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스쿨미투 당사자·조력자들 토론회
교사 성폭력 공론화·일부 퇴출
법제도 개선 등은 성과
솜방망이 처벌·가해교사 복귀
심각한 2차가해 등은 과제

2018년 4월 용화여고 졸업생들의 스쿨 미투가 나오자, 용화여고 재학생들은 창문에 '#WITH YOU' '#ME TOO' 등의 문구를 만들어 붙여 연대했다.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제공
2018년 4월 용화여고 졸업생들의 스쿨 미투가 나오자, 용화여고 재학생들은 창문에 '#WITH YOU' '#ME TOO' 등의 문구를 만들어 붙여 연대했다.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제공

2018년 한국 사회를 휩쓴 ‘스쿨미투’ 후 3년이 흘렀다. 그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는 ‘스쿨미투운동 3주년, 한국사회에 던지는 과제’ 토론회가 지난 3일 열렸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충북 스쿨미투 지지모임, 전교조 서울지부 등 9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11.3. 학생의 날 ‘스쿨미투 토론회’ 준비위원회가 개최했다.

스쿨미투 운동은 무엇을 남겼을까. 최경숙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활동가, 계희수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 대표, 박지민 경남A교사불법촬영사건대응모임 활동가는 공공연한 비밀이던 교사 성폭력 실태가 드러나고, 학생들과 시민사회가 연대해 가해교사를 교단에서 배제한 점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2018년 스쿨미투의 도화선은 서울 용화여고였다. 2018년 3월 졸업생으로 구성된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가 SNS로 학내 성폭력 피해 제보를 받으면서 고발이 시작됐다. 재학생들이 교실 창문에 ‘미투(MeToo)’ ‘위드유(With You)’, ‘혼자가 아니야’, ‘지켜줄게’ 등 포스트잇을 붙여 호응하며 세상에 알려졌고 많은 지지를 받았다.

충북 청주의 충북여중 학생들도 2018년 9월 SNS에서 직접 성폭력 피해 제보를 받아 공론화했다. 학교 축제에서 외부인의 불법촬영에 학교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불만이 나온 것을 시작으로, 고질적인 학내 성희롱·성추행 실태를 알렸다. 지역의 다른 학교로도 번져나갔고, 전국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경남 김해 모 고등학교 교사는 2017~2020년까지 학교에서 동료 교사와 학생을 불법촬영해 올해 1월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이 학교 재학생, 졸업생 등은 2020년 ‘경남 A교사 불법촬영 사건 대응모임’을 구성해 공론화, 엄벌 탄원, 재판 모니터링, 교내 불법촬영 대응 매뉴얼 제작 및 배포 활동을 펼쳤다.

‘스쿨미투운동 3주년, 한국사회에 던지는 과제’ 토론회가 3일 열렸다.  ⓒ줌 화면 캡처
‘스쿨미투운동 3주년, 한국사회에 던지는 과제’ 토론회가 3일 열렸다. ⓒ줌 화면 캡처
‘스쿨미투운동 3주년, 한국사회에 던지는 과제’ 토론회가 3일 열렸다.  ⓒ줌 화면 캡처
‘스쿨미투운동 3주년, 한국사회에 던지는 과제’ 토론회가 3일 열렸다. ⓒ줌 화면 캡처
‘스쿨미투운동 3주년, 한국사회에 던지는 과제’ 토론회가 3일 열렸다.  ⓒ줌 화면 캡처
‘스쿨미투운동 3주년, 한국사회에 던지는 과제’ 토론회가 3일 열렸다. ⓒ줌 화면 캡처

학생들의 용감한 고발은 가해교사 징계를 끌어냈다. 스쿨미투로 징계를 받은 용화여고 교사는 18명이다. 제자 5명을 성추행했던 용화여고 가해 교사는 사건 10년 만인 지난 9월 대법원 유죄 판결(징역 1년6개월형)을 받았다. 충북 지역은 9개교 교사 41명이 가해자로 지목됐고, 18명(해임 2명, 정직 7명, 감봉 1명, 견책 8명)이 징계를 받았다. 6명(집행유예, 벌금형 각 1명, 조건부 기소유예 4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2020년 충북여중 가해교사 1명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또 다른 교사는 벌금 300만원에 취업제한 3년을 선고받았다.

법제도의 변화도 있었다. 사립학교 교원도 성 비위를 저지르면 공립학교 교원과 같은 징계를 받게 됐고, 예비교원은 4회 이상 성인지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올해 교육부는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학생 약 360만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다. 2019년 서울시교육청은 스쿨미투 사안을 맡을 성인권시민조사관제를 전국 최초로 도입했고, 성평등팀도 만들었다.

적지 않은 과제도 남았다. 성 비위로 징계나 주의를 받고도 학교로 돌아간 교사들이 있다. 한 용화여고 가해교사는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승소해 올해 8월25일 무효가 됐다. 가해교사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인 ‘계약해지’ 처분에 그친 사례도 있다. 교육청과 학교, 수사기관 간 협업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여러 학생과 활동가들이 지적해온 고질적 문제다.

사립학교의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가 같은 재단의 다른 학교로 옮기기도 한다. 교육청이 사립학교에 대한 징계권이 없다는 이유로 가해교사에 대한 기본 정보도 파악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충북 지역 사립학교 교사 2명은 경찰 수사까지 받았지만, 이후 징계 현황에 대해 충북교육청은 ‘정보부존재’로만 처리했다.

‘스쿨미투운동 3주년, 한국사회에 던지는 과제’ 토론회가 3일 열렸다.  ⓒ줌 화면 캡처
‘스쿨미투운동 3주년, 한국사회에 던지는 과제’ 토론회가 3일 열렸다. ⓒ줌 화면 캡처

2차 가해도 심각했다. 제자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직 충북여중 교사는 피해자와 친구들의 보호자 앞으로 허위 비방·협박성 편지를 보냈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상이 노출돼 벌어진 일이었다. 충북여중스쿨미투지지모임과 피해자는 해당 교사를 고소했으나 ‘혐의없음’ 결론이 나왔고,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 돌입했다. 충주여고 스쿨미투 가해교사 2명에 대한 상고심도 진행 중이다.

더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활동가들은 입을 모았다. 교육부 매뉴얼은 ‘피해 학생들의 법률 지원 및 기타 조력 활동을 이행’하라고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 노력은 부족했다고 했다.

계 대표는 “충청북도교육청과 학교의 피해자 보호 조치는 전무했다”며 “교육청은 오히려 피해자가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 조력 등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충북 지역 학교들은 스쿨미투 후에도 교직원이나 전교생 대상 성평등·성폭력 예방 교육 등을 연 1~2회 여는 데 그쳤다.

박 활동가는 “지금 학교 공동체와 교육청은 성폭력 사건 해결 과정에서 신뢰를 잃었다”라며 “사건 조사, 피해자 지지 및 지원, 가해자와의 분리, 가해자 징계, 공동체 문화 점검으로 이루어지는 사건 대처 과정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교사 성폭력 실태 파악과 엄벌이 시급하지만, “고소만이 해결책은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왔다. 수사·소송 과정이 길고 어렵기도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가해교사의 형사 처벌보다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 변화를 더 원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학교 구성원의 성평등 인식 강화와 조직 문화 개선이다. 최 활동가는 “재판이 끝났을 뿐, 스쿨미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학교의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며 학교 관리자와 상담사 등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 정부의 스쿨미투 전수조사 정례화, 교육청과 학교의 스쿨미투 처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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