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연합 시민사회 네트워크(KEN)
19일 ‘반차별을 위한 교류와 협력’ 컨퍼런스
한국·유럽 난민 전문가들 참석
난민 심사 인력·자원·역량도
법적 보호도 부족...여전한 난민혐오도 숙제

한국-유럽 연합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반차별을 위한 교류와 협력'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최원근 경희대 국제개발협력연구센터 학술연구 교수, 김영아 아시아평화를 향한 이주 대표, 이탁건 유엔난민기구 법무담당관, 조혜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 조세핀 리에블 유럽난민명자위원회 애드보카시 국장 ⓒ홍수형 기자
한국-유럽 연합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반차별을 위한 교류와 협력'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최원근 경희대 국제개발협력연구센터 학술연구 교수, 김영아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대표, 이탁건 유엔난민기구 법무담당관, 조혜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세핀 리에블 유럽난민명자위원회 애드보카시 국장 ⓒ홍수형 기자

난민이 된 사람들의 삶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친다. 겨우 서류를 마련해 제출하고, 기약 없는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생계는 곤란해지고 차별과 폭력에 쉽게 노출된다. 한국과 유럽의 난민 전문가들이 말하는 난민 인권 현주소는 너무나 닮았다. 한국-유럽연합 시민사회 네트워크(KEN)가 19일 개최한 ‘반차별을 위한 교류와 협력’ 컨퍼런스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우리나라 평균 난민 심사 완료 기간은 15.9개월이다(난민인권센터, 2020). 2020년 한 해 동안 난민신청자는 6684명이고, 단 55명만 인정받았다. 한국 난민 인정률은 0.8%에 불과하다.

정부는 난민 신청을 접수하면 6개월 내로 심사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6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문제는 심사 기한이 거의 무한정 길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난민신청자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면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어떤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한다.

난민신청자는 생계의 위협에 시달린다. 기타(G-1) 비자를 받고 난민인정 신청일부터 6개월까지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이 잘 모르거나 어려워한다. 2020년 평균 생계비 지원 기간은 3.8개월에 불과했다. 6개월 후 취업 허가를 받아도 단순 노무 직종에 한정된다. 구직·적응 과정에서 인종차별, 폭력을 겪는 일도 허다하다.

김영아 아시아평화를위한이주(MAP) 대표는 “코로나19로 국내 망명자 수용시설 대부분이 문을 닫아 단 한 곳 남았다. 외국어 문서 양식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직접 신청 서류를 번역해서 공증을 받아와야 한다. 생계가 어려워 노숙하거나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난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원근 경희대 국제개발협력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는 “현 난민법으로 취업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집단이 너무나 많다. 생계지원 대책도 없다. ‘노숙해서라도 계속해서 버티라’는 식의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난민 심사 인력·자원·역량이 부족한 현실, 최근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문제로 불거진 인도적 체류자에 대한 법적 보호의 미비함도 지적했다. “결혼이주여성의 문화 소개에 그치는 수준”인 난민·이주민 교육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한국보다 오래전부터 난민 위기에 봉착한 유럽은 어떨까. 2015~2016년 ‘유럽 난민 사태’를 겪은 EU 회원국들은 인도주의적인 보호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국제법조차 어기면서 난민들에 빗장을 걸어 잠그고, 타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 난민 수천 명이 몰려 국경 수비대와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전히 EU의 최대 난제다.

조세핀 리블 유럽난민망명자위원회(ECRE) 애드보카시 국장은 이러한 현실을 언급하면서 “어떻게 책임을 분배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난민 수용 시설 부족, 열악한 기존 시설, 신청등록 절차의 복잡함, ‘난민 인정은 로또(Asylum Lottery)’라고 불릴 정도로 불합리한 심사 과정 등 고질적인 문제도 언급했다. 한국 상황과 다르지만 교훈을 얻을 대목이 많다. 

김 대표는 “난민 문제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우리 안에서의 평등, 인권을 돌아보게 하는 숙제”라며 국민적 인식 전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오후 3시 30시부터 8시까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렸고, 줌(Zoom)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유럽 연사들은 온라인으로 참가했다. 서울의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가 후원하는 공공외교 활동 ‘한국 내 유럽 정책과 아웃리치 파트너십’의 하나로 열린 행사다. 한국과 EU의 인권 분야 시민단체 간 교류·협력 증진을 위해 마련돼, 지난 1년간 세 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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