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故 이 중사 성추행 사건 수사 무마 지휘 관련 제보 폭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故 이 중사 성추행 사건 수사 무마 지휘 관련 제보 폭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사건 당시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이 직접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17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보 받은 녹취록을 공개하며 “전 실장이 성추행 사건 수사 초기에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직접 지휘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공개된 녹취록은 올해 6월 중하순께 공군본부 보통검찰부 소속의 군검사들이 나눈 대화 내용라고 센터는 소개했다. 녹취록에는 선임 군검사인 A 소령(진)과 4명의 하급 군검사들이 등장한다.

“구속시켰으면 이런 일도 없잖아…실장님이 다 생각이 있으셨겠지”

녹취록에서 B 군검사는 “제가 가해자를 구속시켜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어요”라며 “구속시켰으면 이런 일도 없잖아”라고 말했다. 이에 A 소령은 “실장님이 다 생각이 있으셨겠지. 우리도 나중에 나가면 다 그렇게 전관예우로 먹고 살아야 되는 거야”라며 “직접 불구속 지휘하는데 뭐 어쩌라고”라고 답했다. 센터는 여기서 ‘실장님’은 전익수 실장을 지칭하는 것이라며 전 실장이 사건 초기 당시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녹취록 상 ‘전관예우’에 대해서는 “가해자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에는 전 실장과 군 법무관 동기이자 대학 선후배 사이인 김모 예비역 대령이 파트너 변호사로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녹취록에서 공군본부 법무실이 압수수색 등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C 군검사는 녹취록에서 “지금 압수수색까지 들어오고 난리가 났는데 어떡하라고요”라고 말하자 A 소령은 “어차피 양 계장님이 다 알려줬고 다 대비해 놨는데 뭐가 문제인 거야?”라고 한 대목에서다.

센터는 “마침내 가해자 변호인 소속 로펌과 결탁해 불구속 수사, 가해자 봐주기 등을 직접 지휘해 이 중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주범의 마각이 드러났다”며 “전익수 실장은 국방부검찰단, 국회 등에서 끊임없고 거짓말을 늘어놨고 그 결과 불기소 처분을 받고 떵떵거리며 지위를 유지해왔다”고 비판했다. 또 “군사법체계에 누적된 전관예우의 오랜 적폐가 한 사람의 명예로운 군인을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라며 “국회도 미뤄 온 이 중사 사건 특검 도입 논의를 조속히 개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익수 실장 “사실 아냐…군인권센터 고소할 것”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뉴시스·여성신문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 ⓒ뉴시스·여성신문

이에 전익수 실장은 “오늘 군인권센터에서 발표한 녹취록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부인했다. 전 실장은 “본인을 포함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은 군인권센터를 고소할 것이며, 강력하게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월 초 이 중사는 회식에 참석했다 돌아오던 중 선임 장모(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혼인신고를 마친 날인 5월 22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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