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버린 정치는 이제 그만

윤석열 전 검찰청장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상식의 정치’를 말했다. 하지만 최근 서초구 지구당위원장 선출 과정은 지극히 비상식적이다. ‘상식’이 지배하는 정치를 바라는 여성유권자의 입장에서 어이 없고, 모욕스럽다. 국민의힘(국힘)의 상식이란 결국 배제의 힘이었다. 차라리 이름을 바꾸라 ‘배제의힘’이라고.

서초구민을 모욕하지 말라

첫째, 지역 유권자의 배제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자격이란 지역 주민의 신뢰와 기대감에서 나온다. 지역 유권자라면 당연히 그 지역을 위한 공헌과 발전 가능성을 계산하고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조직위원장(지역구위원장)은 선거에서 공식적인 정당 후보로 공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후보 공천권을 가진 정당이라면 지역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후보는 지역을 위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지 청사진을 내놔야 할 것이다. 조직위원장 선출의 상식, 공천의 상식이란 이런 것이다.

이번 국민의힘의 서초구 조직위원장 선출 과정은 서초구민을 완전히 배제했다. 막말로 국민의힘 깃발만 꽂으면 되는 지역이라고, 현재 정당 지지도가 높다고, 승기를 잡은 듯 보인다고 이렇게 서초구민을 무시해도 좋은 걸까? 그 오만에 서초구민은 모욕감을 느낀다.

왜 시험지도 안주나?

둘째, 공정한 기회의 배제다. 경쟁의 상식은 공정한 기회다. 시험 기회의 접근권은 엄중하게 공정해야 한다. 이번 서초구 조직위원장 선출과정은 특정 후보의 응시 기회를 아예 박탈했다. 여론조사 대상에서도 제외한 건 중앙당의 ‘갑질’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 25개 구 중에서 유일하게 야당 구청장이니 그 자리를 지키라는 중앙당의 주문이 있었다는데 그 주문은 공정하지 않다. 시험지도 못받은 수험생 조은희는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내 후보 4강에 포함된 바 있다. 서초구 내에서는 당파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은 구청장이었다. 그런 그가 여론조사에 포함됐다면 압도적인 성적이 나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예상치가 배제의 근거가 되었겠지만 이 역시 공당의 판단이라 믿기 힘들 만큼 어이 없다.

열심히 일한 자, 거기서 죽어라?

셋째는 열심히 일한 사람의 배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내세운 상식은 열심히 일한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다. 정치에서는 그 지역에서 열심히 땀 흘려 갈고 닦은 일꾼이 잘 돼야 한다. 최소한 불이익을 받지는 않아야 한다. 정당은 좋은 후보가 잘 발탁될 수 있도록 선출과정을 공정하게 잘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런 선발 시스템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가 그 정당의 수준을 결정한다.

이번 서초구 조직위원장 선출과정을 보면 국민의힘은 땀 흘려 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자 더 큰 곳으로 떠나라’ 하며 격려하고 성장할 기회를 주어야 성실한 실력자들이 몰려들 것이다. ‘열심히 일한자, 계속 그곳에 머물며 하던 일 계속하라...’고 하면 누가 열심히 일할까?

‘오징어 게임’ 만들지 말라

‘오징어게임’에는 어처구니 없는 게임의 룰을 정하는 ‘브이아이피(VIP)’들이 등장한다. 국민의힘에도 VIP들이 있어 공정과 상식이 배제된 규칙을 내세우며 구태 정치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 여성정치인이 성장할 수 없다. 그 긴 역사를 거치면서 국민의힘에는 다선 여성의원이 없는 건 우연이 아니다.

‘국힘본색 배제의 힘’을 수정하지 않으면 객관적이 상황이 좋아지더라도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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