 마지막까지 남는 즐거움이 먹는 즐거움이라 했다. 기후대응을 잘 해서 자연이 선사해준 먹거리로 음식의 쾌락를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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