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8시55분 사망
12.12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23일 오전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만 90세로 사망했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 골수종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아 왔던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 12.12 쿠데타로 실권 장악
전두환 씨는노태우 장군 등과 함께 이른바 신군부의 중심 인물로 1979년 12월 12일 당시 정승화 육군 참모 총장 등을 불법적으로 강제 연행하면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신군부는 12월 13일 군본부와 국방부, 중앙청, 경복궁 등 핵심 거점을 점령하고 방송국과 신문사를 통제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최규하를 협박해 사후 승인을 받은 신군부 세력은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확대를 계기로 정권을 장악헸다. 신군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공수부대를 투입해 유혈 진압했다.
전두환은 1980년 8월 27일 장충체육관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에 의해 제11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9월 1일 잠실체육관에서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12·12 군사반란의 진상은 권력에 의해 오랫동안 은폐돼 있었으며, 김영삼 정부에서야 ‘하극상에 의한 군사 쿠데타’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되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 시절인 1996년 고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반란수괴죄 및 살인, 뇌물수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김영삼 정부는 판결 8개월 만인 1997년 12월22일 국민대통합을 명분으로 특별사면을 단행해 석방됐다.
◇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으로 재판 중
전두환씨는자신의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전씨는 항소해 광주지방법원에서 항소심 제판이 진행중이다.
전씨는 8월 9일 항소심 재판에 초췌한 얼굴로 주변인의 부축을 받으며 출석했다.
혈액암인 다발성 골수종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9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전씨는 재판에 출석하면서 여러차례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았으나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전두환씨와 함께 12·12 쿠테타의 주역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0월 26일 별세했다. 노 전 태통령은 가족들을 통해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했다.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5.18 광주 유혈집입을 통해 차례로 정권을 장악했던 전두환·노태우씨가 한 달 사이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